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와 농업

  • 입력 2008.08.11 11:43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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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전농 의장
그리스 로마 신화에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로 알려진 신이 있다. 이 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데, 평생을 자기침대에 행인들을 눕혀서 그 다리가 길면 잘라서 죽이고 모자라면 잡아당겨서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다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 신화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에 권력을 가진 자가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주관적 자기주장을 펴다보면 이렇게 다리를 잘리거나 뽑혀서 죽는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농업이 그런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농업정책이라는 침대 위에 한사람씩 누워 보아야 하는, 그래서 거기에 맞지 않는 농민들은 다리를 자르거나 뽑혀야 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직 장관의 열 개 농기업과 백 개 농업법인이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골에 걸린 농관원의 농가등록제 시행안내 펼침막이 섬뜩하게도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장관이 취임을 했다. 축하하는 바이다. 새 장관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들이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서 그 공과가 공식적으로 밝혀진바 없다. 하지만 이미 농림부 농업정책국장으로 전 정부에서 일한 바가 있다.

우리농업의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를 들이밀었던 과거가 농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제 본인이 프로쿠르테스의 침대와 칼을 들고 농민과 농업 앞에 설 것인가, 아니면 농민과 함께 닥쳐온 식량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힘과 지혜를 모을까는 장관 본인에게 달려있다.

훗날 안정적 식량생산 정책으로 국민과 농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장관으로 기록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프로쿠르테스가 영웅 테세우스에게 왜 단죄되었겠는가. 농심(農心)은 민심(民心)이요, 민심은 천심(天心)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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