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규제완화, ‘그들’만의 뜻대로?

시민 배제된 채 공무원들 손에 만들어진 GMO법 개정안
정당한 문제 제기에 “미신”, “과학교육 부족”이라 매도

  • 입력 2021.06.30 22:29
  • 수정 2021.07.02 00:2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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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 산자부)가 유전자조작물(GMO) 관련 규제의 대대적 완화를 골자로 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GMO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GMO 반대 시민사회는 개정안이 생명공학 분야 산업체와 일부 학계의 입장만 반영해 만들어진 걸 지적하며 GMO법 개정 반대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산자부 발의 GMO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신설 항인 제7조 3항의 ‘사전검토제’다. 산자부는 △개발과정에서 외래유전자를 도입하지 않은 GMO(유전자가위 생물체)일 경우 △최종 산물인 신규 GMO에 외래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 △그 외 현대생명공학기술로 개발된 최종 GMO가 기존의 전통육종 또는 자연 돌연변이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증명될 경우엔, 해당 GMO를 사전검토 대상으로 삼아 기존 규제절차에 따른 위해성 심사 및 수입·생산·이용 등에 대한 승인 절차를 면제받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선 산자부 주최 GMO법 일부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 자리를 채운 사람들은 대부분 GMO 규제 완화를 촉구 중인 생명공학 산업체(바이엘크롭사이언스·툴젠·코르테바·크롭라이프코리아 등) 관계자들이었고, 토론 참석자들도 대부분 GMO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과학·산업계 인사들이었다.

GMO법, 2019년 '이미' 만들어졌다

지난 29일 GMO반대전국행동은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GMO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GMO법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시민들이 요구해 온 GMO 승인 심사 강화, GMO 표시제 강화 주장과 정반대 내용”이라 비판했다.
지난 29일 GMO반대전국행동은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GMO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GMO법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시민들이 요구해 온 GMO 승인 심사 강화, GMO 표시제 강화 주장과 정반대 내용”이라 비판했다.
지난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유전자변형생물체법(GMO법) 일부개정안 공청회'에서 GMO반대전국행동이 ‘GMO 규제 완화 절대반대’, ‘GMO 규제 완화 법안, 공청회 모두 무효’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유전자변형생물체법(GMO법) 일부개정안 공청회'에서 GMO반대전국행동이 ‘GMO 규제 완화 절대반대’, ‘GMO 규제 완화 법안, 공청회 모두 무효’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공청회 시작 전, GMO반대전국행동(상임대표 진헌극, 공동대표 김영재·김영향·이세우·조완석)은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GMO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GMO법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시민들이 요구해 온 GMO 승인 심사 강화, GMO 표시제 강화 주장과 정반대 내용”이라 비판했다.

기자회견 뒤 GMO반대전국행동 측은 공청회장으로 들어가 ‘GMO 규제 완화 절대반대’, ‘GMO 규제 완화 법안, 공청회 모두 무효’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공청회장에서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산자부는 법안 마련 전에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먼저 법안을 만들어놓고선 형식적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니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 2019년부터 산자부 등 8개 정부 부처 관계자가 모여 ‘유전자가위 등 바이오신기술 규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GMO법 개정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논의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생명공학분야 연구·개발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수렴했는데, 이들 중 다수는 유전자가위 산물의 상당부분은 GMO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GMO법 개정안은 2019년 6월 12일 TF팀 4차 회의에서 주요 얼개가 짜였고, ‘사전검토제’ 내용도 이때 확정됐다.

문 집행위원장은 “TF팀을 사전에 구성했음에도 시민사회엔 참여요청도 없었고, 구체적 논의 내용 또한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처럼 시민사회에 대한 ‘의도적 배제’가 이뤄진 채 만들어진 GMO법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공청회장의 생명공학 산업체 관계자들은 “그만하라”, “공청회 절차를 따르라”며 GMO반대전국행동 관계자들의 발언을 막고자 했다.

GMO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미신'?

