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PTPP 앞에 선 청년농의 절규

  • 입력 2022.04.10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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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4일, 전국 각지의 농어민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이른바 초대형 FTA로 불리는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날 취재를 위해 집회현장을 찾은 나는 자리를 잡고 수천 명의 참가자 면면을 살폈다. 시선은 이내 또래로 보이는 청년들에서 멈췄다. 나이 지긋한 농어민들 사이에서 그들이 들고 있는 만장(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것)에는 ‘농촌에서 농사지으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다 죽으란 거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의 호소가 과한 걸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15년간 농림축산물의 생산 감소액이 한 해 평균 최대 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입을 앞둔 중국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 막 농업에 투신한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넘어 좌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에 반해 관계부처가 내놓은 농업분야 피해보완 대책 방향은 추상적이기 그지없다. 지난 3월 공개된 CPTPP 공청회 자료집을 보면 ‘충분한 피해보전 도모’, ‘안정적 수요기반 확보’, ‘공익직불제 확대개편’ 등이 명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청년농 관련 대책 방향은 ‘청년·후계농 육성’ 7글자로 요약됐다.

농업이 지속하려면 청년이 필요하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0세 미만 청년 농업경영주는 전체 농업경영주의 1.2%에 불과하다. 청년농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정책에도 지난 2010년 2.8%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년농 3만명 육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청년농 육성을 위한 전담조직 신설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현장에서 땀 흘리는 청년농을 붙잡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농업에 청춘과 일생을 걸었지만, 정부는 농업을 하는 청년들의 밥숟가락을 뺏고 절벽 끝으로 내몰고 있다. 청년 농업인의 꿈과 미래를 짓밟는 CPTPP 가입 시도를 멈춰달라.” 이날 집회에 참가한 청년농의 절규가 헛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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