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토론] 국회토론회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자"

  • 입력 2020.10.30 09:20
  • 수정 2020.10.30 09:3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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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매년 농산물 가격 급등락 현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부진이 심해 전년 대비 진폭이 더욱 크게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농정>은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쌀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배추생산자협회와 함께,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열었다.

 “농산물 가격정책, 수입 관리에서부터”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수입농산물에 대한 시각들이 입장과 위치에 따라 너무나 다른 것 같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라 민간 농산물 수입을 막을 수 없다”, “수입농산물 시장과 국산농산물 시장이 구분돼 있어 수입이 국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입농산물은 중도매인 영업을 위한 구색맞춤품목이나 국내 생산품목 중 단경기에 한해 취급할 수밖에 없다”, “자급률이 낮은 농산물은 수입할 수밖에 없다”, 기가 막히지만, 양파협회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실제 들었던 말들이다.

수입산이 국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11~3월 양파 저장성이 떨어지는 시기에 수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3월 10일부터 수입을 제일 많이 하고 있다. 햇양파 가격을 잡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재배면적 10%를 줄이라 해서 농민들이 줄였는데, 수입이 10%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수입을 두고서 국내에서 면적조절하고 사전폐기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나. 앞으로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을 통해 경작신고제를 추진한다는데 그러자면 이 부분에 대해 농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게 아닌가. 수입농산물이 어떻게 유통되는지는 생산자에겐 생계 문제, 소비자에겐 건강 문제로 다가온다. 생산기반 보호와 국민 건강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수입농산물 관리 협의체를 구성하고 검역·위생기준과 유통이력제를 강화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고 이행해야 하며, 통계와 수급정책에도 수입농산물을 적극 포함시켜 고민해야 한다.

WTO 내국민대우 원칙의 예외규정을 활용하면 수입농산물에 대응할 명분이 생긴다. 공공비축수급을 법률화하고 정부조달과 연계한 가격보장제도를 만든다면 효과적인 가격안정이 가능하다.

농안법에서 얘기하는 ‘적정한 가격’은 농업기반 유지가 가능하고 유통단계의 독점이익이 없는 가격으로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하며, 수입으로 인한 피해보전도 아로니아 수입분말과 국산생과, 수입 오렌지·파인애플과 국산 감귤·사과, 수입김치와 국산배추 등 경쟁품목·대체품목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김치문화 보존 특별법을 제정하자”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오늘 발제된 농산물 공공수급제도에 공감한다. 매년 반복되는 가격문제는 농민들의 소득 증감이 아닌 생존이 달린 문제다. 정부는 가격지지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존권이 걸린 농민들은 늘 대안을 고민해왔다. 현장의 농민들의 절실함으로 만들어낸 공공수급제를 이제는 정부와 주요 연구 집단에서 진지하게 받아 안아야 한다.

오늘 들고 온 토론의 내용도 농민들의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제주 농민들과 함께 김치에 대해 고민했다. 김치는 우리 전통음식이며 문화다. 우리 식탁에서 김치가 빠지면 상차림이 완성되지 않는 것처럼 김치는 음식을 떠나 우리의 문화다. 매년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는 가운데 김치도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김치 수입량이 수출량을 앞서기 시작했다. 수입김치는 국내 김치 소비량의 16%를, 밖에서 먹는 상품김치 소비량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스스로 김치 종주국이라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이 먹는 김치는 수입산에 잠식되고 있다.

우리 김치를 보전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김치를 지키는 것은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밭작물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우리 땅에서 재배된 배추, 무, 마늘, 양파, 고추로 담근 우리 김치를 지켜내야 국내 밭작물도 살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김치와 밭작물을 지켜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김치문화를 지키기 위한 특별법을 제안한다.

지난 2018년 4월 농식품부는 2018~ 2022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국산김치 시장점유율을 65%에서 70%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김치수입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김치소재 산업 육성, 수출확대, 거버넌스 구축 등의 추진전략들은 김치 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해야 추진이 가능하다.

특별법에는 김치 자급률 목표치를 포함해 관련 밭작물의 계약재배, 김치 이력추적 관리제, 사용 인센티브 규정 등을 담을 수 있다. 특별법에는 또한 세부 정책과 통계체계 정립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오는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이날을 김치와 밭작물을 지키기 위한 김치특별법 제정 운동을 선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 발씩 앞으로 나가보자.

 

“소비자와 함께, 큰 틀의 논의 필요”

류상모 화성시청 농업정책관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목표를 정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농업소득이 1,000만원이라는 건 설사 세 배로 상승한다 해도 도시근로자 소득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자급률 목표치를 얼마로 설정하고 이와 연결해 농업소득을 얼마나 올리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농업소득으로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초점을 맞춰 농외소득을 좀 더 확보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을 이원화해 목표를 설정하고 갔으면 좋겠다.

수입농산물 문제는 경쟁력의 문제인 것 같다. 가격경쟁력이 없으면 가격경쟁력을 만들든지 또는 품질경쟁력으로 대체해야 한다. 가격·품질·조직·유통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야 한다. 덧붙이자면 외식·가공분야의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농산물도 외식·가공 쪽의 수요에 대응해 공급하지 않으면 문제점이 생길 것이다.

