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국제곡물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밀 수출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시작됐고 이상기후로 남미지역 농작물 작황 부진까지 겹친 탓에 곡물 공급 차질이 우려되면서 거래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밀은 지난 2008년 세계식량위기 이후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곡물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안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곡물가격을 진단할 수 있는 시카고선물거래소 곡물선물가격이 연일 상승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시카고선물거래소는 지난 1848년 농산물 선물거래(미래의 일정 기일에 물건 인수를 전제해 현재 가격으로 미리 물건을 사거나 파는 일)를 목적으로 설립된 세계 제일의 상품거래소다. 이곳에서 형성된 옥수수·밀·콩 등의 농산물 가격은 국제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 7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 곡물선물가격(5월물 정산가격)은 △밀(적색연질밀, SRW) 475.46달러(톤당) △옥수수 295.56달러(톤당) △대두 584달러(톤당)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평균선물가격이 258달러였던 밀은 84%나 폭등한 수준이며, 옥수수는 31%(2021년 평균가 225달러), 콩은 22%(2021년 평균가 501달러) 각각 높은 값이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주간곡물시장 동향 자료(2월 28일~3월 4일) 역시 주요 곡물의 폭등장을 확인시킨다. 전주대비 △밀(SRW)은 28.7%↑ △옥수수 8.6%↑ △대두 2.2%↑ △쌀(벼) 4.8%↑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aT의 품목별 곡물시장 주요 이슈를 보면 밀의 미국선물시장 동향과 관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악화에 따른 공급 측면 우려로, 소맥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소맥의 경우 “14년(2008년 세계식량위기 당시)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교전으로 ‘흑해 항구’가 폐쇄됐고, 짧게는 60일 길게는 90일간 폐쇄될 것으로 보여 흑해지역에서의 수출이 봄까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외신을 인용했다.
옥수수와 대두 모두 ‘전쟁’이 가격인상 요소로 작용하지만, 남미지역의 가뭄도 근저에 깔렸다. 옥수수는 2021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9% 출하량이 차단돼 수입업자들이 대체공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두 선물가격도 옥수수·소맥 가격 강세에 동조세를 보이며 상승마감을 하고 있다. 쌀에 대해 aT는 외신보도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쌀이 밀의 대안이 될 것으로 상인들이 기대하면서 세계 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쌀 가격은 2020년 5월 이후 가장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식량안보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차례 ‘국제곡물자문위원회(위원장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 회의를 열어 대책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료와 식품업계의 원료구매자금 지원, 사료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 할당물량 증량(무관세 적용) 등 단기처방이 전부다.
반면 일본의 경우 수입밀 가격 폭등 대책 중 하나로 자국 밀 사용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10일자「일본농업신문」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수입환경 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국내 범용성(빵·국수 등) 높은 품종 △수입밀과 혼합해 품질을 보완할 수 있는 국산품종 등에 주목하고 △수요를 파악해 국산밀로 대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