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하여

  • 입력 2007.08.20 10:57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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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흥락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비가 너무 자주 온다. 개인다 싶으면 또 오고 그친다 싶다가도 금세 소나기가 내린다. 우기라고 불릴 정도로 비가 자주 오는 요즘은 일하기가 쉽지 않다.

도열병 약에다 기승을 부리는 혹명나방 잡는 살충제까지 농약을 줘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농민회 회의 일정이 잡혀 수원에 가는 날엔 하늘이 맑다가도 맘먹고 농약을 주려고 하면 비가 쏟아진다.

그래도 대부분 농민들은 벌써 농약을 다 뿌렸다. 날씨 탓만 하기엔 설득력이 없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할 일 다 하는데 젊은 놈이 되어 가지고 아직도 할 일 못하고 날씨 탓만 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게으른 것이 농사일 뿐만은 아니다. 농민회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달 전부터 마을간담회 하자고 결의해 놓고 아직도 실천을 못하고 있다. 회원들 만나서 사는 얘기 나누고 농삿일도 상담하자고 계획해 놓고 아직 아무것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기본적인 회의 참가만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할 일을 못하고 있는 나에겐 부담되는 시간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일정이 많아서 약속이 많아서 농민회 일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다른 농민회 간부들을 활동을 보고 받으면 결코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고 11월 총궐기를 일궈내야만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아직도 구상만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나를 괴롭힌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살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해야 할 농삿일은 늘어가기만 하고 집안 경제는 좋아지지 않는다. 그런 만큼 농민회 일도 많아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농민운동도 신자유주의 흐름에 종속되어 있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아지는 농사일과 늘어만 가는 농민회 활동에 자칫 잘못하면 중심을 잃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에 매몰되면 활동이 위축되고 활동을 하다보면 농사일이 엉망이 된다.

농민회 회원들은 정말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전 8.15행사장에서 만난 다른 농민회 간부들의 의욕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혼자 욕심부리며 농사일 다하고 남는 시간에 활동하려고 하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농민회 활동가로서 농민회 사업을 중심에 두고 내 개인 일정을 조절해 가면서 생활력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어려운 조건에서 마을간담회를 조직화 해내고 농민을 정치의 주인으로 농민을 농정의 주인으로 세워내는 활동가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한 명이라도 더 만나서 설득하고 농민을 어렵게 하는 정치인을 뽑지 말자고 선전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지금 어려운 것은 날씨도 아니고 많이 잡혀있는 회의 일정이 아니다.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열정을 가지지 못한 채 마을 간담회 조직을 그저 주어진 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나의 나태함에 있었다.

그저 시기가 되어 다가오는 11월에 집회준비하는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나의 관성적 사업작풍이 문제였다. 농민을 동원의 대상으로만 보려고 한 나의 관점이 문제였다.

나보다 더 어린 회원도 나이 많으신 어르신도 나서서 농업과 농민을 위해 헌신하는데 나는 나 하나의 안위를 위해 나를 앞세우고 핑계와 구실로 농민회 일을 게을리 했다. 부끄러웠다. 이제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농민회 활동 폭이 더 넓어지고 간부들의 사업은 더 많아진다. 물만난 고기처럼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밝혀내야 한다.
 
날씨 탓하며 농약 못주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허송세월하지는 말아야 한다. 내 농삿일 한다고 농민회 사업을 미루고 내 개인 일정을 앞세워 전체의 사업에 지장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생활력을 높이고 관성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농민회 회원이 되어야 한다.

게으른 사람은 구실을 찾고 마음이 있으면 방법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되새기며 지금 부터라도 마을간담회 조직화와 11월 농민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농민을 대상화시키는 사업보다는 농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세상의 주인이되는 방식으로 투쟁해야 겠다.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용성3리 임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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