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준비 다 마쳤는데” … 뒤늦은 ‘대출·보증 불가 통보’ 논란

귀농·귀촌 활성화 목적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지원사업’

사업자 선정 전 ‘사전 신용·담보 조회’ 거치나 ‘유명무실’

제도 맹점에 피해 보는 ‘예비 귀농·귀촌인’ 절차 개선 요구

  • 입력 2022.08.07 18:00
  • 수정 2022.08.07 21:1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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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도시민의 안정적인 귀농·귀촌을 돕기 위한 목적의 ‘귀농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지원사업’에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보증과 대출 가능 여부가 여러 준비 단계를 모두 거친 뒤 사업 선정 이후 실제 대출을 시행할 때 돼서야 확정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과천에서 강원도 정선으로 귀농해 인생 2막을 펼치려는 A씨의 꿈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역시 지역을 오가며 100시간의 교육을 모두 수료하고 귀농인 정착지원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였다. 사업자로 선정되고 귀농을 위한 상당 수준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농협과 농신보로부터 날벼락 같은 대출·보증 불가 통보를 받은 A씨는 현재 피해를 호소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A씨는 정선군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지난 2020년 농업기술센터에 ‘귀농인 정착지원사업(주택구입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당해 교육이 취소됐으나, 2021년 A씨는 결국 교육을 이수했다. 이후 올해 초 정선군에 귀농사업계획서를 작성·제출한 A씨는 면접심사를 거쳐 사업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아울러 지난 6월 지역농협 등에 서류 제출까지 마쳤지만, 농신보로부터 정책자금 보증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사람을 두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경기도에서 강원도 왔다 갔다 하며 교육받고 계획서도 전부 작성해 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이제와 농지와 주택을 구입하려 하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단 한 마디 통보뿐이었다. 그걸로 지난 2년이 송두리째 날아갔다”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고, 농협에선 대출이 불가하단 말이 전부다. 애당초 대출이나 농신보 보증이 불가할 거 같으면, 희망을 심어주지나 말지 생업까지 미뤄두고 귀농하려 뛰어든 사람에게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귀농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지원사업 절차는 △농업창업 및 금융상담 △사전 신용·담보 조회 △사업신청서 제출 △서류·현장 심사 및 확인서 발급 △신용·담보 조회 및 대출 △사업추진 △사후관리 등으로 이뤄진다. 사전에 신용과 담보를 조회하는 절차가 존재하나, 지자체 담당자에 따르면 신용조회 정도에 그칠 뿐 대출 가능 여부를 확정 짓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 금융기관에서도 실제 대출을 실행하기 전엔 농신보 보증이나 대출 가능 여부, 대출 가능 규모 등을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 담당자는 “실제 예비 귀농·귀촌인이 대출을 받으려 하면 금융기관에서는 위험 부담을 최대한 낮추려 하고, 농신보에서도 사실 담보가 부족하면 원하는 만큼의 보증·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며 “지자체 역할은 귀농·귀촌 교육과 지원사업 대상자 선정이 전부지만, 예비 귀농·귀촌인 대다수가 대출이나 보증 등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지자체 담당자조차 추후 확인 가능한 대출·보증 여부를 사업의 ‘맹점’으로 지적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부분 지자체에선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별도의 금융권 사전 상담 등을 당부하고 있으나 이 역시 대출·보증 가능 여부에 대한 확답을 얻기엔 부족한 부분이 여전하다.

한편 농신보 보증의 실효성은 이미 청년농민들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농신보는 담보력이 미약한 농림수산업자에게 신용보증서를 발급함으로써 농림수산업자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원활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나, 담보 미약을 이유로 청년농민의 보증 대출이 거부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예비 귀농·귀촌인들 대상의 보증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인 셈이다.

A씨는 “고령화된 농촌에 사람이 없어 도시민의 귀농·귀촌을 지원한다는 사업 목적은 어디 간 건지 겪고 나니 분통한 마음밖에 안 든다”며 “얘기 들어 보니 나만 이런 것도 아니다. 절차가 그렇다고 하는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라도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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