과연 누구를 위한 직불제인가

실경작자 그림의 떡, 토지소유주 ‘꿀꺽’
피해농민 농지 임차 어려움 우려 ‘쉬쉬’

  • 입력 2008.10.14 12:02
  • 기자명 연승우 남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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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뜰, 서울 놈의 농사 내가 짓고 싶어서 짓나, 1천5백평 농사 지어봐야 쌀 25가마 정도가 나오지 25가마 중 도지세로 8가마 주고, 농기계 값 비료 값, 농약 값 제하고 나면 뭐가 남나. 그래서 직불제는 내가 신청해야 하겠다고 했더니 서울 그놈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그러면 날더러 논 내 놓으래 갑돌이 준다고 농사지을 놈 많다고… 하기 싫으면 관두래.” (한국농정신문 3월5일자 어느 이장으로부터의 편지)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쌀소득보전 등 직불제가 실경작자가 아닌 토지소유주에게 지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소득보전 등 직불제는 농민의 소득안정을 위해 쌀소득 등의 보전을 위한 정부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농지를 보전하는 경우 지급하는 고정직불제와 논농사를 경작하는 경우 지급하는 변동직불제가 있으며 올해 3월에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은 총 4천3백71억원으로 ha당 45만5천원이다.

위에 소개한 경기도의 사례 전국에서 토지소유주가 임차농에게 보조금 반환을 요구하면서 이를 반환하지 않으면 임대계약을 해지해 경작자를 바꾼다며 엄포를 놓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충북 진천군에서도 토지소유주가 자신이 경작하는 것으로 등록한 뒤 실제 임차인에게 직불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직불금과 관련한 문제는 서울 수도권과 근접한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철원의 경우 외지인의 60%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철원군은 수년전부터 부동산투기가 불어 닥쳐 농가부채로 인해 허덕이던 농민들의 농지를 외지인에게 팔수밖에 없어 대다수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했다는 것.

철원군 관계자는 “철원군은 60%이상의 면적이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어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농연 철원군연합회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현금 대신 비료나 영농자재 등을 현물로 지급하는 방식 등 보조금 혜택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충북 진천의 한 농민은 직불제와 관련해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지만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다”며 “농지를 임차하기 어렵기도 하고 세금문제가 겹쳐 있다”고 말했다. “소유주가 직접 경작을 하지 않는 농지에 부과되는 강제이행금을 피하기 위해 토지소유주 명의로 직불제를 신청한 뒤, 이를 실경작하는 임차농에게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농림부의 대책은 직불금부당신청신고센터에 신고하라는 것 밖에는 없다. 농림부 소득정책과 이기범 주무관은 “신고를 하는 제도가 있다”며 “농민들이 당연히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농지 임차를 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 주무관은 “임차계약은 개인간의 합의한 사항으로 정부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방법은 신고를 하는 것밖에 없다”고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또 직불금을 비료, 농약 등의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연승우·남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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