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고기 더 많이 먹는 시대 … 국내 축산업, 소비시장 점유 ‘전쟁’

[ 기획 ] 축산농가, FTA 미로를 건너다 ①

  • 입력 2021.08.29 18:00
  • 수정 2021.10.05 08:5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 그리고 2015년 중국과 뉴질랜드 등 축산강대국과 속속 체결된 FTA는 우리 축산업의 구조를 바꿨다. 축산 농가수는 감소하고 농가당 사육규모가 커졌다. 축산업의 연간 생산액은 전체 농림업 생산액의 40%인 20조원에 이르고 있다. 개방농정 20년, 이제 밥보다 고기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치가 나올 정도로 육류 소비량도 급증해 시장규모는 더 커지는 추세다. 수입농축산물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국내 축산업의 변화와 축산정책을 살펴본다.

전국한우협회 부설 한우정책연구소는 2022년엔 육류 소비가 쌀 소비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소비량, 쌀과 육류 뒤바뀌나

지난 2020년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57.7kg이고 육류(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소비량은 54.3kg. 육류 소비량이 주식인 쌀 소비량의 94% 수준까지 따라왔다. 지난 2000년 이후 육류소비는 1.12kg씩 늘어난 반면 쌀은 1.8kg씩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2022년에는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보다 2.4kg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한우정책연구소의 설명이다.

식생활이 바뀌면서 밥 만큼 고기를 찾는 시대적 변화는 국내 축산농가만 놓고 본다면 분명한 ‘기회와 성장요인’이다. 하지만 육류 소비시장은 수입축산물과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축산, 농가수 줄고 규모는 커지고

농축산물 시장은 공간적으론 국내시장이지만 공급통로는 자유화 돼 축산 강대국과의 무한경쟁에 놓였다. ‘품질’과 ‘가격’이 소비자들의 구매결정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축산농가 앞에는 위기와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

수입개방의 역사는 이제 20년을 넘어섰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건수는 17건이며 모두 57개국이 FTA 상대국이다.

지난 2004년에 칠레와 FTA가 발효된 이래 2012년에 축산강대국인 미국과의 FTA가 발효됐으며, 2014년에는 호주, 2015년에는 캐나다·중국·뉴질랜드 3건의 FTA가 발효됐다. 관세를 낮춘 각국의 농축산물이 수입되면서 국내 축산업 환경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여기에 축산물 안전성 논란, 가축질병, 환경민원 등 새로운 과제도 축산농가가 넘어야 할 산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축산농가 현황을 보면 농가 수는 줄고, 규모는 커지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전체 농가 수는 100만7,000가구다. 이 중 한육우는 6만9,000가구(7%)이며, 낙농 4,000가구(0.4%), 양돈 3,000가구(0.3%), 양계는 3만1,000가구(3%)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농가 중 축산농가 비율이 10%인데 축산업의 연간 생산액은 전체 농림업 생산액의 40%인 20조원에 이른다. 축산물은 쌀과 더불어 농업의 ‘양대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다.

국내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우정책연구소는 내년에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의 축사에서 한 농민이 소에게 먹이로 줄 볏짚을 지게차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내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우정책연구소는 내년에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의 축사에서 한 농민이 소에게 먹이로 줄 볏짚을 지게차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승호 기자

고품질·환경보전·안전성에 성패 달려

최근 한우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FTA로 밀려드는 수입쇠고기에도 ‘한우’의 명성을 잃지 않는 핵심은 ‘고품질’에서 출발한다. 한우 뿐 아니라 타 축종 역시 종축개량을 통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개체를 선발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종축개량은 가축의 경제적 사육도 촉진해 생산비와도 연동돼 있다.

탄소중립이 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환경적 부담도 축산업의 주요 과제다. 가축사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축사현대화 시설’과 ‘가축분뇨 처리’를 비롯해 ‘동물복지’ 개념도 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수입축산물과의 각축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먹거리 안전성도 중요 요소다. 바코드로 사육농가와 사육환경을 확인하면서 구입할 수 있는 ‘축산물 이력제’는 현재 소와 돼지에 있어선 국내산과 수입산 모두 적용되고 있으나, 사육환경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건 국내산만의 장점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부터 ‘소 이력제 빅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소 이력제 빅데이터는 약 13년 동안의 농장별 사육현황, 출생, 폐사, 이동 도축에 관한 세부 정보가 종합돼 있다.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이 곧 생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주요 통계 중 영농형태별 농가소득은 2019년 기준 축산 7,547만원으로 △과수 3,527만원 △논벼 3,020만원 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축종별 수익성을 따져보면 △한우비육우 마리당 -7만6,000원 △한우번식우 마리당 30만3,000원 △비육돈 마리당 6,339원 △산란계 마리당 -1,823원 △육계 마리당 1,800원 등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점점 강화되는 축산 규제와 관세 ‘0’의 수입축산물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축산농가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려면, 채산성을 높이는 정책과 농가의 합심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