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협동으로 코로나19 넘는다

  • 입력 2021.04.18 18:00
  • 수정 2021.04.19 09:1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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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우농민들이 지역현장에서 여러 협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자도생’이 득세하는 축산업계에서 한우농민들의 협동사업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우농민들의 협동사업은 지역단위로 전개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는 올해 약 2만두 규모의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대상농가는 3년 평균 미경산우 출하두수가 30두 이하인 농가로 자조금 지원대상에 한해 농가보전금 3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 한우협회는 최근 3년 평균 미경산우 출하두수를 30두에서 60두 이하로 농가보전금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변경했다.)

또, 한우협회 OEM사료 보급도 꾸준히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협회 OEM사료는 지난 2019년 1만139톤을 공급했으며 지난해엔 2만7,297톤으로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한우협회는 각 지회·지부별로 OEM사료 공급 주문을 받고 있다.

이밖에 한우협회는 조사료 공동구매 활성화, 직거래유통망 확대 등의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들은 이미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대농보다는 영세한 한우소농에게 더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삼주 한우협회장도 “전체 농가수 감소는 안 좋은 현상이다. 규모화된 전업농 위주의 정책보다는 소농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역 한우농민들이 자생적으로 협동조합 내지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대응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사업 역시 사료구입부터 정육식당 등 직접 유통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한우농민들의 움직임은 규모화, 집중화를 통한 생산 확대에 골몰하던 기존 축산업계의 흐름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협동을 비효율로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로 최대한 많은 매출을 올리던 전략은 중소농가의 도태와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 지역단위의 협동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축산에 가까이 접근하는 사업모델일 수 있다.

그러나 농가들의 협동심만으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지역농가들의 협동사업이 원활히 돌아가려면 지역 내에 사료공장, 도축장, 육가공장, 판매장 등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만난 한우농민들은 농·축협의 역할에 한결같이 아쉬움을 보였다. 한우농가 개개인의 여력으로는 이같은 인프라를 온전하게 갖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맏형 격인 농·축협이 제대로 협동조합다운 사업을 추진한다면 농가들이 따로 협동을 모색할 필요가 없을 터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사회를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축산업계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우농민들의 협동사례가 늘어나고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의 근본적인 목표가 이윤을 더욱 늘리는 게 아닌 한우농민에게 지금 필요한 사업을 실시한다는 데 있다. 축산현장의 요구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니 호응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우라는 특정 품목을 벗어나 축산업계 전반에 이와 같은 흐름이 정착하려면 정부의 축산정책 전환과 농·축협의 사업방식 변화가 요구된다.

조원섭 횡성한우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원들이 공동구매하는 사료를 살펴보고 있다.
조원섭 횡성한우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원들이 공동구매하는 사료를 살펴보고 있다.
홍천한우사랑말 유통영농조합법인에서 판매하는 드라이에이징한 암소 갈비살.
홍천한우사랑말 유통영농조합법인에서 판매하는 드라이에이징한 암소 갈비살.
매장에서 판매중인 한우를 들어보이는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 대표이사.
매장에서 판매중인 한우를 들어보이는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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