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위,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다”

6일 탄중위 에너지혁신분과 협의체 회의 열려

농산어촌 주민권익·1차산업 ‘경시’ 풍조 심각

  • 입력 2021.09.10 22:01
  • 수정 2021.09.10 22:0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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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농어민은 없다. 국가 우선순위이며 중요한 과제이지만 농어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 역시 국가의 의무 아닌가. 농어업계 반발을 단순한 보상금 극대화로 보는 것은 평면적이고 1차산업 경시 풍조를 대변하는 것이다.”

지난 6일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분과(탄중위 에너지혁신분과) 협의체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가 각 위원들의 발언을 전하며 이렇게 울분을 터뜨렸다.

이날 탄중위 에너지혁신분과 회의는 지난달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설명과 농어업계 참석자들의 의견 및 애로사항 등을 듣고 향후 시나리오 설정에 참고하기 위한 자리였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임춘택 에너지혁신분과위원장, 에너지혁신분과 전문위원 등 탄중위 관계자와 농어업인단체, 정부부처 등이 온라인이나 협의회장에 직접 참석해 논의를 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농어업인단체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촌이 태양광시설로 주민간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실태를 전하고 농산물 생산이 원칙인 농지가 태양광에 뺏기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무진 정책위원장은 “기업과 자본의 이익 창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는데, 전문위원 측에서 ‘자본의 수익이 없으면 누가 투자를 하냐’고 반문했다. 농민단체 한 참가자는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한 업자가 더 먼저 양봉을 하고 있던 농가에 판넬에 분변 피해가 있다고 양봉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게 지금 농어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 탄중위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 외엔 안중에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어촌과 어민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참석했던 유충열 수협중앙회 차장도 “일방적인 해상풍력시설은 어업피해와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데 농촌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일방 추진되고 있다”면서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고정해 놓고 나머지는 다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다”고 답답해했다. 탄중위의 입장에 선을 그어 놓으니 협의회라지만 대화 자체가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복수의 농민단체 참가자들은 ‘가르치려 든다’, ‘결론을 정해놓고 협의회라는 형식적 절차만 거치고 있다’면서 회의감을 보였다.

유충열 차장은 “덴마크나 영국의 탄소중립 성공사례를 드는데 이것도 편향돼 있다. 보고싶은 쪽만 보고 설명하는 격”이라며 쓴소리를 더했고, 이무진 위원장은 “유럽의 농지관리는 한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농민소득이 순수하게 늘어나는 것을 태양광 사업의 순기능으로 얘기하는데 중요한 건 자기땅을 가진 농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고 농촌 현실에 눈감은 탄중위의 아집을 꼬집었다. 전국 농촌은 태양광을 둘러싼 주민갈등과 반대집회로 쑥대밭이 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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