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체계에 똥을 복귀시키자

‘자원순환형 화장실 체계’ 통한 순환사회 놓고 토론

  • 입력 2021.04.1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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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사이언스월든 연구팀이 개발한 친환경 변기체계 ‘비비 시스템’ 소개만화 중 일부. UNIST 사이언스월든 연구팀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사이언스월든 연구팀이 개발한 친환경 변기체계 ‘비비 시스템’ 소개만화 중 일부. UNIST 사이언스월든 연구팀 제공

자원순환의 핵심고리 중 하나인 똥. 똥은 어느 순간부터 마냥 ‘더러운 것’으로 치부됐다. 대안기술을 통해 똥을 자원순환 체계에 복귀시키자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 9일 ‘‘똥본위화폐’가 그리는 세상 – 자원과 돈의 선순환을 위하여’란 주제의 온라인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대소변 처리 시 기존 수세식 화장실은 한 번 사용할 때마다 10리터 내외의 수돗물을 사용하며, 하수관거를 거쳐 대규모 중앙집중식 하수처리체계 하에서 처리된다”며 “최근 물 부족과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똥오줌을 분리해 생물성 에너지를 생산하려는 기술개선 노력이 활발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를 비롯한 UNIST ‘사이언스월든’ 연구팀은 친환경 변기체계 ‘비비(BeeVi)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비비 시스템은 수세식 화장실보다 훨씬 물 사용량이 적다. 또한 진공펌프와 연결된 비비 변기를 사용해 똥을 미생물 소화조로 투입함으로써, 전기와 가스 등 생물성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안적 분뇨처리 체계라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비비 시스템은 환경에 해가 되는 어떤 쓰레기도 남기지 않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똥은 미생물 저장소를 거쳐 가정용 연료나 발전용으로 쓰일 메탄가스로 만들어지고, 마지막 똥 찌꺼지는 퇴비가 돼 농사용으로 쓸 수 있다.

비비 시스템은 아파트나 마을공동체 단위의 소규모 생물성 에너지 시설에 똥오줌을 모아 전기나 가스를 생산하는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생산방식’이다. 그러나 개별 가구 입장에선 ‘위생적이고 청결한 화장실’로 인식된 수세식 변기를 대체해야 한다는 뜻이기에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2018년 1,613명을 대상으로 ‘비비 시스템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나’란 주제의 인터넷 기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의 80%가 비비 변기를 가정에서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아파트 단지나 단독주택 공동체에 똥을 활용한 생물성 에너지 센터를 건립할 시 87%가 비용 지불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비비 시스템이 구현하고자 하는 체계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수용성은 높다는 게 조 교수의 판단이다.

그럼 이날 토론회의 표제어인 ‘똥본위화폐’는 무슨 뜻일까? 똥본위화폐는 ‘꿀’을 기본 단위로 한다. 10꿀은 하루 한 사람이 ‘생산’한 똥을 물로 내려버리지 않고 생물성 에너지와 비료로 만들 시 생기는 가치다. 이 꿀을 화폐로 삼아 누구나 물건, 서비스, 교육, 공연표 구입이나 상점에서의 물물교환을 추진하자는 발상이다. 사이언스월든 연구팀은 비비 시스템 실용화와 대안화폐로서의 똥본위화폐 확산 방안을 연구 중이다.

자원순환을 핵심가치로 삼는 도시농업계로서도 이러한 내용은 환영할 만하다. 똥의 순환 및 생태화장실 연구에 앞장서 온 안철환 온순환협동조합 이사장은 “비비 시스템은 부산물로서의 똥을 땅으로 온전히 돌려주는 자연순환농법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비비 시스템과 같은 자원순환형 화장실에 대한 정보를 많은 시민들이 알게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영속농업(퍼머컬처) 참가자들, 도시농부, 학교텃밭 교사, 자립형 생태마을 기획자 등에게 먼저 참여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전문위원은 이와 함께 “강아지똥의 똥본위화폐 활용도 고민할 수 있을 듯하다. 익숙한 것과 함께 실행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자”는 의견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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