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우리나라 농업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가

  • 입력 2021.04.25 18:00
  • 기자명 이한보름(경북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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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보름(경북 포항)
이한보름(경북 포항)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농산물의 품질 뿐만 아니라 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도 증가하고 있는데, 2020년 세계적인 이상기후 발생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한 화두가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대표적 협약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출범한 파리기후협약으로 세계 195개국이 동참한 구속력이 있는 국제 조약이다. 이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의 협약 탈퇴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하면서 국내 산업들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요구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으며, 국민들 역시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모든 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무분별하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온실가스 발생에 따른 농업, 특히 축산업계에 대한 공격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관련 통계를 끌어와서 가스 배출량에 따른 기후위기가 마치 농업, 특히 축산업에 의해 유발된다 주장하고 그 잣대를 국내 농축산업에도 그대로 대비해서 비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련 업계의 대응은 아쉽다 못해 오히려 앞서서 그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은 약 510억톤CO2eq(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로 이 중 전기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이 27%, 제조업 31%, 농업이 19%, 교통과 운송에서 16%, 냉난방에서 7%를 배출한다. 이를 근거로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배출량 중 50%가 축산에서 배출되고 있으므로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우리나라의 공장식 축산을 몰아내고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전략’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LULUCF 제외)은 7억2,760만톤CO2eq로 보고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분야에서 6억3,240만톤CO2eq(86.9%)를 차지했고, 산업공정 분야 5,700만톤CO2eq, 폐기물 분야 1,710만톤CO2eq를 각각 배출했다.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120만톤CO2eq로 국가 총 배출량의 2.9%로 보고했다. 이는 국내 온실가스 총 발생량 중 산업별 배출량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양이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배출총량은 1990년 2억9,220만톤CO2eq에서 2018년 7억2,760만톤CO2eq로 2.5배 증가했으나, 농업에서는 2,100만톤CO2eq에서 2,120만톤CO2eq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는 가축 사육은 증가하고 있지만 쌀 생산량 감소에 기인한 결과이다. 이 중 축산에서의 발생 비율을 50%로 계산해도 1,060만톤CO2eq로 국가 총 발생량의 1.4%로 매우 낮은 발생량을 보이는데, 이는 세계에서 사육되는 소(약 12억두)와 돼지(약 8억두) 의 국내 사육 비율이 0.3%(약 350만두)와 1.2%(약 1,000만두)로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은 경종농업과 축산업을 합친 개념임에도 축산만 따로 떼어내서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으며,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미국·일본·독일·캐나다에 이어 5위 배출 국가이다. 도시별 순위에서도 수도 서울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5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온실가스 발생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비난의 화살을 보내는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기후위기의 주범임을 숨기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WTO, FTA를 거치면서 타 산업을 살리기 위해 많은 희생을 한 농업을 환경문제에서까지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되고, 관련 업계 또한 더 이상 여론에 숨죽이지 말자. 특히 농업과 농촌에 기대어 살면서 반농민적 정서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소수의 농업계 리더들과 지식인들이 스스로를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 농민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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