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량계획, 농식품부 ‘관료 중심주의’ 결과물”

  • 입력 2021.10.01 16:02
  • 수정 2021.10.03 21:2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6일 발표된 국가식량계획 주요 내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 16일 발표된 국가식량계획 주요 내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 부처 합동으로 지난달 16일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가 시민사회와 합의한 ‘국가먹거리 종합전략(안)’이 있건만 그와 별개의 계획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가식량계획은 올해 3월 농특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올해 3~6월까지 5회에 걸친 관계부처·이해관계자·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달 1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논의·확정됐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국가식량계획을 지난달 23일 국제연합(유엔) 푸드시스템 정상회의에서 발표했다.

우선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는 쌀과 밀, 콩 등 주요 식량작물의 공공비축 매입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쌀의 경우 기존 매입량이 35만톤이었는데, 내년에는 10만톤을 추가해 매입량을 45만톤으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상황에서 국내 쌀 생산량 및 농지는 어떻게 확보할지, 올해 7만톤으로까지 떨어진 정부 양곡창고 국산쌀 물량은 어떻게 확보할지, 수입쌀을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덜 들일지 등에 대한 계획은 국가식량계획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 밀·콩의 자급률도 2025년까지 각각 5%, 33%로 늘리겠다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밀·콩 전문 생산단지, 콩 종합처리장 등 관련기반을 확충하고 국산 밀·콩 대량 수요처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요 곡물의 국내 공급기반 마련을 위해, 기업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국가식량계획의 친환경농업 관련 내용을 보면, 우선 친환경농업 집적지구를 2025년까지 72개소를 신규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내년에 지역단위 경축순환 모델을 개발해, 가축분뇨로 생산한 비료·전기를 농업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농식품부가 친환경농업계와의 조율 끝에 9월에 확정지어 내놓은 5차 5개년계획 속 집적지구 조성 관련 내용엔 ‘집적지구 72개소 신규 육성’ 내용은 없었다. 국가식량계획에서 처음 나온 내용이다. 우여곡절 끝에 친환경농업계와 농식품부가 합의한 5차 5개년계획을 기반으로 국가식량계획의 친환경농업 관련 내용이 담겨야 하건만, 벌써부터 ‘엇박자’가 나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국가식량계획에서 ‘먹거리 기본권 강화’를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문재인정부가 2017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던 ‘농식품바우처 사업’에 대해 올해 하반기 본사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내년에 실시하고자 한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최근 농식품부의 예비타당성 관련 연구와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과 함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국가식량계획에서 농식품바우처 사업의 본사업 추진 내용이 담긴 건 고무적이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과일간식 지원사업의 경우는 본사업 추진 관련 내용이 없다.

한편 전국먹거리연대(상임대표 정한길·조완석·진헌극)는 지난달 23일 국가식량계획과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농특위가 지난해 5개 권역별 원탁회의를 통해 지자체 관계자·생산자·소비자·시민사회단체 활동가 500여명과 협의한 국가먹거리 종합전략(안)이 있건만, 소수의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 전문가들만이 참여한 가운데 국가식량계획을 만들어 유엔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것을 놓고 전국먹거리연대는 “농식품부의 관료 중심, 행정 중심주의가 낳은 또 다른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