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 현실 직면한 英 축산업계

EU 탈퇴 이후 호주와 첫 협상 … 성장호르몬 소 반입 허용 논란

  • 입력 2021.06.18 13:40
  • 수정 2021.06.20 20:4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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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영국 가디언지 6월 5일 자 신문에 ‘절반에 가까운 호주산 소가 성장호르몬을 맞는데, 먹기에 안전할까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영국 가디언지 6월 5일 자 신문에 ‘절반에 가까운 호주산 소가 성장호르몬을 맞는데, 먹기에 안전할까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호주와의 FTA 타결을 앞둔 영국에서는 성장호르몬이 함유된 호주산 쇠고기 반입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소비자와 농민 모두 안전성 확보와 경쟁력 감소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은 올해 6월 타결을 목표로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왔으며, 이는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이 맺는 최초의 FTA다. 브렉시트로 인해 대EU 수출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영국은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제3국과의 신규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그 상대로 점쳐진 국가들 중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주요 농업생산국에서는 농산물과 식품에 대해 EU 기준의 높은 관세나 안전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미 대륙과 호주에서 허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 투여 쇠고기의 반입 여부는 현재 이 분야 최대의 쟁점 중 하나다.

논란이 점화되자 영국 ‘가디언’지는 6월 5일자 기사를 통해 호주산 소고기의 절반 정도가 유럽에서 사용이 금지된 동물용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롯, 이 우려에 대한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관련 학계에서는 육류생산에 사용되는 성장호르몬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인체에서 생성되는 같은 성분의 호르몬과 비교할 경우 그 양이 1/1000 수준에도 못 미치며, 흔히 먹는 다른 식품에는 이미 더 많은 양의 호르몬이 함유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샤를 스트러트 대학 그레이엄 농업혁신센터의 피터 윈 교수는 “이런 사실들은 안전성 논의에서 곧잘 간과되곤 한다”라며 “성장호르몬이 포함된 쇠고기 10kg보다 계란이나 두유에 더 많은 에스트로겐이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호주나 북미 등 다른 주요 생산국과 달리 지난 1989년부터 쇠고기에 대한 성장호르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도 EU 탈퇴 후 이 내용을 그대로 영국법에 적용한 상태다. 유럽은 1970년대 무렵 축산물에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 디에틸스트베스트롤(DES, 합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이 잔류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홍역을 치른 역사가 있다. 때문에 샤를 스트러트 대학의 데이비드 홉킨스 겸임교수는 유럽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과학이 아닌, 소비자 인식과 그에 따른 유통 흐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는 이에 반발해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를 걸어 보복관세 조치를 허용 받기까지 했다. 영국 축산업계는 영국 정부가 이번 협상을 계기로 결국 압박에 굴복할 경우, 보다 적은 규제 속에서 사육되는 강력한 경쟁력의 수입 쇠고기로 인해 국내 축산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체중 증가를 위해 성장호르몬을 투여 받는 소의 비율은 호주의 경우 40%, 미국의 경우 90%에 이른다. 호르몬 사용은 소의 도축시기를 앞당기고 사료투입량을 낮추기에, 일반적으로 15% 가량의 생산성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농민연맹(NFU) 축산위원회는 이달 초 “성장호르몬 투여 쇠고기를 반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환영하지만, 호주에서 이력 추적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보증이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영국에서는 금지된 성장촉진제나 사료첨가제 등을 먹이는 호주산 소와 경쟁해야 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며 농민들은 칼날 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영국의 슈퍼마켓 진열대에 염소로 세척된 닭고기와 성장호르몬이 투여된 쇠고기를 진열하지 못하게 할 것이며 금지 조치를 제거하기 위한 협상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부처 장관들의 입을 통해 공표했으나, 현재까지도 협상의 세부적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 여전히 영국 농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넷 배터스 NFU 회장은 지난 15일에도 성명을 통해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의 세부 사항에 대해 농업계와 협력하고, 협상의 최종 단계를 의회가 충분히 감독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라며 “이 거래가 소비자, 노동자, 농민 및 기타 사업체를 포함해 영국 전체에 적합하다는 것을 의회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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