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꿀벌산업과 생물다양성의 위기

  • 입력 2022.06.12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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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천 홍익대 교수
사동천 홍익대 교수

 

 

지구온난화와 기후급변으로 인해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생태계의 최대 위기가 닥친 것이다. 세계는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주된 원인으로 진단하고 탄소중립 실현으로 대응하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그마저도 지구 전체의 생태계 보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견된다.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사스, 코로나19에 이어 최근에는 원숭이 두창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학자들은 대체로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로 진단한다.

일부 학자 중에서는 오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치명적이고 강력한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케 한 중세의 흑사병에 버금갈 것이라는 예견도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태계 보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 특히 토종꿀벌의 경우 봉충낭아부패병으로 인해 거의 사멸했다. 아직도 치료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토종꿀벌에 의해서만 종족을 보전할 수 있는 수많은 식물들도 사라져가고 있다.

비교적 생존력이 강하다는 서양종 꿀벌은 어떤가? 이들도 기후급변에 무력하다.

지난해와 올해 초 우리는 서양종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꿀벌이 식물의 수정에 기여하는 정도는 70%를 넘는다. 나머지 30%는 바람과 나비 등에 의해 수정이 이뤄진다.

이미 생태계는 상당히 단조로워져 있다. 꿀벌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지는 식물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동식물들은 점점 멸종되고 있다.

비교적 생물다양성이 잘 보전되던 우리의 강산은 소나무와 참나무로 단조로워지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과수 농가는 사람의 손으로 화분수정 작업을 한 지 오래됐다. 꿀벌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까?

필자는 올해 봄 주요 밀원수인 아카시아꽃이 개화할 때 백두대간 일부를 둘러봤다. 군데군데 끝없이 펼쳐지는 밀원수의 꽃들로 만개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 칩거에서 벗어난 상태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꿀벌이 없었다.

간혹 자연에 생존하는 이름 모를 벌이 찾아올 뿐이었다. 밀원수가 집단화된 곳에서부터 생물다양성의 확산을 도모해야 한다. 꿀벌은 반경 4km 범위 내에서 꽃꿀을 채집한다. 꿀벌의 활동반경이 넓지 않다.

그런데 밀원수가 집단화된 곳에는 접근할 수 있는 양봉장이 전혀 없었다. 생태계 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벌꿀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 분명 양봉장 조성에 관한 법규도 존재하는데, 그동안 관련 부서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물론 국유림도 있고 사유림도 존재할 것이지만, 헌법상 생태계 보전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고려하면 국유림이든 사유림이든 관계없이 국가가 임의로 양봉장을 조성할 수 있는 관련 법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꿀벌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환경부 등 관련 부서가 나눠지면서 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국무총리 직속으로 관련 부서를 꾸려서라도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무너진 생태계의 복원에는 짧게 잡아도 30년 이상이 소요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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