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농업소득으론 부채 해결 절대 불가능

1인당 3천만원 육박…빚내 빚 갚는다
농가부채특별법 제정 대선공약 ‘감감’

  • 입력 2008.10.13 13:06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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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정부로부터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하우스 등 시설에 투자하고, 규모화하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농사규모를 늘렸다. 그러나 이 정책자금은 화살이 되어 다시 농민들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정책자금 대출이 상환이 만기되면, 농민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농협을 통해 상호금융에서 돈을 빌려다 정책자금을 돌려 막는다.

정책자금은 이자율 1.5∼3%대이지만 상호금융 이자율은 평균 9∼10%대이다. 젊은 나이에 농촌에 들어가 10년째 충북 청원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씨의 부채는 1억원에 이른다. 이자만 매년 5백만원을 내고 있는 형편이다. 매년 돌아오는 상환만기에 허리띠를 졸라맨다.

정책자금, 상호금융으로 막아

김 모씨는 “(상환)시간이라도 늦춰줘서 벌어서 갚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부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그는 “이자만 연 5백만원을 낸다며 순이익이 이자 갚는데 다 나간다”고 말했다. 농업용 부채는 줄고 가계용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정부의 말에 김 모씨는 “소득이 없으니까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규모도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농가부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농가부채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내용은 없다.

▶농가부채 무엇이 문제인가=농가부채의 증가는 개별농가로 하여금 부채에 대한 원금과 이자지불의 부담을 높임으로써 농업생산액에 대한 현금 소득율을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 농가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전문가들과 농민들은 농가부채 증가 요인으로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한 가격하락과 농업정책의 실패를 꼽는 가운데 사상 최대의 농업개방이라 불리는 한미 FTA가 또다시 국회비준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한미 FTA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
농가부채는 농산물값이 불안한 상태에서 생산자재 등의 생산비 상승은 농가소득 증가에 대한 전망을 불확실하게 하고 있으며, 농가부채의 증가율이 농가소득 증가율보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농가의 호당 평균부채규모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정상적인 농가소득으로서는 부채의 상환이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농가부채 발생의 주요요인으로 농민들은 주저 없이 개방농정이라고 말한다.

90년대초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산물 수입개방은 농산물가격 하락을 불러 일으켰고,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계속적인 정책자금을 농민들에게 대출한데에서 기인한다. 최근 사료가격 폭등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부가 지원한 사료지원기금 1조5천억원도 정책자금 대출이므로 내년 농가부채도 총액에서 1조5천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12년전보다 무려 3배나 증가

▶농가부채 현황=농가부채는 1997년 IMF가 터지면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1천만원이 넘게 증가해 2006년 현재 농가당 평균 2천8백16만1천원이다.  12년전인 1995년 9백만원대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운 농가부채가 증가했다. 전체규모로는 약 54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3

2004

2005

2006

2007

 

 

 

 

증감률

 

 

증감률

 

 

증감률

 

 

증감률

농가소득(A)

26,878

29,001

7.9

30,503

5.2

32,303

5.9

31,967

-1.0

가계지출(B)

24,063

24,691

2.6

26,649

7.9

28,461

6.8

28,048

-1.5

농가잉여액(A-B)

2,815

4,309

53.1

3,854

-10.6

3,842

-0.3

3,919

2.0

농가부채

26,619

26,892

1.0

27,210

1.2

28,161

3.5

29,946

6.3

 

 

 

 

 

농가부채는 농업용 부채는 해마다 조금씩 감소하고 있으나 가계용 부채는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영농형태별로 농가부채를 보면 시설비 등 고정투자 비용이 높은 화훼, 축산, 과수, 특작농가 순으로 부채가 많다. 영농규모화별로는 2005년 부채규모가 가장 큰 계층은 40대 미만, 5ha 초과 농가로 2억2천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반면 농가규모가 1∼2ha, 70대 이상의 농가는 4백93만원의 농가부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가부채의 특징은 영농규모가 적고 연령이 높을수록 부채규모가 적고, 연령이 낮고 규모가 큰 농가일수록 부채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업농, 규모화에 따를수록 농가부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 농업의 핵심인 젊은 층의 농가가 많은 부채를 있다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경영불안정에 직면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가부채 대책은= 최근에는 농업의 규모화로 인한 농가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규모나 시설투자에 대한 정부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며, 농가부채는 규모보다 상환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농가소득의 안정화를 통해 상환능력을 높여서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7일 이명박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인 지난 2월에 발표된 신정부 국정과제 192에게는 악성부채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빠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공약으로 농가부채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지금까지 특별법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것은 없다. 다만 농가부채와 농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한다며 농협을 통해 농기계은행 사업을 최근 시행하고 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 벼를 베면서도 풍요를 느껴야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농자재 가격은 폭등했지만 제자리인 쌀값으로 농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농가부채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부채 대책에 대해 농업용 부채 비율이 낮아지고 있고, 농가들의 상환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며, “농지은행과 경영회생지원제도 등을 확대해 농가부채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가부채특별법에 대해서도 “장기상환 연장 등 다양한 방법들을 검토 중에 있으며, 제정 시기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장기상환, 이자동결이 해법

농민들이 원하는 농가부채 대책은 장기 상환과 이자동결이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부채탕감이지만, 사회적 합의과정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농가부채 상환을 10년 유예, 10년 상환(10년거치 10년 분할상환)으로 하고 이자는 탕감해줘야 농민들이 숨통을 틀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창한 위원장은 “지난 IMF때 국가가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해 은행들을 살렸지만, 공적자금 회수율은 50% 밖에 되지 않고 있다. 농가부채에도 공적자금을 연차적으로 투입해 당장 위기에 처해 있는 농가들부터 구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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