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속 ‘GMO 수입’ 딜레마에 처한 세계

이집트, 식량위기 타개 목적으로 GM 밀 카드 만지작
식량·곡물 수급 위기로 EU ‘Non-GMO 원칙’도 위기

  • 입력 2022.05.2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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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밀 생산자단체가 ‘공공비축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 예산 확보가 수년째 불발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내년 예산을 ‘수매비축 예산'으로 전환해 현실화 한다는 계획이다. 한승호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위기 상황에서, 유전자조작먹거리(GMO)라도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세계 각국의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전남 보성군의 한 밀밭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밀. 한승호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위기 상황에서, 유전자조작먹거리(GMO)라도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세계 각국의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밀의 경우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0%(세계 최대), 우크라이나는 9%를 차지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로부터 대량의 밀을 수입해 왔다. 그러나 전쟁에 따른 양국의 수출 제한 조치, 설상가상으로 세계 3위 밀 생산국인 인도의 밀 수출 전격 금지 등으로 인해 밀값 폭등, 나아가 밀 자체를 구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몇몇 국가들은 대안으로 GM 밀 카드를 만지작댄다. 대표적인 국가가 이집트다. 지난 10일 인도 언론 ‘크리쉬 자르간’에 따르면, 이집트 원자력에너지청(EAEA)은 농업 연구자들이 GM 밀의 변종을 수확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당국은 해당 GM 밀 품종이 염분 및 가뭄 저항성이 높으며, 생산량이 1에이커당 4톤을 초과해 기존 이집트 밀 대비 1톤 가량 생산량이 높았다고 밝혔다.

아므르 엘 하지 EAEA 사무총장은 “변종 GM 밀의 재배는 이집트 현지 밀 생산량을 33% 증가시켜 밀 수입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는 그동안 미국산 GM 대두·옥수수 일부 수입 이외엔 GMO 종자 수입 및 재배를 금지해 왔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로부터 밀을 수입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초, 헤샴 엘 호사리 이집트 하원 농업위원장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국제적·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국가가 GMO 농산물 재배를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진국들도 식량·사료 수급에 어려움이 닥치자 GMO 농산물 및 사료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 6일 호주와 뉴질랜드는 아르헨티나 바이오세레스 사가 개발한 가뭄저항성 GM 밀 ‘HB4’의 식품 사용을 승인했다. 바이오세레스 측은 HB4 밀이 가뭄저항성이 높다고 홍보하면서 호주·뉴질랜드에서의 ‘재배 승인’도 받아내고자 한다.

한편 유럽연합(EU)이 그동안 고수해 온 ‘GMO 반대’ 원칙은 식량·사료수급 위기 속에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3월, 루이스 플라나스 스페인 농업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 수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남미와 미국으로부터의 GMO 곡물 추가 수입을 위해 EU의 GMO 곡물 수입 금지조치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자고 제안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동물사료 주원료인 옥수수 수입 난항을 해결하고자 남미·미국의 ‘제초제 포함 농산물’에 대한 수입 면제도 촉구했다. EU에 따르면, EU 전체 옥수수 수입량의 절반 이상인 약 7,200만톤이 매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된다. GMO 곡물 수입 규제 원칙을 고수해 온 EU로서는 미국·남미의 GMO 사료보다 우크라이나산 Non-GMO 사료를 선호해 왔기 때문이다.

스페인 농업부 장관의 제안은 일부분 현실화됐다. 지난달 초 스페인은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생산량 손실 및 수입 차질을 해결하기 위해 2주간 미국·브라질 등으로부터 살충제 함유 GM 옥수수 수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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