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책간담회-사례발표] 네덜란드, ‘순환농업’으로 기후위기 대응

사례발표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겔라레 나더 농무참사관 초청

  • 입력 2021.11.28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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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선도적으로 탄소중립 전환을 고민했고 실제 효과적인 탄소감축 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 중 농업강국 네덜란드는 지난 2018년 기후위기에 대응해 ‘순환농업’으로 전환했다.

지난 23일 위성곤 국회의원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한 국회 정책간담회에서 겔라레 나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농무참사관은 ‘기후위기 대응 농업정책’ 사례로 순환농업과 폐기물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이어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이사장, 박일진 농특위 축산분과장,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이 분야별 질의를 해 순환농업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날 정책간담회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겔라레 나더 농무참사관 초청 ‘네덜란드 기후위기 대응 농업정책 국회 간담회’에서 겔라레 나더 농무참사관이 본국의 농업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겔라레 나더 농무참사관 초청 ‘네덜란드 기후위기 대응 농업정책 국회 간담회’에서 겔라레 나더 농무참사관이 본국의 농업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사례 발표] 겔라레 나더(Galare Nader)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농무참사관 

“농업은 중요한 산업, 순환농업 실천에 생산부터 소비까지 동참”

순환농업 성공에 3가지 조건 제시
농산물에 대한 ‘공정한’ 가격
농업과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
누구나 참여하는 공정한 경쟁

겔라레 라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농무참사관.한승호 기자
겔라레 라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농무참사관.  한승호 기자

지난 2019년 여름에 한국에 와서 2년 반 동안 농업분야의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네덜란드는 전 세계에 많은 ‘농무참사관’을 파견하고 있는데, 전 세계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협력하는 것이 우리의 업무 중 하나다. 네덜란드는 한국의 절반도 안되는 작은 나라지만 농식품 수출 규모가 미국 다음인 세계 2위다.

농가소득과 도시소득 비슷한 규모

네덜란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면 식량안보지수 1위이고 세계 1위 농임업대학인 와게닝겐대학이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8.3%를 농업이 차지하고 있다. 농업분야 고용도 10%를 차지하며 세계 25대 식품기업 중 3개 기업이 네덜란드 기업이다. 농가 수가 5만3,906농가로 한국(120만농가)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작으나 1인당 경지면적은 한국(1.5ha)보다 월등히 많은 33.8ha 규모다. 도시와 농촌 소득 수준도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농민이 되길 원한다. 이처럼 농업대국인 네덜란드가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지 설명드리겠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처럼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부처가 네덜란드에선 농업·자연·식품품질부다.

농업과 자연을 한 부처에 담당하고 있기에 많은 융합적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농업과 자연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고, 자연에 대한 책임 문제에 농업부는 균형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만큼 농림부 역할이 중요하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의 한 국가이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농어업분과 회의와 유럽의회에 장관이 출석해 질의응답을 한다. 정책이 수시로 공개되고 모두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만 농업정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인데,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해 질문을 하다 보니 적극 참여해 그 결과도 함께 책임지는 구조다. 이 점이 네덜란드 기후위기 농업정책의 가장 큰 성공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네덜란드는 지난 2018년에 ‘순환농업’으로 전환했다. 전통농업은 화학비료, 농약 등을 많이 투입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이같은 생산주의 농정은 배출도 많아져 자연에 피해를 주고 기후변화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회적 성찰이 시작됐다.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결론은 ‘순환농업’이었다. 최소한의 자재를 투입해 농업생산을 하고, 잔류물질은 다른 분야에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 폐기물을 줄이고 있다.

‘순환농업’이 성공하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농산물의 공정한 가격이다. 관행농법에서 전환한 농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사업을 혁신하고 유지하며 나아가 후계인력도 형성될 수 있다. 동물복지 축산을 하는 농장과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들의 활동에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대규모 사용자 모두 겸비해야 하는 자세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를 좁히는 것이 동반돼야 한다. 셋째 공정한 경쟁이다.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이끌어가는 것은 혼자 가능한 일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 공동의견을 만들어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원자재 최소투입, 폐기물도 재사용

순환농업은 농업과 식품공급 사슬에서 발생하는 잔여물(작물 잔사, 음식물쓰레기, 가공폐기물, 퇴비, 비료 등)을 재사용하거나 재처리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축산업에선 가축 먹이를 인공사료 대신 직접 재배한 농산물 사료나 식품잔여물을 먹이는 것을 뜻한다. 양돈 및 가금업계의 여러 선도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수준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작지와 목초지에서 나오는 작물 잔사나 퇴비로 만든 고품질 유기농 비료를 사용해 화학비료 사용도 감축한다.

순환농업에 소비자 역할도 중요하다. 저비용 고편의성을 추구하던 방식을 바꾸고 음식물쓰레기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3분의1이 손실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식량낭비 비율을 따져보면 소비단계 낭비가 50%로 가장 높다. 놀랄만큼 많이 낭비되고 있으며, 그만큼 소비단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이런 다양한 노력이 빚은 농업분야 순환 모델의 이점은 △현재 가용 농지로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식량을 공급할 수 있고 △한 생산라인의 폐기물이 다른 라인의 원재료가 될 수 있으며 △순환경제 전력으로 56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2050년 전체 식량시스템 배출 예상량의 49%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100% 순환농업은 이론상의 얘기이나 농업·식품 시스템을 좀 더 자연적으로 전환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면 식품쓰레기를 줄이면서 농지 활용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순환농업은 결국 지구·생물다양성·농민·소비자·동물 모두를 존중하는 농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농업분야 배출량 감소 방안 ‘무궁무진’

네덜란드에는 순환농업과 순환식품시스템을 적용한 우수한 사례가 많다. 축산물 폐기물을 순환해 바이오매스, 질산비료를 만들고, 와게닝겐대학과 협력해 한 마을이 공장을 운영하면서 축산폐기물에서 요소를 뽑아내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버려지던 못생긴 채소를 수프로 가공해 성공한 기업,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가축의 사료·발효비료로 만든 기업 등이 모두 폐기물 발생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프로틱스(protix)’라는 기업은 곤충 동애등에를 사육해 음식물쓰레기를 재활용한 사료를 줘 비료를 생산한다. 하수처리해 오던 인분에서 인산요소를 걸러내 비료를 만드는 기업, 버려진 오렌지껍질을 수거해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기업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듯 곳곳에서 농업을 기반으로 한 혁신 기술로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순환농업은 여전히 더 많은 개발 분야가 존재하고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한국과 네덜란드가 농업분야 협력을 강화해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대응한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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