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친 농업·농촌, 문재인정부 농정 ‘낙제점’

[2021 국정감사 - 농림축산식품부]

  • 입력 2021.10.08 12:00
  • 수정 2021.10.16 19:5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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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년 6개월의 농정 총평가 자리가 국정감사를 통해 마련됐다. 농업·농촌·농민의 위기감은 심화되는 가운데 기후위기와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지배한 코로나19까지 우리 농업의 위협요인은 가중되고 해법은 더 복잡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태흠, 농해수위)는 지난 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2021년 국정감사를 한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를 지상중계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위원장이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 지난 8월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된 이후 첫 국정감사이자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정감사를 치렀다. 지난 5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농해수위원들은 농업·농촌의 벼랑 끝 위기를 지적하면서도 날카로운 농정비판은 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문재인정부 농정성과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공익직불제’만 반복해 답했다. 그러나 유일한 ‘성과’인 공익직불제조차 수많은 민원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이개호 의원 “공익직불제, 사각지대 농민 민원 ‘산적’”

이개호 의원은 공익직불제가 현장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해 5월 공익직불제가 도입된 이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관련 민원이 1,270건이고 이 중 ‘2017년부터 2019년 3년간 직불금을 받은 농지 조건’ 문제가 가장 집중됐다. 이 의원은 “중소농 소득보전과 농업의 공익기능 제고라는 제도 도입 의도가 분명한데 되레 소농을 소외시키고 있다”면서 농식품부에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당부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700평 논을 매입한 충남 공주의 한 농민은 이전 땅 주인이 직불금 신청 이력이 없는 게 문제가 됐고, 복숭아를 400평에 재배하는 또 다른 농민은 밭농사도 직불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신청했다가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공익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김현수 장관은 “공익직불제 도입 이후 수없이 많은 현장조사를 하고 있으나 2017년~2019년 직불금을 왜 신청하지 않았는지 등을 비롯해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자료를 분석하고 전망이 가능해야 제도개선도 가능한 건데,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2017년~2019년 직불금 신청 농지 조건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국회에 공익직불제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2025년까지 공익직불제 예산이 2조4,000억원 동결된 상태기 때문에 사실상 ‘사각지대’ 농민구제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를 진행한 가운데 김현수 장관(오른쪽)과 박영범 차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 제공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를 진행한 가운데 김현수 장관(오른쪽)과 박영범 차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 제공

 

위성곤 의원 “수입농산물, 농업분야 탄소배출량 절반 넘어서”

농식품부의 탄소중립 대책의 맹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수입농산물의 영향력이 지대한 우리 농업 구조에 국내 농업(생산)분야 탄소배출량 중 수입농산물이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대한 조사와 분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농업분야 재설계가 요구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농식품 수입에 따른 탄소배출량이 2019년 기준 1,146만여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가 2012년 환경부가 실시한 ‘식품수입에 의한 푸드마일리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 결과’를 바탕으로 2010년 대비 2019년 1인당 식품수입량 증가율을 반영해 산정했다. 2019년 농업(생산)분야 탄소배출량은 2,100만톤이다. 반면 이 수치의 절반이 넘는 1,146만여톤의 탄소가 식품수입으로 파생된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2012년 조사 결과 발표 시 비교 대상 4개국(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가운데 한국은 1인당 식품수입량, 1인당 푸드마일리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비교대상 국가 중 1위였다. 또 그 수치가 매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개선책은 찾아볼 수 없다.

위성곤 의원은 “농식품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농산물 운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포도의 경우 수입이 국산의 4.4배, 키위의 경우 국산의 3.3배, 오렌지가 감귤의 3.2배에 이른다”면서 “식품수입으로 탄소배출이 심각한 수준이나 관련 연구와 대책은 부실한 상태”라고 질책했다. 특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어디에도 수입식품과 수입농산물의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위 의원의 지적이다.

위성곤 의원은 “농식품부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하면서도 생산분야 이외 유통, 가공, 소비 등 농식품 체계는 방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농업생산분야에서만 탄소배출량을 산정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반쪽도 안되는 정책이다. 관련 연구 확대, 식량자급률 확대, 수입식품 감소대책 등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삼석 의원, FTA 피해대책 ‘예산 부풀리기’ 심각

아시아는 물론 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 지원대책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정부의 피해대책 예산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제출자료 재구성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 산자부)가 제출한 ‘FTA 발효 전·후 농업분야 영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발효된 FTA 17건 중 농업분야 FTA 피해보상 대책이 마련되고 사후분석까지 마친 것은 한-칠레, 한-EU, 한-미, 한-호주, 한-캐나다 등 2004년부터 2014년 사이 체결된 5건의 FTA다.

사전분석에서 이들 5건의 FTA는 5년간 3조7,000억원의 농업피해가 예측됐다. 이에 대응해 2003년부터 2014년 정부가 발표한 농업분야 지원대책을 5년간 환산하면 피해액보다 4배 많은 14조8,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사후분석 결과 FTA 발효 5년간 농업분야 손실은 여전히 1조8,000억원이다.

이처럼 정부의 FTA 피해대책 예산이 큰 효과가 없었던 이유로 서삼석 의원은 △FTA 대책간 통합(한-칠레 대책 7년간 1조5,000억원→한-미 대책으로 통합되며 6,000억원으로 축소) △사업 재탕(한-미 대책 98개 사업 중 신규사업 41개 불과, 수리시설개보수·배수개선도 FTA 사업에 편입) △피해 발생에도 무대책(한-아세안, 한-페루 별도 대책 없음) 등의 이유를 꼽았다.

서 의원은 “역대 정부가 실효성 있고 충분한 보상이 전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FTA를 추진한 결과 농어업 희생을 야기해 왔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났다”면서 “현재 국회 비준동의안이 제출돼 있는 RCEP는 실효성 있는 농업분야 지원방안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 “문재인정부 농정지표 모두 ‘하향’”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약속은 거짓말이었다”고 맹비난했다. 홍 의원은 △농업예산 정부예산 대비 2%대 전락 △식량자급률 하락 △농축산물 수입 증가 △농가부채 등 농업관련 지표가 일제히 최악에 직면한 부분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식량이 전 세계적으로 무기화되는 상황에 대한민국만 태양광사업으로 농지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문재인정부 들어 태양광 사업으로 여의도 면적 31배에 달하는 우량농지가 사라져 농업을 지키는 정부가 아닌 농업을 팔아먹는 정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농정 기조를 농식품부가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도 여당에서 나왔다. 서삼석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1,056명의 농민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농정방향은 대체로 높은 중요도 평가를 받았으나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농식품부 등 부처에서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기존 사업 방식 고수만으로는 정책 취지를 구현할 수 없다”면서 김현수 장관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이날 농해수위 국정감사는 농업·농촌·농민 3농의 기존 문제에 코로나19·탄소중립 등 새로운 과제까지 중첩된 상황이 결국 농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실태를 인식했으나 농식품부를 견제하고 압박하는 ‘농민대변자’ 역할로는 턱없이 부족한 자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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