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시대 한국농업의 대안은?

  • 입력 2008.10.06 20:08
  • 기자명 권영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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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한국 농업의 위기상황은 급기야 촛불문화제로 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를 전 지구적으로 확립시키려 하는 것이 WTO-FTA체제이다. 여기에 맞서기 위한 한국 농업의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희망에 대한 올바른 대안은 무엇인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씨름을 하여 왔다. 우리는 올바른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1960년대부터 시작된 ‘녹색혁명형 농업’에 대한 본질적인 평가와 비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혁명형 농업은 대기업에 의한 농업ㆍ먹거리 지배 시스템(Food System)이다. 그 시스템이 지구적(Global system)이든 지역적(Local system)이든 동일하다. 이에 대한 대안운동의 하나가 농협중앙회 한호선 회장이 제시한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이다.

“중생 심청하면 땅이 청결해진다”

신토불이는 불교용어로서,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나, 너무 폭좁은 이해이다. 불교 용어 중 ‘불신국토(佛身國土)’에서 ‘신토’를, 사찰에 들어가는 세 문 중 ‘해탈의 경지에 드는 마지막 문’인 ‘불이문(不二門)’에서 ‘불이’를 따 합쳐 탄생된 말이 ‘신토불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해는, 석존은 법화경의 수량품(壽量品)에서 구원(久遠)의 불신(佛身)과 불국토(佛國土)를 밝히시고, 이‘불신’과 ‘불토’는 ‘불이’라고 하셨다.

그 중 ‘불’자가 생략되어 ‘신토불이’라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중생이 심오(心汚)하면, 땅도 오염되며, 심청(心淸)하면, 땅도 깨끗하여 지고, 정토라고 말하든 예토(穢土)라고 말하든 땅은 둘로 나눠짐이 없는 일생성불초(一生成佛抄)”라는 것이다. 이같은 ‘신토불이’를 ‘식이요법 운동(食養道 運動)’의 슬로건으로 사용한 것은, 일본의 메이지(明治) 29년부터였다.

최근, 일본에선 이것을 산소제휴(産消提携) 운동 또는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이라고 하며 민간의 이러한 시민운동을 수용하여 정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운동은 1971년 일본유기농업연구회가 결성되면서 시작되었다. 동 회는 각지에 산재하고 있던 유기농업 농가와 도시의 생활자를 연결하고, 생산 농민과 먹거리 섭취자인 주부들이 함께 학습을 한다든지, 주부들이 농작업을 거든다든지, 함께 추수감사절 행사를 하는 등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서, 신뢰관계를 높여가면서 농산물을 직거래, 공동구입 하는 방식의 활동을 확대하고, 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운동과 결합하여 전개됐다.

이 운동은 ‘녹색혁명형 농업’으로 인한 농약사용의 증가, 수입식품의 증가, 가공식품의 증가 등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농업인구의 감소와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주부들이 유기농업 농가와 만나면서 지역농민들과 협동하는 계약내용을 체결하고 실천하면서 ‘제휴(TeiKei)운동’이 탄생했다.

이제, ‘TeiKei’(提携,제휴)라는 단어는 이제 국제적인 용어가 되었으며, 이를 직역하면, 파트너십(Partnership) 또는 협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운동의 핵심사상은, ‘경작자의 얼굴이 보이는 먹을거리(얼굴을 아는 관계)’라는 것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제휴(TeiKei)운동’이 탄생한 직접적인 계기는, 일본 유기농업 연구회 회원이었던, 사이타마의 카네코 요시노리(金子美登)의 시도와 시험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스위스에서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실천하는 농가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전개됐다. 잰 밴더투인(Jan Vandertuin)이 스위스에서 배운 경험에 의하면, 스위스의 농민 그룹은 그들의 정규 고정 단골에게 그 농장에서 수확된 생산물의 일부를 매주 나누어(Share) 주는 대가로 그 농장의 연간 생산비용의 일부(Share)를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배급되는 셰어는 이용하기 쉽도록 채소, 육류, 낙농제품을 조합시켜서 만들어졌다. 존 루트 주니어(John Root, Jr.)와 잰 밴더투인 그리고 로빈 밴 엔(Robyn Van En) 이렇게 3인은 로빈의 농장 ‘인디언 라인 팜(Indian Line Farm)’에서 실천을 결의했다.

1985년 가을, ‘애플 프로젝트(Apple Projet)’라는 이름으로, ‘비용 나누기와 수확물 나누기(Share the costs to share the harvest)’의 개념을 그 커뮤니티에 도입하였다. ‘경비 나누기’로서 사전에 사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불한 섭취자(eater)가, 가족규모에 맞는 먹을거리 소비용으로 결정된 일정양의 사과를 ‘수확물 나누기’로서 수취하는 시스템이다.

1985년에서 86년에 걸친 겨울기간동안,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지역주민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농업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불하는 것이었다. 이 시스템은 1년을 기간으로 한 회원이 생산의 경비 나누기(셰어)를 지불하고, 농산물이 주는 혜택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분담하여 지불한다는 점에서, 농업분야의 다른 어떤 창안보다도 구분되는 차별적인 것이다.

