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발 위기, 사료값 폭등 불 지른다 

불안 속 두 나라, 전 세계 밀 공급 1/3 담당
국제 시장 밀 가격 이미 15% 가까이 치솟아

  • 입력 2022.02.27 12:1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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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처(USDA FAS)가 작성한 우크라이나 밀 생산현황. 분쟁 구역인 돈바스(Donetska·Luhanska) 지역 및 그 인접 주들의 밀 생산량 비중은 전체의 40%에 이른다.미국 농무부 제공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처(USDA FAS)가 작성한 우크라이나 밀 생산현황. 분쟁 구역인 돈바스(Donetska·Luhanska) 지역 및 그 인접 주들의 밀 생산량 비중은 전체의 40%에 이른다.미국 농무부 제공

 

세계 밀 공급량의 1/3을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강도 높은 분쟁에 휩싸이면서 국제 곡물 시장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히 밀의 경우 연일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어, 최근 부쩍 높아진 제반 비용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는 ‘무기화된 식량’으로 인해 당분간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체 원료를 찾고 배합 비율을 조정해가는 등의 조치로 수급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열린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 ‘국제곡물 수급대책위원회’를 통해 국제 곡물 가격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우려가 있어 즉시 대응태세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비중을 고려하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곡물 가격의 정점이 더욱 치솟아 국내 사료업계와 축산농가가 피해를 면키 어렵다는 전망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사료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사료용 밀과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으며, 현재 사료용 밀의 경우 7월 말,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6월 중순까지 소요되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계약 물량은 사료용 밀의 경우 내년 2월 말, 사료용 옥수수는 내년 7월 말까지 확보한 상태다.

사료용 밀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에 총 183만톤이 수입됐는데, 이 중 우크라이나산은 28만7,619톤으로 약 15.7%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 사료용 밀을 공급하는 나라들 가운데선 미국(56만5,620톤), 불가리아(40만1,603톤), 루마니아(30만7,073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양을 제공하는 국가가 바로 우크라이나다. 다섯 번째 역시 이번 분쟁 당사국인 러시아로 지난해 11만6,123톤을 우리나라에 수출했다. 두 나라가 제공하는 물량을 합치면 전체 수입량의 22%에 이른다. 

사료용 곡물은 수출국의 입찰 가격에 따라 수입할 원산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설령 이들 지역에서 공급이 끊기더라도 노선을 변경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가격이다. 각각 밀 수출량 기준 전 세계 1위(러시아)·5위인 두 국가가 국제시장에 공급하는 밀의 양은 전체의 1/3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공급 차질이 벌어진다면 전 세계 시장이 요동치지 않을 수 없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분쟁 지역인 ‘돈바스’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이 나라 밀 생산량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주산지라는 점, 그리고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곡물을 무기로 활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격 폭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연구원 세바스티앙 아비스는 ‘에코’지와의 인터뷰에서 “밀은 점점 더 지정학적 무기가 되고 있다”라며 “세계 질서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식량과 연결돼 있다. 주요 곡물인 밀 공급의 불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제 시장 가격은 연일 최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곡물 가격 기준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은 지난 18일 부셸(27kg) 당 7.98달러였으나 22일에는 8.44달러, 23일에는 8.76달러, 24일에는 9.24달러로 한 주에만 15% 가까이 치솟았다. 비교적 밀 자급률이 높은 유럽 지역조차 여파에 흔들리고 있어 국내 관련 산업이 가격으로 인한 타격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유럽전자거래소 유로넥스트(Euronext)에 따르면 유럽시장 3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은 지난 23일 1톤당 287유로에 육박했는데, 지난해 11월 기록된 근래 최고점(308.5유로)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농식품부는 현지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면서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곡물 수급대책위원회’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고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우선 가격 상승 시 업계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사료 647억원·식품 1,280억원, 금리 2.5~3.0%)의 금리 인하 및 지원 규모 확대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수급 불안 대비책으로는 사료곡물 대체 가능 원료(겉보리, 소맥피 등)에 대한 할당 물량 증량, 주요 곡물 국내 반입 시 신속처리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사료업계와 협의 하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기계약물량 도입이 어려울 경우 타 원산지로 변경 △신규 계약 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원산지로 입찰 추진 △사료용 곡물의 안전재고 일수 확대(30→60일) 및 밀-옥수수 사이 배합비중 조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으로 인한 국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각별히 점검하고,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겠다”라며 “업계 차원에서도 주요 곡물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안정적인 원산지로 물량 계약, 사료원료 배합비중 조정 등 수급 안정 조치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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