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께 부치는 편지

  • 입력 2021.05.23 18:00
  • 기자명 최덕천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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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천 상지대 교수
최덕천 상지대 교수

 

 

지금 살고 있는 강원도에서는 모내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오늘 아침 그 들판을 봤다. 보기만 해도 그냥 배가 부르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봄에 심은 작물들이 냉해를 입거나, 작년처럼 긴 장마가 올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텃밭농사를 하는 임차농이나 생계 농민들의 마음은 더 냉가슴일 것이다. 농산어촌에 지역구를 둔 19명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농업, 농민, 농촌을 ‘3농’이라고 한다. 이들 문제를 ‘삼위일체 문제’라고 한다. 3농 문제의 교집합에는 당연히 농지가 있다. 자동차공장이 있어야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듯이, 농지가 있어야 국민 식량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농지 문제가 또 현안으로 부상했다. 농업진흥지역에서도 영농형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농지법 일부개정안이 18개가 발의됐다. 모두 읽어 봤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경자유전과 농지농용의 원칙, 농지투기 방지, 농지관리 현실화 등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투기 사건 이후 우후죽순처럼 경쟁적으로 농지법을 발의했다. 이 편지는 농지법 개정에 대해 재음미해보기 위함이다.

첫째, 2018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1.7%다.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와 경제력 규모가 비슷한 나라치고 이런 수치를 가진 나라가 있나? 섬나라인 일본과 영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영국도 1846년 산업화를 위해 곡물법을 철폐한 후, 세계대전 때 해협이 봉쇄되자 당시 곡물자급률 20% 이하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와 경제력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100% 이상이다. 호주는 260%다. 우리는 뭘 믿고 이 지표관리를 하고 있나?

둘째, 농지 감소추세의 문제다. 매년 1만5,000ha의 농지가 타용도로 전용되고 있다. 우리 시대 사람들의 감수성이 농지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 문전옥답은 묘목장이 되고, 도시민 전원주택과 임시 농막, 카페와 펜션 주차장 등이 난립해 있다.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30%, 40% 이렇게 설정해야 한다. 좌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유지할 적정농지 총량이 나오고, 그것을 위한 농지보존 정책이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 만든다고 농지를 넘보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11개 분야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전력 수요관리를 통해 다양한 전력 간접생산방식 육성법안을 입법해 달라. 적극 지지하겠다. 그리고 영농형 태양광이 ‘곡물도 생산하고 전기도 생산해서 경제성이 있다거나, 연금효과가 있다’고 농민들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달라. 대충 암산으로 계산해봐도 지금의 영농형 태양광은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많다. 그 논거는 다음 기회에 제시하겠다.

3,000조원의 시중 유동성이 언제든지 농지로 밀려와 다시 농지가 투기장이 될까 걱정이다. 시장 논리라고 해서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농지도 부동산이지만 아파트 등과는 차원이 다른 자산이다. 부동산투기 망국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농지가 투기 대상이 돼 농지가격이 상승하면 농민, 특히 임차농은 농지로부터 내몰리게 되고, 영농비는 상승하며 건전한 도시민의 귀농·귀촌에는 진입장벽이 된다. 이는 농촌소멸 속도를 재촉할 것이다. 농지감소 추세와 지방소멸지수는 정비례 동행지수라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위원회 간사 의원께 제안하고 싶다. 이미 발의된 18개 법안을 심의할 때 이번 국회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안건이 꼭 처리되도록 협의와 조율을 해달라.

주요 내용을 나열해 보자면 우선 시·군지역에 농지위원회 설치를 제도화해 농지의 합법적 소유·경영·처분의 과정을 심의·감독하게 해야 한다. 농지투기 우려 지역을 지정해 특별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등의 농지는 비농민이 주말농장, 체험농장 명목 등 편법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고, 농업회사법인을 빙자한 투기성 자본이 가짜 농민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모 재벌기업 농업회사법인이 그들의 롤 모델이라고 할 정도다. 또 상속이나 이농으로 인한 합법적 취득 농지라 하더라도 농지의 소유 상한 초과 시 3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의무화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의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농지의 분할 처분 및 농지 불법·편법 취득·중개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농지를 불법, 편법으로 취급해도 처벌이 솜방망이 같으니 농지투기를 우습게 여기는 관행이 엄존한다.

선량한 대다수 농민에게는 농지가 자산(유산)이자 생산수단이다. 농민들 권익을 지켜줘야 한다. 그 대목이 곧 국민의 생명권과 생존권, 농산어촌의 지역 공동체를 지켜주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의원님들, 힘내어 농지가 국민 식량을 생산하는 농사짓는 진짜 농민들의 것이 되도록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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