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마당’ 동행 취재기

시한부 판정 농민들 처절한 희망 찾기

  • 입력 2007.08.18 11:36
  • 기자명 관리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14일 오후 늦은 시간.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 에서 출발한 봉고차가 김포시 전역을 돌며 사람들을 차에 태우며 서울로 향해 달리고 있다.

이들은 김포시농민회 회원들로 이날 저녁 8시에 열리는 농민들의 통일 행사에 참석 하러 가는 길이다.
저녁 8시경 중앙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착 해 있었다. 농민회 사람들은 서로서로 악수들을 하느라 바쁘다. 여주, 이천, 평택, 부여, 심지어는 제주도에서도 왔다.

이날 집회는 다음날 열리는 8.15통일대회를 앞두고 열린 ‘전야제’로, 각 단체 별로 각자의 집회를 마치고 밤 11시에 중앙대학교 대운동장으로 집결해 모든 단체가 함께 하는 범국민대회이다.

이번에 맞이한 제62회 광복절은 우리 민족의 역사에 있어 대단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들에게 있어서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어느 누구보다도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국가 경쟁력‘ 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농업을 포기 한 채 진행 되고 있는 세계 각국과의 FTA 와중에서 열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우리 농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측의 어려운 식량 사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농민단체들은 우리의 남는 농산물을 북한에 보내 북측 주민도 돕고 우리 농민들도 살리자며 꾸준히 정부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약소국가의 현실에선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척에서 자신들의 동족이 굶어 죽고,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데도 맘대로 식량을 가져다 줄 수도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한 쪽에서는 영양 과다로 죽고, 다른 한 쪽에서는 영양실조로 죽고...

그동안 UR-WTO-FTA 등으로 세계 시장이 개방되어져 오는 동안 농민들은 점점 농업을 떠나 우르과이라운드가 한창 진행중일 때만 해도 1천만 농민이었던 것이 지금은 350만도 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은 항상 과잉이다.

이젠 정부도 노골적으로 농업을 포기하려 하고 있고, 그동안 농업에 대해 우호적 이었던 국민들도 (공산품을)수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농민들을 두둔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농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 할 수 있는 길은 농업을 포기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는 농업의 활로를 통일에서 찾고자 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통일농업을 주창하여 왔다.

식량을 포기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비교우위론을 들면서 값싼 농산물을 사다 먹자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항상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나라의 주권을 올바로 지켜 낼 수 없는 상황 에서는 ‘식량주권’도 지켜 낼 수가 없기 때문 이다.

이러한 때에 맞이하는 2차 남북정상회담은 농민들에게 있어 불치병 환자를 위해 개발 된 ‘신약’ 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농민들에게 이젠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고 있는 것이다. 통일에 한 발 더 다가 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석한 농민회 회원들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구호도 외쳤다.
농민들의 집회가 끝나고 모든 단체들이 함께 모여 전야제가 치루어는 대운동장으로 몰려가서 또다시 온 몸을 던져 집회에 참여했다.

초저녁에 잠드는 농민들이 두 눈 비벼 가며 그렇게 새벽까지 통일 노래를 불렀다.

<김포=김규태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