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박박 노힐부득

  • 입력 2008.09.30 18:43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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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전농 의장
창원의 백월산 무등곡 이편과 저편에 두 동무가 도를 닦으려 입산했다. 이들의 이름이 각각 노힐부득과 단단박박이다. 입산을 하면서 두 동무는 도를 깨우치기 전에는 속세의 모든 연을 끊고 용맹정진하기로 굳게 약속을 했다.

어느 날 어두울 무렵 한 젊은 처자가 단단박박의 수도처로 찾아와 먼 길에 지쳤으니 하룻밤 머물 것을 부탁한다. 단단박박은 계율이 엄격하므로 일언지하 거절하였다. 하는 수없이 처자는 노힐부득에게 가서 통사정을 하였다.

노힐부득도 계율이 엄격했다. 하지만 날은 저물고 처자는 지쳐있다.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도를 깨우치려는 것이며 도를 깨우치기 위해 계율을 엄격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생구제가 우선인 것으로 판단한 노힐부득은 처자를 재워주고 아기 낳는 것을 도와주며 목욕까지 시켜준다.

결국 처자가 관음보살이란 것을 알게 되고 처자의 목욕물에 목욕함으로 스스로 부처의 반열에 올라 미륵불이 되었다고 일연의 삼국유사는 전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가 출범한지 일 년이 됐다. 우리는 지난 일 년을 돌아다보면서 이 땅 진보진영의 성과와 한계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민중사회의 과제들을 끌어안고 힘차게 실천할 것에 대하여 결의하기도 했다. 그중에 최우선 과제가 민중과 어떻게 함께 하느냐라는 과제가 제시되었다. 이미 우리는 진보진영의 사고의 미천함과 활동의 구태의연함을 촛불을 통하여 통열하게 반성하며 확인하였다.

계율을 깨자는 것이 아니다. 다리 아픈 자에게 편안한 쉼터처럼, 목마른 자에게 약수터처럼 그렇게 민중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특히 어렵고 힘든 농민들의 처지에서 우리만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아프고 지친 사람들을 돌아보고 살펴보아야 진정한 민중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부연하자면 단단하고 빡빡한 것보다는 노글노글하고 부들부들하게(이두식표기) 민중속으로 가자는 얘기다. 한국진보연대는 우리의 희망이기에...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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