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먹거리 근본대책 빠진 탄소중립 시나리오, 다시 짜자

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 '농업·먹거리 졸속 대책'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폐기 촉구

  • 입력 2021.09.24 21:2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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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세계기후파업'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던 지난 24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는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업·먹거리 졸속 대책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폐기 촉구 농민·먹거리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계기후파업'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던 지난 24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는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업·먹거리 졸속 대책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폐기 촉구 농민·먹거리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민·먹거리단체들이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윤순진, 탄중위)가 지난달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폐기를 촉구했다. 해당 시나리오가 농업·먹거리분야를 소외시킨 채 자본의 논리에 맞춰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농민·먹거리단체들은 탄중위 자체도 농민과 먹거리 시민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는 지난 2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농업·먹거리 졸속 대책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폐기 촉구 농민·먹거리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세계 각국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후위기 관련 근본대책을 촉구하는 ‘세계기후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는데, 이날 국내 농민·먹거리단체들의 기자회견도 그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 속에서 농업·먹거리 관련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박흥식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이건만 정부는 탄소중립을 언급하며 농지에 더 많은 태양광을 설치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약 4,000ha의 농지가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에너지 확보문제는 지구의 앞날을 위해 중요한 문제지만, 그 과정이 지금처럼 식량주권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탄중위가 현재 농민과 먹거리 시민을 무시하고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지금의 시대적 요구다”라고 주장했다.

이세우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는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건만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전염병이 우리에게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린다. 이런 위기의 근본은 농업을 무시하고 파괴한 결과인 것”이라며 “결국 해답은 농업을 다시 살리는 것이건만, 정부 관계자들은 탄중위를 통해 말로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면서 정작 장삿속으로만 모든 문제를 접근한다. 탄중위를 즉시 해산하고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5일 발표된 탄중위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속 농축산업 분야 대책은, 농정 자체의 전환에 대한 고민 없이 협소한 의미의 탄소저감에만 집착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본지 958호 <탄소중립 시나리오, 농업분야 대전환 ‘실종’> 참고). 압권은 논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논물 관리방식 개선’을 통해 탄소를 저감한다는 게 대책이랍시고 들어간 점이다. 또한 시나리오엔 ‘식생활 개선’을 통한 식단 변화, 대체가공식품 확대 관련 내용도 대책으로 들어가 있다.

정작 농축산업 탄소배출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수입농산물 증가’ 건에 대해선 시나리오 내에 거론도 안 된다. 김영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금 수입농산물에 의존하는 우리 먹거리체계의 처음과 끝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통해 탄소중립 문제를 바라봐야 하건만 탄중위는 그러지 않고 있다. 근본 원인 진단이 잘못됐으니 대책도 졸속적으로 나오게 됐고, 오히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이라며 “먹거리주권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지, 그리고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농토와 산림을 어떻게 조화롭게, 생물다양성을 담보하며 보전할 것인지를 대책의 중심에 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준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도 “탄소중립 문제의 핵심사안 중 하나는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직시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먹거리운동 시민사회의 참여가 탄소중립 실현 사안에서 중요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농민·먹거리 시민사회의 참여가 이뤄지는 방향으로의 탄중위 전면 재구성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형란 한살림천안아산생협 이사장(충남먹거리연대 상임대표)은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현재의 무분별한 태양광 설치에 따른 농지훼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농업 전면 확대와 먹거리 순환 전 과정의 탄소배출 평가, 생애 전 주기 먹거리 보장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하나, 현재 탄중위에선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농정 대전환 요구안으로 △기후위기 당사자인 농민과 먹거리 시민이 참여하도록 탄중위 재구성 △2050년 이전 탄소중립 완전 달성 시나리오로 전면 재작성 △온실가스 주범인 농산물 수입 축소 및 국내 식량자급 확보 방안 마련 △식량자급 위협하고 농촌 갈등 일으키는 농지훼손 태양광 설비 중단 △수입·생산·소비·폐기 등 먹거리 순환 전 과정의 온실가스 감축방안 마련 △화석연료 기반 비료·농약 감축, 친환경농업 확대 △공장식 축산을 친환경·경축순환농업 관점의 축산정책으로 전환 △자본·기술 중심이 아닌 농민·시민이 주체 되는 온실가스 저감 방안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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