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高愁心(천고수심)

  • 입력 2008.10.06 20:12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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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전농 의장
최근 주요 조간신문의 톱기사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신청, 메릴린치 매각, 세계최대 보험회사AIG도 파산위기라는 고딕활자들로 장식됐다. 필자의 행간은 신자유주의 몰락으로 읽혀졌다. 이처럼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부동산과 파생금융상품의 거품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는 자체가 모순이다.

가을 하늘이 높아질수록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올해 얼마를 받아야 살아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오랜 세월 농사를 지으면서 결국은 빼앗기기만 하는 모순 속에서 어쩌면 체념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농민들은 어떠한 역경도 무릅쓰고 농사를 짓는다. 그것은 마치 자연의 한 부분처럼 그럴듯하다.

지금은 한갓 눈요기에 지나지 않게 버려 졌지만 지리산 피아골의 계단식 논이나 남해의 다랭이 논들을 보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삶의 투쟁이며 생존의 극한상황에서 벌이는 사투가 바로 농사짓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쌀이 한낱 지폐 몇 장으로 그 값이 환산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가진 한계일 것이다. 쌀은 하늘과 농부의 합동작품이다. 뜨거운 태양과 비와 바람들이 뼈대를 세우고 농부의 피와 땀은 알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귀중한 것이기에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듬뿍 담길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상도 어떤 가치도 먹을거리 앞에선 무력한 것이다.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에겐 부처님 보다 위대한 존재는 빵 한 덩어리인 것이다.

높아가는 가을 하늘 수심만 깊이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사실을 국민소비자에게 알려 내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소비자들이 우리의 응원군이 되고 우리는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안이 될 수 없다.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돈이 돈을 만드는 것은 놀음판에서나 있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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