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의 남북 농업협력

  • 입력 2007.08.20 10:59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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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보수세력의 딴지걸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그들의 불편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민족의 잔치상에 재를 뿌리고 발목을 잡는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정상회담의 의제를 자신들의 잣대로 미리 결론을 내버리는 것이다. 어떤 것은 무조건 관철시켜야 하고, 어떤 것은 거론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춤까지 다 추는 격이다. 직접적으로 표현은 안하고 있지만 보수세력의 이런 행태는 사실상 정상회담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남북이 공동보조를 통해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히는 실천행위라는 것이다.

지난 6.15공동선언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상회담도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거나 혹은 기대되는 현 시점에서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변화에 남북이 주도하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민족공조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실천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상회담 개최 합의문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발전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바탕위에 남북은 준비접촉을 통해 민족공조의 큰 그림에 필요한 정상회담의 의제를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 분야로 하기로 합의하였다.

지난 7년간 남북관계 발전의 추동력이 되어 왔던 6.15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토대위에 향후 민족공조의 확대발전을 위한 새로운 추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감상법의 기준이라고 보여 진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은 민족공조와 통일방안에 있어서 새로운 진전을 이루는 기초위에 핵문제나 평화체제, 군비통제, 남북경협, 인도적 관심사 등과 같은 구체적인 사안들의 합의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진다.

민족공조와 통일방안에 있어서 전반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가능한 많은 것을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즉,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관점으로 접근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경제협력에 관련된 사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은 합의문이나 공동선언문 혹은 공동보도문의 형식에 반영되면 더욱 좋겠지만 양 정상의 대화나 실무회담에서라도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과제가 많이 포함되면 될수록 남북을 포괄하는 민족경제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더욱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간 경제협력은 단기적으로는 북측의 경제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이며, 남측의 관련 분야 산업이나 기업에 새로운 수익창출과 고용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대북 쌀차관 제공이 남측 농업과 농민 그리고 농민문제를 완화시키는 순기능을 하고 있고, 대북 비료지원이 과잉공급 국면에 접어든 남측 비료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고 고용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경협을 통해 축적되는 성과물은 모두 민족경제공동체의 발전에 필요한 자산으로 축적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북에 대한 지원이 더 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족경제 공동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퍼주기’란 용어는 악의적인 비방에 불과한 것이다.

북측이 남북 경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경제정상화를 조금이라도 빨리 앞당기고자 하는 것이며, 농업협력 역시 농업생산의 정상화를 이루는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후의 농업협력은 현행 쌀·비료 지원과 같은 인도적 사안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동시에 북측이 스스로 농업생산을 정상적으로 복구하는데 필요한 농업개발협력을 정부당국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측의 농업생산이 정상 복구된다면 그때는 쌀이나 비료를 지원할 필요성이 없게 되고, 그 대신 남측의 쌀농사와 북측의 밭농사 사이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교역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며, 남북이 농업생산의 역할분담이나 분업을 통해 상호보완성과 상호의존성이 낮은 수준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시기에는 남북이 역할분담과 민족내부간거래를 통해 민족전체의 식량안보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소위 ‘공동식량계획’과 같은 농업정책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관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그 결과로 남북의 농업공동체가 만들어지고 통일농업이 실현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농업협력을 포함한 남북 경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북측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할 것을 압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북측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거나 계획경제체제를 유지하거나 혹은 개혁·개방을 확대하는 등의 문제는 북측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남북기본합의서와 6.15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확고하게 정착되어 있는 상호간 체제의 인정 및 존중의 원칙이다. 남측이 북측으로 하여금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라고 압박해서도 안되지만 그렇게 만들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압박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실현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행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능하지도 않는 소모적인 논란에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북측의 경제정상화, 농업정상화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농업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시행해 옮기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장경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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