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수급대책은 ‘수입’ … 식량자급 포기하나

수입절차 간소화, 계란 추가수입

옥수수 긴급할당관세 ‘0%’ 적용

전농 “정부, 농업 포기한 건가”

  • 입력 2021.04.1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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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정부가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대응해 ‘수입 확대’ 방침을 결정하자 농민단체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식량자급체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코로나19·기후위기 시대에 여전히 수입을 통한 수급정책이 이뤄지는 데 대한 비판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주요 곡물수출국의 생산사정이 악화되고 중국의 사료곡물 수입 확대, 미국의 곡물재고 감소 등이 겹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전적으로 국제곡물가격의 영향이라 볼 순 없지만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5%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지난 7일 제3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확정했다.

중대본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넘길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면서도 “2분기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선제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선 양파·대파는 조기출하를 독려, 배추는 비축물량을 탄력 방출하며 수입 유통이 진행 중인 계란은 1,500만개를 ‘추가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대책은 곡물 수입조건 완화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부터 수입업체들의 신속한 통관을 돕는 대책을 시행 중에 있다. 기존에 하역 후 보세구역에서 검체를 채취하던 것을 선상 채취로 전환하고, 수입물량 전체가 입고돼야 교부하던 수입신고확인증을 먼저 입고된 물량부터 우선 교부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번 회의에선 여기에 더해 관세 인하를 결정했다. 식용옥수수 128만톤(연말까지의 소요물량)에 긴급할당관세 0%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식용옥수수의 기본관세율은 3%로, 긴급할당관세를 통해 128억원의 관세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와 함께 사료 및 식품·외식업계엔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0.5%p 인하키로 했다.

농민들이 발끈하는 이유는 농산물 ‘수입 만능주의’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급률이 양호한 몇몇 채소품목에 있어선 “국내에서 수급을 조절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지만, 자급률이 취약한 곡물에서 위기를 맞자 허무하리만치 쉽게 수입 빗장을 열어젖히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은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 바로 비판 성명을 냈다. 전농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대책을 세우라고 그렇게 농민들이 하소연할 땐 모른 척 하더니, 밥상물가가 들썩이자 앞뒤 가릴 것도 없이 농산물 수입 더 많이 빨리해서 물가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대책을 내놨다”며 “문재인정부에선 농업을 포기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식량자급률이 OECD 꼴찌면서 농지를 전용해 투기하는 등 식량생산기반이 사라져가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매년 생산기반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그냥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정부에게 농업은 이미 국가운영에서 걸리적거리는 존재 정도로 인식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식량기구(FAO)는 먹거리 공급체계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며 올해 최악의 식량난을 경험하리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수입농산물로 당장의 물가압박만 막으면 될 거라는 착각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식량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건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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