지난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유전자변형생물체법(GMO법) 일부개정안 공청회'에서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 집행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안 마련 전에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먼저 법안을 만들어놓고선 형식적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니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유전자변형생물체법(GMO법) 일부개정안 공청회'에서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 집행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안 마련 전에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먼저 법안을 만들어놓고선 형식적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니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청회 주최 측이 토론자로 선정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에 맞서 GMO 규제완화 주장 및 ‘GMO 예찬’에 나섰다. 김동헌 미래식량자원포럼 부회장은 “GMO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우리나라는 전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GMO에 굉장히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현재의 GMO 관련 규제는 비합리적이며 우리나라의 기술경쟁력을 망가뜨리는 것”이라 주장했다.

김재연 경상국립대 교수(한국응용생명화학회 유전자편집분과장)는 “기존의 육종기술은 많은 돌연변이 중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선별하는 것인데, (유전자가위 등) 신육종기술을 사용하면 원하는 위치에 필요한 부분을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기에 혁신적인 기술이다”라며, 시민사회의 우려에 대해선 “모든 기술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기술까지 담아내는 포용력 있는 제도가 나와줘야 하며, 생명공학 산업체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토론자 및 산업체 관계자들은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에 사실상 조롱 또는 훈계조의 발언을 일삼았다. 방청객으로 참가한 코르테바 측 관계자는 “한국 공교육에서 과학교육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GMO의 위해성 평가 부분에 대해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분들이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김재연 교수는 GMO 규제 관련 근거 마련에 있어 “과학을 기반으로 삼아야지, 미신적인 것, 예컨대 ‘이건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한편 GMO법 개정안 제22조의 6(환경방출실험 승인 등)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환경방출과 관련된 실험을 하려는 경우 신고된 환경방출격리 실험구역에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토론 좌장인 박경문 홍익대 교수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됐다”며 “연구자 입장에선 (환경방출격리 실험구역 마련 시) 비용도 많이 들고 시설도 만들어야 하기에 개인교수가 할 수 있을까 싶다.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대학이 마음먹고 시설을 만들지 않는 한 연구자들의 연구 추진이 어렵겠다”고 말했다.

GMO, 안전성 문제가 다가 아니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토론자들이 하나같이 산업계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GMO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상황 및 김 교수의 ‘미신’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박 교수의 비용 관련 발언에는 “인류의 생존과 안전과 연결되는 문제에 비용, 시설 이야기부터 하는 건 시민사회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정말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GMO법 상의 규제는 지금도 충분치 않다. 여전히 각지에서 어떤 과정으로 퍼졌는지 알 수 없는 미승인 GMO 유채와 목화, 콩이 발견되는 상황에서, 우린 과학자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금 드러나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규제 강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동일 천주교 의정부교구 제1지구장(기후위기남양주비상행동 상임대표)은 토론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134항을 소개했다.

“GM 곡물의 증산은 복잡한 생태계망을 파괴시키며 생산 작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현재와 미래의 지역 경제에 영향을 끼칩니다. 여러 나라에서 곡물 생산과 그 지배에 필요한 여러 상품들의 생산을 독점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번식력 없는 종자가 생산되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의존성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농민들은 대규모 생산자에게서 그 종자를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134항).”

즉 ‘재배가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작물’만의 재배 확대로 종자다양성이 감소되는 문제, 기업이 소유권을 가진 GMO 종자의 확대에 따른 농민 종자주권 상실 문제 등을 지적한 것이다. 원 지구장은 “기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관점은 맞지 않다”며 “공동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GMO반대전국행동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이날 공청회는 그야말로 산자부와 일부 학계·산업계 관계자만 모인 채 진행되고, 의견 수렴 과정도 유야무야 넘어갈 공산이 컸다. 그러나 GMO반대전국행동 및 각지의 시민들은 이날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GMO법 개정안 반대 및 GMO 규제강화 목소리를 높였다. 산자부는 다음달 5일까지 GMO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과연 산자부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 감시해야 할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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