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가 올바른 농협개혁”

농협 제 역할 할 수 있고 경영투명성 확보 가능
신용 이익, 경제사업 투자는 두 사업 모두 망쳐

  • 입력 2008.10.13 12:54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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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가 9월2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법률안 공청회가 전국농민회총연맹 및 전국농·축협 노조의 단상 점거로 무산됐다.

농식품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지역농협 설립구역 확대, 조합원에 조합 선택권 부여 ▷일선조합 및 중앙회에의 외부출자한도 상향 조정 ▷중앙회장 선거 등에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하는 조합원의 대의권 보강 ▷조합장 신분, 비상임으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 법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협동과 상생, 공존이라는 협동조합의 이념과 기본정신’을 무시했고, 직접 이해당사자인 농민조합원의 의견을 수렴치 않고 만든 것이며, 이날 공청회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이라며 농민과 협동조합 노동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협동조합 개혁 왜 안됐나

이번에 발표된 농식품부의 법률안도 개혁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다. ‘경제사업 활성화와 신용사업 건전화를 위한 농협중앙회 사업분리방안’을 확실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내용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인 즉 개혁대상인 농협중앙회가 조직한 ‘농협개혁위원회’에서 입안한 중앙회 기득권 강화에 일관된 입장을 고스란히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 농민단체 소속 농민과 전국농협노조 노조원들이 지난달 29일 농협법 개정안 공청회 장소인 aT센터 앞에서 농민 조합원 의견수렴 없는 농협법 개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법률안은 중앙회로부터 분리해야 할 신용사업을 중앙회가 더욱 강력하게 직접적으로 장악하고, 그 아래에 지역농협을 통괄하겠다는 발상이 노골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사업을 총괄해야 할 전국연합회는 거론조차 없다

사실 협동조합 개혁은 지난 수십년간의 숙제였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민조합원을 위해서라면서 개혁을 거론해 왔지만, 번번이 개혁을 회피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국민의정부에서 협동조합을 개혁한다고 하면서 농·축협중앙회를 통합했다. 핵심을 회피하면서 개혁을 가장하였다. 국민의정부는 ▷중앙회 조직의 슬림화 ▷중앙회 사업의 회원조합 이관 ▷통합이익의 조합과 조합원 환원 ▷철저한 독립경영 ▷품목조합연합회의 활성화 등을 약속했으나 그것마져 말로만 끝났다.

중앙회로부터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의식적으로 회피한 탓이다. 농협과 축협중앙회의 단순 강제 통합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통제를 쉽게 했을 뿐, 중앙회의 비대화로 인한 제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중앙회의 사업이 더욱 신용사업에 편중됐다. 개혁을 한다면서 개악을 한 것이다.

이렇게 협동조합 개혁이 혼미를 거듭하는 사이 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뽑기 시작한 이후 1∼3대 민선 회장이 예외없이 비자금 조성, 금품 수수 등의 혐의로 모두 구속과 함께 사법 처리돼야 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가 또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농민들은 농가부채와 계속되는 적자농사로 사경을 헤매는데 농협은 농민 고통을 외면한 채 임직원들의 ‘돈 잔치’를 벌였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강기갑 의원은 최근 농협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천3백9억원이 감소했는데도, 지난 1∼8월까지 중앙회장과 전무이사·신용사업대표 등 임직원들에게 9천7백만원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으며, 전 직원 특별성과급도 6백14억원이나 줬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연간 소득을 웃도는 부패의 압력에 시달리면서 그간 설상가상으로 면세유값을 비롯한, 비료·사료값 폭등 등으로 농산물 생산비가 급등하는데도, 정부의 가격관리로 농산물값은 떨어져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그래서 농협중앙회를 일러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말아 나도는가 하면, 농협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고 비난의 봇물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농민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농민의 조직인 농협이 그 본연의 역할은 뒷전인 체 이같이 비리나 일삼고 농민 조합원의 등을 쳐서 임직원 그들만의 배를 채우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농협중앙회가 운동체 구실을 할 수 있게 하고 모든 사업의 투명화를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시급하다. 그러나 ‘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는 그동안 계속 논의돼 왔으나, 그때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의 강력한 저항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실현되지 못하고 말았다.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하면 ?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하면 첫째로 중앙회가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중앙회는 지도사업연합회 구실을 하는 별도법인으로 되어 회원조합의 지도·감독·조사·홍보·대정부 농정활동에 전념하고, 회원의 회비로서 운영한다.

▲ 협동조합 개혁은 지난 수십년간 농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소재한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중앙회에서 분리된 경제사업은 지역협동조합 전국연합회, 품목별, 업종별협동조합전국연합회가 담당하고, 중앙회에서 분리된 신용사업은 신용협동조합전국연합회 격인 협동조합중앙금고 또는 협동조합은행이 담당케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와 관련,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신용사업 이익이 경제사업에로의 자금줄이 끊겨 농민조합원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종합농협 신용사업의 안전을 위해 신용사업자금이 경제사업에 일정금액 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재무기준령’이 있다. 이는 신용사업의 안정을 위해 법에서 정한 장치인 것이다. 이것을 무시한다면 협동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또 협동조합운영 기본원칙 가운데 ‘이용액 비례배당의 원칙’이 있다. 이는 사업을 이용한 조합원에게 이용분량에 비례하는 배당을 말하는 것으로, 신용사업 이익금은 경제사업 적자를 보전하는데 쓸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신용사업 이용자에게 배당을 하는 것이 맞다.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농협 임직원들의 어제 오늘에 보는 돈잔치는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정부는 또한 지난해 3월 발표한 신경분리 방안과 관련, 필요자본금 확충이라는 이유를 들어 신경분리 기간을 10년(지금은 9년)으로 잡았다. 이 역시 잘못된 것이다.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가 되면 신용사업은 (가칭)협동조합은행이 담당하며, 이 은행은 정부출자 49%, 회원조합을 비롯한 모든 농업관련 단체 출자 51% 비율로 설립하는 특수은행으로 하게 된다.

이때 정부가 농협에 맡긴 정책자금을 정부출자로 전환토록 하고, 농업관련단체 출자 51%는 한꺼번에 안되면 거치기간을 두어 출자토록 법에 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경제사업은 원칙적으로 수탁사업으로 전환토록 함으로써 단위조합의 구매·판매사업을 활성화하고 단위조합은 영농지도를 통해 개개 조합원의 판매계획과 구매계획을 통합하여 이를 신용사업과 연결해서 계통사업으로 추진케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경제사업을 통해서 신용사업의 재원을 만들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 신경분리 한다고 해서 특별히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것이다. 사실 진작 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가 이루어져서 농협이 제 역할을 했다면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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