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 입력 2008.09.16 21:47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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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전농 의장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필시 한가윗날이 풍요로운 가을이며 모든 곡식과 열매로 한가위를 풍성하게 지내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위는 중추절, 가배, 가위, 추석 등으로 불린다. 한가위 풍습은 이미 가야시대부터 이어져 왔으며, 이날 서양의 추수감사절 같은 행사들을 했던 것으로 삼국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성묘를 하며 송편을 빚고 토란국을 끓여 먹었다. 밤이면 동산에 올라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밤늦도록 강강수월래 등을 하며 놀았다.

올해는 추석이 계절을 당겨서 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산업화와 더불어 새로운 풍속이 돼버린 민족의 대이동이란 것을 한다. 아직도 우리 민족정서는 농촌에 있다. 조상들 묘에 성묘를 해야 하고 집안 어른들을 찾아 뵈어야 한다. 쓴 쇠주라도 한 병들고 찾아가는 고향마을은 어미의 젓 가슴 마냥 넉넉하고 포근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런 정서와 고향을 빼앗으려는 힘이 있다. 그것이 우루과이라운드이며 WTO고 DDA이며 FTA인 것이다. 이 땅에 농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중 상당한 부분이 국민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들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을 우리는 지켜왔다. 모두가 호밋자루를 내던지고 고향을 떠났어도 우리는 고향을 묵묵히 지켜 내었다. 쥐뿔도 희망이 보이진 않지만 스스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고향을 지키며 싸워야 하는 까닭인 것이다.

이번 한가위는 그냥 예사 한가위가 아니라 앞으로도 조상께 성묘하고 어른들을 찾아뵈며 우리의 유구한 전통과 생명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는 추석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농사 짓자라는 펼침막이 마을 앞에 내 걸리지 않도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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