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않은 쌀값 하락 정책, 당장 폐기하라!”

농민의길, 쌀값 하락 조장·농작물 재해 무대책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 
쌀값 지키러 나온 농민들, “정부부터 법 지켜라, 30만톤 시장격리하라!”

  • 입력 2021.10.27 08:30
  • 수정 2021.11.01 00:04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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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26일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 모인 농민들이 "벼값 kg당 2,000원 보장하라! 안심하고 농사짓게 농업재해보상 제정하라! 농민을 다죽이는 자유무역협정 중단하라!"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6일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 모인 농민들이 "벼값 kg당 2,000원 보장하라! 안심하고 농사짓게 농업재해보상 제정하라! 농민을 다죽이는 자유무역협정 중단하라!"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확과 겨울작물 파종으로 바쁜 농번기에도 농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26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박흥식, 농민의길)은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 앞에서 쌀값 하락을 조장하는 농식품부와 농산물재해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문재인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농민의길에 따르면 벼 수확량이 소비량 대비 3% 이상 증가하거나 쌀 가격이 전년 대비 5% 하락 시 자동격리가 이뤄지도록 양곡관리법이 개정됐으나 정부는 지난 15일 벼 생산량이 전년대비 8~9%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통계청 발표에도 시장격리를 미루고 있다. 게다가 농식품부가 RPC조합장들과의 회의에서 물가안정을 핑계로 쌀 거래가격을 낮출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위적으로 쌀값을 떨어뜨리려는 정부에 대항해 스스로 쌀값을 지키기 위해 농민들이 나선 것이다.

또한 이날 집회에서 농민들은 쌀값 보장과 함께 기후위기로 인한 농작물 재해에 대비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벼 1kg 2,000원 보장하라! 안심하고 농사짓게 농업재해보상법 제정하라!” 구호를 외치며 집회가 시작됐다. 

첫 발언에 나선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10월 초 안성에 우박이 내려 수확을 앞둔 나락 80%가 바닥에 떨어졌다. 탈곡하면서 수확할 것이 없다. 가을장마로 전국에 유례없는 피해가 막중하고 배추 무름병으로 하루 지나면 배추가 나자빠지는 현실에서 정부는 물가 잡는다고 농민들을 잡고 있다”며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금을 없애고 자동격리제를 통해 법적 보장을 약속해놓고 나락값을 떨어뜨리려 하는 작태를 보고 이 자리에 왔다. 재해, 가격, 공급, 농민소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11월 농민총궐기를 통해 지금의 농업정책을 갈아엎고 새로운 농정틀을 만드는데 함께 해달라”고 농민들을 향해 발언했다.

정홍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나락 베고 보리 심고 할 일이 태산이지만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풍년에도 쌀은 똥값이고 흉년이 들면 농민들 주머니는 빈털터리가 된다. 쌀 한톨 생산하기 위해 많은 수고와 땀을 흘리지만 벼 1kg에 2,000원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언발에 오줌누는 방식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쌀목표가격제도가 없어지고 수급안정을 위한 양곡관련 법규들이 생긴 것인데 농식품부는 꼼수를 써서 시장격리를 미루고 있다. 쌀값 안정과 내년 공공비축미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당장 시장격리 발동하라. 책임지고 농민들과 약속했던 정책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서 김충근 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은 “64년만에 기습한파로 사과 수확을 목전에 두고 힘든 상황이다. 추석에도 사과가 똥값이었다. 3만5,000여 사과농가 중에서 1%를 제외하고 나머지 80%는 생산비도 못 건진다. 정부에서 농작물 보호해줘서 농민들 생활을 영위하게 해달라”며 “농작물재해보험은 과수 봄 동상해 보험 들라더니 50%로 보상비를 줄이고 내년에는 봄 동상해 부문을 아예 없앤다고 하는데 이것이 농민을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농민이 세운 문재인정부에서 4년동안 농민의 ‘농’자도 볼 수 없었다. 중소농과 여성농민의 설자리는 더 줄어들고 있다. 2%대 예산 말고 농민 인구에 비례한 예산을 세워라. 코로나와 기후위기로 다른 나라는 수출을 차단했는데 자급률이 바닥인 우리나라는 대책이 없다. 관료화된 대한민국 농정, 이대로 두고볼 수 없다. 11월 17일 농민대개혁 이루고 함께 투쟁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현장발언에 나선 경기 여주에서 농사짓는 전용중 농민은 “정부는 교육비, 의료비, 부동산으로 물가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제일 만만한 농산물로 생색내고 있다. 땅을 돈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농업정책을 맡고 있다”고 비판하며 “농민무시·농업포기, 김현수·홍남기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쳤다.

계속해서 한제희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2021년 쌀값은 최악의 흉년인 2020년 생산량의 결과다. 그 결과 국가 창고는 비어있어 긴급 상황에 쓸 물량도 없다. 자동시장격리가 발동되면 가격을 위협할 요인이 없는데도 정부는 물가 운운하며 쌀값 낮추기 정책을 펴고 있어 현장에서는 벼값이 요동치고 있다”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은 “한 가구가 월 1,000원을 지출할 때 농산물 구입비용은 65.4원에 불과하다. 공업제품은 333.1원이고 서비스·기타 비용은 551원이다. 물가상승의 주범은 따로 있다. 일상화된 기후위기는 농업의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생산량 급감을 방치하고 농민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식량생산 자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물가만 운운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농민들은 국가로부터 어떠한 피해도 보전받지 못했다. 기후위기에도 근본적 대책수립 흉내도 내지 않는 문재인정부의 농정이 한국농업을 몰락시킬수도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끝으로 농민들은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않은 쌀값 하락 정책, 당장 폐기하라! 일상화된 기후위기, 농작물 재해보상법 제정하라! 1,000원중 65원 비중, 더이상 물가에서 농산물 운운하지 말아라! 정부부터 법을 지켜라, 당장 30만톤 시장격리 발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 기재부) 앞까지 행진했다. 

집회를 마친 농민들이 기재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농민들은 △벼 1kg 2,000원 보장 △쌀값 하락정책 폐기 △농작물 재해보상법 제정 △30만톤 시장격리 △자유무역협정 중단 등을 요구했다.
농민들이 기재부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민의길이 앞서 요청한 장관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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