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신경분리 빠진 속임수 개혁안”
정부 18일 농협법 개정 입법예고

“농민 조합원 의견 수렴 않고 일방적 추진
“중앙회는 조합 지도, 농정활동 수행해야”

  • 입력 2008.09.30 14:50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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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8일 농협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농민들은 농민조합원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중앙회로부터의 신·경분리가 빠진 껍데기개혁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 농민단체들의 의견들 종합해 문제점들에 대해 요약 정리했다.

▲본질적인 개혁 없는 개정=농민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농협법 개정에 대해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선 등의 주요 내용은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본지 상임고문)는 “현 단계의 농협개혁은 농협중앙회의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지역농협의 조직개편과 구역합병 등은 분리된 새로운 중앙회의 지도에 의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김 교수는 따라서 “중앙회로부터의 구체적 신경분리 방안이 없는 농협법 개정안을, ‘경제사업활성화와 신용사업 건전화를 위한 사업분리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농식품부의 발표는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 농협법 개정에 대해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3월에 열린 농혁개혁위원회 현판식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진정 농민들의 의견수렴 의지가 있다면 개정법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농민과 농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일방적으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해 만든 중앙회만의 개혁과제에 대해 지역조합장들의 의견정도나 취합한 것으로 책임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근본적인 것들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선, 시군지부 폐지 등의 본질적인 내용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이 정도의 개정으로는 농협개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본질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언급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운동본부 대표도 “이번 법안은 한마디로 숲은 못보고 숲속의 나무 몇 그루 잔가지 치는 개정”이라고 혹평하면서 “2017년까지 신·경분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 없이 일부 지엽적인 문제들을 갖고 개혁안이라고 발표한 새 정부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전국농협노조(위원장 서필상)도 지난 23일 발표한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전국농협노조의 기본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은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너트리겠다는 의지의 노골적인 실체화”라고 비판했다. 또한 농협노조는 “협동조합의 본질적 가치를 확실하게 협동이 아닌 경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역합병 통한 지역조합간 경쟁유도=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군단위 광역 합병화를 위한 조합원 선택권 부여와 시군단위 조합설립을 가능하게 한 점이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특히 농식품부는 개정 취지에 대해 조합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조합원의 조합경제사업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협동의 원칙에 위배되고 있다. 농협노조는 “지역조합 상호 간 경쟁체제를 안착시켜 지역조합들을 정리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며, 농정 실패의 책임을 조합을 선택한 조합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농 관계자도 “경제사업의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조합선택권은 자칫 약육강식의 일방적 합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신용사업 중심으로 개편= 농협노조는 이번 개정안에서 신용사업 출자한도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조정하고, 조합공동사업법인과 자회사 설립 출자한도도 20%에서 30%로 높이면서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을 담당하겠다는 것은 금융지주회사, 종합금융그룹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반농협적 작태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을 분리하고, 중앙회는 회원조합 지도·감독, 농정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과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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