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에 꾸는 개꿈

  • 입력 2008.09.16 23:22
  • 기자명 김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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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재 <경남 창원시 동읍 월잠리>
분명히 우리 동네 할머니들의 설명으로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아래턱이 빠져서 사람을 물지 못한다.’고 하더니, 우리 동네 모기는 상강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여전히 설친다. 올해는 태풍 한번 없이 지나간 우리 지역은 모든 과일도, 쌀농사도 풍년이다. 남부지방이다 보니, 영세한 농가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쌀농사보다는 아무래도 하우스농사로 주생활을 꾸리는 농가가 많다.

자연스레 벌써 내년의 하우스 농사를 준비하며 나름대로의 작목을 정하면서도 올해의 농산물 가격은 걱정이 태산이다. 내년은 내년이고 올해 당장 인근의 단감농가는 가격이 형성되기는 글렀다고 울상이고, 소 값은 떨어지고 사료 값은 올랐다고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 되어가고 있는데도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올라간 농산물 때문에 도시의 소비자가 어렵다니 멧돌의 손잡이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매년 폭락하는 채소값에도 소비자 가격은 꿈쩍 않았고, 사료값이 폭등하고 소값이 폭락해도 쇠고기의 소비자가격은 내리지 않았다. 그런에도 정부의 그 많은 부처중에서 책임지는 부서는 없고, 오로지 농민 탓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그 꼬라지를 그대로 몰고가니 죽어나는 건 농민이다. 처서가 지나도 모기는 여전히 우리 농민의 일상을 괴롭히고,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면서 들어선 정부의 어느 구석에서도 약속에 대한 믿음이 없다.

곧 열심히 일한 농민의 가을 수확이 다가온다. 우리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일하며 살아야하는 우리에게 약간씩이나마 일한 댓가의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졌으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여전히 우리에게 강한 어려움이 예상되어진다.

틈틈이 만나는 이웃에게는 조금만 더 버티자고 말한다. “이리 급속도로 농업이 줄었으니까 반드시 좋은 날이 옵니다.” “조합이나 농민조직을 중심으로 농민들이 힘을 모아야합니다.” “어렵다고 주저앉아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버팁시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민에게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면서 올해도 보내고 있다.

나는 감히 상상한다. 단 5일만 농산물을 출하하지 않는다면, 도시는 어떻게 될까? 물론 도시민이 굶주리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단, 5일만 농산물 출하를 거부하면…

“…먹을거리가 부족한 도시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없어진다. 도시사람들이 나서서, 농촌의 지원을 요청한다. 농업의 중요성이 확실히 부각되어지며 많은 사람들을 농업에의 투자에 궁시렁거리지 않는다. 정부와 농협이 나서서 농산물의 제값받기를 설쳐가며 떠들어 되고 실행한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직접 농촌으로 농산물을 구매하러 온다. 국회의원들은 농촌의 교육, 문화여건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고 떠들어 된다. 농업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알게 하기 위해 일년에 5일 씩은 의무적으로 농촌에 머물면서 농사일을 하게 한다.

은퇴 농민들은 국가가 훈장을 수여하고,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연금을 지급한다. 도시의 주요 상수원이 농촌에 있음을 자각한 정부와 도시민이 합의하여 물 아껴 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잉여자금을 마련하여 농촌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중장기 방안을 강구한다…” 5일만, 5일만 농산물 출하를 거부하면.   

윗 채에서 아내가 한소리 한다. “몸도 안좋다는 사람이 내일 일은 우짤라고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았능기요? 빨리 자소!” 처서가 지났는데 이놈의 모기는 어디로 들어와서 나를 괴롭히는가? 동네 할머니들 이야기 믿지 말고, 상상 아닌 상상 그만하고 자러 가야겠다. 아이 셋을 낳고 나니 요즘은 아내가 무척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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