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표] 경자유전 실현을 위한 농지법 개정방향

임영환 변호사 "농지법 개정의 핵심어, ‘공공재’ 그리고 ‘생산수단’"

  • 입력 2021.04.02 13:50
  • 수정 2021.04.02 13:5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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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으로 활동하는 임영환 변호사는 LH 직원들이 벌인 농지 투기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다. 그가 그간 경자유전의 원칙 실현을 바라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만든 농지법 개혁안, 그리고 이에 대한 현장 농민 및 법률 전문가의 다양한 해석과 의견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자유전 실현 농지법 개정안 발표 및 토론회’에서 임영환 변호사가 농지법 개정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자유전 실현 농지법 개정안 발표 및 토론회’에서 임영환 변호사가 농지법 개정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실련은 과거부터 농지법에 비농민의 농지 소유와 관련해서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번 LH 사태로 인해 농지 문제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매우 고무적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농민들이 농지를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농지법 전면개정까지 고려하는 형태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농지법은 경자유전의 원칙 아래 농지가 식량안보와 국토보존을 위한 자원으로써 이용된다고 천명해왔는데, 지난 1994년도 제정된 이래 비농민들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규제가 완화돼 왔다. 결국 개정은 헌법과 농지법의 취지에 맞게 농지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 오로지 생산수단으로 소유하고 이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개정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농지취득 규정 강화

현재 영농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하는데, 주말·체험 영농의 경우 아예 작성할 필요조차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선 농지를 계속해서 소유할 시 예외 없이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관외 거주자에 대한 농지 취득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유명무실화 돼 있는 경영계획서를 내실화하고 계획에 따른 이행을 의무화해야 한다.

농지 취득은 농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이뤄지도록 명시한다. 또한 비농업인의 상속농지와 관련해 현재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을 필요가 없도록 돼 있는데, 모든 농지에 대해 취득 증명을 받도록 관련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또한 대표적 예외로 인정받는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역시 소유를 목적으로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에 삭제한다.

또한 현재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계획대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계획 그대로 짓게 하고, 변경할 경우 사전 신고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자유전 실현 농지법 개정안 발표 및 토론회’에서 임영환 변호사가 농지법 개정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자유전 실현 농지법 개정안 발표 및 토론회’에서 임영환 변호사가 농지법 개정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비농업인 농지취득 요건 강화

비농업인은 농지 취득 직후 바로 한국농어촌공사에 이를 위탁할 수 있는데, 일정기간의 의무경작을 선행하도록 해야 한다. 농지의 전용허가, 전용신고, 매매 및 소위 쪼개기(토지분할) 모두 최소한 3년은 자경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획부동산들이 농업회사법인을 앞세워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한 뒤 일반 투기자들에게 쪼개 파는 게 큰 문제인데, 그런 작업으로 해당 농업회사법인 및 기획부동산들이 엄청난 금액의 수수료를 이익으로 가져가고 있다.

현재는 정당하게 농지를 매입한 뒤 자기가 농사를 짓지 않고 팔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획부동산 사례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원천 차단을 위해 3년 자경을 원칙으로 하고, 농사를 도저히 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만 매매하고 농지를 세분화해 처분해서는 안 된다고 새로 명시했다.

또한 주말·체험 영농을 목적으로 한 농지 취득은 금지한다. 기획부동산 문제도 있지만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의 목적으로 영농할 경우 굳이 농지를 소유하지 않고 임차하더라도 충분하다. 현행법으로도 임차로 영농 체험을 할 수 있고, 농업인이 이 용도로 쓸 경우에는 임대차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으니 굳이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비농업인 상속인의 농지소유는 LH 사태와는 또 다른 문제로, 한국농업의 고령화로 인해 비농업인에 대한 농지 상속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제대로 된 관리로 농업에 이용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1만 제곱미터 이하 상속농지 역시 농업경영에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은 이미 3월 24일 개정으로 실현됐고, 상속 시 신고와 농지 취득 시 필요서류 제출 역시 의무화해야 한다. 덧붙여 비농업인의 상속농지를 농업인, 농어촌공사 등에 처분하도록 하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상속농지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선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그래서 6개월 이내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더했다.

농업회사법인의 농지 소유제한 강화도 중요한 쟁점이다. 이 부분은 지난 날 열어주고 확대했던 예외규정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방식의 개정이 필요하다. 출자자 중 비농업인의 비율을 축소하고, 대표자 및 집행사원의 농업인 구성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기획부동산 업자들, 껍데기 뿐인 농업회사법인이 벌이는 행태에 대해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농지를 농지답게 하기 위한 규정

우선적으로 농지의 소유 및 이용에 대한 전수조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농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태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는 조사를 재량의 영역으로 두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의무조항으로 고치고, 새로 설립되는 농지관리위원회가 이를 시행하도록 했다.

농지소유와 이용에 대한 지역별 농지심의 기구를 설치한다. 과거 존재했던 농지관리위원회는 유명무실해져 폐지됐다. 농지를 실질적으로 누가 이용하는지는 지역농민들이 가장 잘 안다고 본다. 실태조사에 있어서 지자체별로 농지관리위원회를 두고, 구성에 있어서 실제 농업인을 과반 수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원회의 업무인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 가운데 상당부분에 관련된 업무를 위원회에 준다. 업무는 실태조사·농지취득자격 심사·전용허가신청 신고에 대한 심사 등이다.

농업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농지처분조치 강화는 지난 3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이 더욱 강화된 내용이라 이것으로 대체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아직 작업 중에 있는 부분은 농지 임대차를 포함한 농지 이용에 대한 내용으로 농업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법률 개정을 통해 제대로 된 이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사실 농지 전용의 대다수는 국가나 지자체의 개발사업을 통해 일어난다. 현행 농지법은 그런 개발 사업의 경우에는 전용이 의제(본질은 같지 않지만 동일한 효과를 인정)되는 규정으로 돼 있다. 이 역시 그렇게 쉽게 의제될 것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동의와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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