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과 신자유주의

  • 입력 2008.09.07 16:06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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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전농 의장
창세기 11장9절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류역사의 초기, 즉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 노아의 후손들은 다시 바빌로니아 땅에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도시를 건설하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세웠다.

성경에 기록된 그들의 탑 건축 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탑을 쌓아올려 자기들의 이름을 떨치고 홍수와 같은 야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야훼는 탑을 건축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언어를 혼동시켜 멀리 흩어지게 함으로써 탑 건축이 중단되게 했다. 이 탑을 바벨탑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여기서 인류의 욕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바벨탑의 저주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바벨탑이 무너진 이유를 하나님의 의지로 언어를 상통하지 못하게 해서 무너뜨렸다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경적 해석이고, 우리는 보다 현실 해석을 내려야한다. 대홍수 이후 인류는 대단한 호황기를 맞아 바빌로니아라는 대도시를 건설했을 것이다.

그 도시의 자본은 아마도 거대한 탑을 건축함으로써 스스로의 몸집을 키우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자본으로는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는 무리한 건축으로 부도를 맞았을 것이고 건축은 중단됐을 것이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잉여자본의 흐름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지도자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모두 두바이를 방문했다고 한다. 또한 신문들은 앞 다투어 두바이의 기적이라는 제하의 기획기사들을 취급했다. 사막에 인류의 꿈을 짓는다 라며 벤치마킹을 부르짖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도 여기저기서 고층빌딩 건축계획이 발표 된 걸로 안다.

조순 전 총리의 지적처럼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 최성기의 맨 끄트머리쯤 와있다고 한다. 세계금융자본들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머리를 쥐어 짜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영원한 증식을 위해서 천문학적 투자처를 만든 것이 두바이처럼 170층이나 되는 초고층 빌딩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잉여자본의 흐름들은 세계도처에서 위력을 나타내며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의 희망을 앗아가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속성엔 적자생존만 있을 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스러움이 제외되어 있어 스스로 폐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특히 농업은 자유경쟁의 구조에 맡겨두면 심각한 분배의 왜곡으로 인류를 파멸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또한 농민들을 농업노동자로 예속화 시켜 농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는 바벨탑의 교훈을 잊고 있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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