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추세적 몇 년간 풍년” … 가격하락 암시 ‘논란’

쌀 시장격리 발표 미뤄

불투명한 작황 탓하며

통계청 발표수치 ‘간과’

김현수 장관 맹비난

  • 입력 2021.10.24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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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8일 통계청 쌀 예상생산량 발표 이후 ‘풍년’이 보도되는 가운데 정부가 쌀값 하락을 에둘러 암시했다는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현장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를 지켜본 농민들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소한 ‘법에서 정한 시장격리 원칙을 지키겠다’는 확인 발언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료화면을 보이며 ‘정부가 농협이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쌀값이 비싸다’는 등 앞으로 쌀값 하향조정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된 이 회의는 지난달 3일 세종시에서 농협경제지주 양곡부 주최로 열린 ‘2021 수확기 대책회의’로 1년에 1회 농협RPC·농협통합RPC 대표 등이 참석하는 자리다. 이날 회의는 전국 관계자들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통상 벼 생육상황 등을 점검하던 회의에서 이날 이례적으로 쌀값이 언급됐고, 참석자들 다수가 ‘정부가 쌀값 하향 조정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협과 농식품부 관계자 모두 “쌀값을 내리라 마라 말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의는 회의록이나 영상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논란 지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곧 ‘농민값’으로 해석되는 농민들 입장에선 정부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특히 통계청 발표가 비록 ‘예상생산량’이지만 소비량보다 30만톤 정도 더 생산된다는 수치가 나온 뒤라 시장 쌀값을 끌어내리는 역할은 충분하다. 문제는 소비량보다 3% 이상 초과 생산량은 정부매입이 가능하다는 ‘선제적 시장격리’ 발표도 작황이 더 명확해지는 때를 기다리겠다는 정부 입장에 11월까지 대기해야 한다니 농민 속은 타들어간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당시 회의에서 농식품부 관계자가 몇 년간 흉년이었는데, 추세적으로 3년간은 풍년이 된다고 말했고, 그럼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9월 초만 해도 가을장마가 없고 도열병같은 병해충 피해도 없을 때니 풍년을 기정사실화 한 것 같다”면서 “9월 초에 풍년을 예측하고 또 통계청 발표까지 나온 마당에 시장격리 문제를 작황불확실성에만 떠넘기는 정부가 답답하다. 정부는 쌀값 안정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물가 눈치보기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실제 이 회의 참석자 중에는 “쌀값이 수십년 전과 비교해 변화가 없다” , “시장격리 발표는 하루가 급하다”, “정부가 쌀값 관리를 물가인상에 미치는 요인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책망했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최소한 김현수 장관이 소비량보다 3% 이상 많으면 시장격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면서 김 장관의 복지부동을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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