3년차로 접어든 이후엔 회원이 급증하였기 때문에, 가족이 많은 세대와 레스토랑이나 식료품점 등은 이 셰어를 복수로 구입하도록 하였고, 공급일도 주 2-3회에서 주 1회로 줄였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적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한 명칭을,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CSA, 지역사회 지원형 농업, 지역사회에 토대를 둔 농업)로 결정했다. ‘Agriculture Supported Community’(ASC, 농업이 지원하는 지역사회, 농업이 토대가 되어, 지원하고 지탱되는 지역사회)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그들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CSA에서 ASC로’라는 것이었다. 캐나다에서는 동일한 내용을 ‘Consumer Shared Agriculture’(소비자와 공유하는 농업)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 지산지소운동 전세계로 전파

CSA는 많은 것을 보완하면서, CSA의 원형을 확립하여 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1996년 봄, USA와 캐나다를 합하면, 적어도 10만 이상의 사람들이 연결된 600여개의 CSA가 활동하고 있다.

일본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은, 1981년 농림수산성의 ‘지역 내 식생활 향상대책 사업’의 속에, ‘그 고장 생산ㆍ그 고장 소비(地場生産ㆍ地場消費)’라는 용어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6년 1월 홋카이도 에니와 시(北海道 惠庭市)에서 개최된 ‘시공클럽(田舍俱樂部)’발족 심포지엄에서 제기한 때부터이다.

최근의 흐름은, 2003년 6월 일본 농림수산성이 공표한 ‘식(食)의 안전ㆍ안심을 위한 정책대강’에서 정책방향의 하나로 산지와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대처 사례로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자 스스로가 안전한 농산물 등을 책임과 자신감을 갖고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도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의 과정 등을 알 수 있는 지산지소를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2005년 3월 내각에서 결정된 ‘식료ㆍ농업ㆍ농촌 기본계획’에서 ‘식료자급률 향상을 향하여 중점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항’의 앞부분에 “알기 쉬운 실천적인 먹거리 교육(食育)과 지산지소의 전국 전개”의 항목을 싣고 있으며, “지역의 농업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지산지소를, 지역의 주체적인 노력으로서 추진한다. 그것에 의해, 소비자가, 생산자와‘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관계로 지역의 농산물ㆍ식품을 구입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의 농업과 관련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한다”고 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2001년 이와테 현을 시작으로, 카나가와 현, 사이타마 현 등 ‘지산지소 추진사업 기구’를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 가고 있는 바, 전국 1800개의 시정촌(市町村) 중에서 약 반수인 900시정촌에서 지산지소 실천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에히메 현 이마바리 시(愛媛縣今治市) 등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추진하는 곳도 있다.

농협인 JA 그룹에서도, 2000년, 제 22회 JA 전국대회에서,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농산물의 공급(Food From JA 운동의 전개)”으로서 ‘지산지소’에 대한 대처의 강화를 명확히 제시하였다. 2003년 제 23회 JA 전국대회에서는, “파머스 마켓을 지산지소 운동의 거점으로서 위치 부여하고, 모든 JA에서 설치하는 것을 촉진한다”고 결의했다.

그해 9월에는, ‘JA 파머스 마켓 헌장’을 만들어서, 기본이념과 운영지침을 명문화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둔 먹거리와 농업(食農)교육의 전개’와 ‘쌀밥을 중심으로 한 일본형 식생활과 먹거리와 농업(食農)교육의 보급’그리고 ‘차세대와의 공생’도 명확히 제시했다.

2006년 제24회 JA 전국대회에서는, “JA 파머스 마켓 헌장에 토대를 두고, 파머스 마켓을 지산지소의 거점으로서 위치 부여하여, 지역경제의 발전에 공헌한다”고 결의했다. 또한 이 대회에서는, “먹거리와 농업을 연결하는 JA 식농교육을 전개하기 위해, 먹거리와 농업의 감동을 발견하고 공유한다고 하는, 공통의 테마로 생산자와 소비자 및 차세대 등의 지역주민이 연대와 제휴할 수 있는 대처로서, 모든 JA는 ‘JA 식농교육 플랜’을 만들어서 실천한다”고 결의했다.

이 같은 지산지소운동은 CSA 운동의 ‘원조’가 되었다고 한다. 그후, 영어로 각색되어서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화가 되어 가고 있다.

한국 생협운동, 정부가 지원해야

한국의 농정 및 먹을거리 정책은 어떤가? 이러한 운동의 단초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운동을 오히려 정부가 지원을 충분히 하기는커녕 방해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농림부의 정책도 겨우 ‘농소정 사업’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정책수준으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소위 애그플레이션 사태를 맞으면서, 식량자급률 향상, 식량주권 확보의 중요성 및 인간에 대한 안전보장(Human Security) 문제의 심각성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우리는 ‘내용면에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요원한 것 같다. 엘리트 관료들의 모습이 이 가을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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