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또 수입한다고?

4년 전 계란대란 때도 국고·행정력만 낭비 … ‘교훈 없었나’

  • 입력 2021.01.24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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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설 대비 수급안정 대책으로 4년 만에 다시 계란 수입을 꺼내들었다. 2017년 계란대란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지난 20일 설 명절을 앞두고 계란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선란·계란가공품 등 8개 품목(총 5만톤)에 오는 6월말까지 긴급할당관세를 한시 적용하고 이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할당관세가 적용되면 해당 8개 품목의 관세율은 기본관세율 8~30%에서 0%로 바뀌게 된다.

19일 기준 계란 산지가격은 특란 10개당 1,606원으로 평년 대비 35.9% 올랐으며 계란 소비자가격은 특란 10개당 2,177원으로 평년 대비 22.4% 상승했다. 이는 고병원성 AI가 확산되며 산란계 살처분 규모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날 기준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124개 농장, 879만수에 달하고 있다.

단기간에 계란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앞서 3년 동안 지속된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약세를 감안해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3년 동안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농가는 거리에 내몰리는 상황에 있었다”라며 “농가들은 인건비, 사료비, 가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가격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 2017년 1월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이 국내 모 업체에서 들여온 미국산 계란 150kg(2,160개)을 검역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난 2017년 1월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이 국내 모 업체에서 들여온 미국산 계란 150kg(2,160개)을 검역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는 4년 전에도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상승하자 할당관세를 적용해 계란을 수입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안정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신선란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양계협회는 같은날 성명에서 “미국, 태국 등에서 계란을 비행기로 공수하는 호들갑을 떨었다. 결과는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수입한 계란이 계란 수급이 정상화되면서 급기야 폐기처분되는 등 혼선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살처분 정책으로 생산기반을 붕괴시키고 계란을 수입하는 건 또다시 엄청난 국고와 행정력의 낭비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농식품부는 신선란은 설 명절 전에 필요한 물량에 대한 수입을 추진할 계획이나 자칫 세부사항 조율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설 명절까지 3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수입국과 수입업체를 정하고 검역, 유통기한, 산란일자 난각표기 등 국내 절차에 맞춰 계약을 맺기에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 검역조건 및 수입 위생조건을 모두 충족한 나라는 미국, 스페인, 뉴질랜드, 태국 등이다. 이들 나라도 최초 수입물량은 정밀검사 대상으로 계란이 공항에 도착한 뒤 통관까지 8~18일이 소요될 걸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수입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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