공공수급제 재정 문제에 대해, 지자체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코로나 복지예산을 많이 쓰다 보니 내년도 세입 17% 감소가 예상된다. 기존 농업예산에서 잘라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은 비용 부담자와 수혜자가 일치해야 효율이 올라가는데, 농촌형 도시는 세수가 부족하고 도농복합형 도시는 농업 비중이 작다 보니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논의가 좀 더 소비자 지향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화성시 정책은 수입농산물을 최대한 국산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입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인데, 식량주권과 푸드플랜 차원에서 차액을 지원해서 국산을 쓰려 하고 있다. 올해 차질이 생긴 학교급식 농산물도 시가 계약물량 전량을 수매해 할인판매 했다. 그런데 생산자에게 최저생산비를 보장하면 좋겠지만 소비자 지출부담도 고려를 해야 한다. 생산자와 함께 소비자도 끌어들여서 논의를 이끌어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농산물 가격안정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미국도 계속 제도를 바꿔내고 있다. 선진국 제도라고 완성형이라 볼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되 현지화하려 노력해야 한다. 발제자 스스로도 제안 내용이 다소 거칠다고 표현하셨는데 이를 다듬기 위해 소비자와,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켜 논의했으면 한다.

 

“유통구조 개선이 바로 근본대책” 

김윤두 건국대 교수

 

작년엔 가격 문제로 여러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올해는 또 가격이 좋다. 즉 우리가 농산물을 출하해 가격을 받는 것 자체가 투기적인 상황에 몰려있다. 이것은 농산물 유통구조의 문제다. 우리나라 농산물 거래량의 58.9%가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된다. 그중에서도 가락시장이 가격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지방 도매시장의 거래가 가락시장의 거래 시간 이후에 진행돼 가락시장의 가격이 사실상 기준가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격은 경매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러면 경매 입찰은 공정한가? 2019년도에 640만 건의 경매를 분석했더니 106만 건이 1초안에 거래됐다. 또 판매 후 정정이 수십만 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많은 부분에 있어서 농민들이 제값을 받는 길은 묘연하다.

일본은 거래에서 경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9.4%다. 나머지는 전부 정가수의매매 방식이다. 미국·유럽 등 어느 선진국도 경매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곳이 없다. 우리만 이걸 하는 이유가 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7.6%. 다른 동종업계는 6.5%다. 이 법인들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81.1%다. 여기 계신 농민들의 돈이 전부 농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건설업체 모기업으로 간다. 그래서 기술도 특허도 없고 땅도 자기 것이 아니며 수수료만 받는 법인이 770억원에 팔린다. 바뀌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시장도매인제도를 확대·개편해서 경매제와 경쟁시켜야 한다. 어떤 한 주체를 없애 생산자·출하자들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경쟁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전국 32개 도매시장 가운데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한 강서시장의 성장률은 전국 2위다. 그곳에 들어가는 물량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다. 16년 동안 검증했다면 이제는 생산자의 소득안정화를 위해 경쟁체제 마련하고 출하선택권 보장을 통해 소득 안정화를 실현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 보장을 위한 근본 대책을 세우자고 모였는데,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들은 세수를 확보해 산지폐기 등 수급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도입하자는 거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것이 아니라 이런 거래 제도를 통해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 농민들이 최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어도 운임·작업 비용은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거버넌스 구축으로 새로운 수급정책 펼 것”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수급안정정책을 논의하기 전에 해당 품목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뉴질랜드의 경우 양파의무자조금단체와 정부가 향후 20년 양파 정책을 같이 정하고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구조다. 그래서 작년 9월부터 근 10개월에 걸쳐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을 만들었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농수산자조금법 개정으로 상당한 권한이 생산자에게로 넘어왔기 때문에 우리가 수급정책을 펼 수 있는 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바뀌었다.

또 그동안 농협을 통해 생산비의 107%를 적용하며 계약재배를 해왔는데 문제는 그 혜택을 받는 농업인이 전체의 20% 뿐이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확대가 안됐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채소가격안정제다. 이는 미국과 완전히 동일한 제도다.

수입에 대해선, 중국 수출업자가 한국 시장가격을 매일 보면서 얼마 이상이면 이익보겠다 하는 걸 체크하고 있다. 우리가 수출업자들에게 한국에서 돈을 못 번다는 시그널을 주려면 수입이 들어올 수 없는 천정가격을 최소 1~2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수입유통이력관리 업무를 관세청에서 농식품부로 이관받을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참깨분·약용작물 대신 냉동고추 등 주요품목 위주로 대상품목을 설정하겠다. 김치 역시 내년 7월부터 수입에 해썹 의무화를 적용한다.

발제내용 중 생산량의 15%를 공공부문에 공급하자는 건 정말 좋은 생각이다. 2016년 WTO 개정으로 그것이 가능하게 됐는데, 문제는 국내법에서 이를 실현하려는 개정안이 전 부처의 반대로 무산됐다. 공공급식 식재료 시장을 10조원 이상으로 보는데 생산량의 15%를 충분히 소화가능한 규모다. 농특위 중심의 다부처입법 등을 통해 시급히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공공급식과 함께 500만 먹거리 취약계층에게 공공재 개념으로 하루 세 끼를 지원하는 전략도 같이 가야 한다.

도매시장에 대해선, 전 세계 어느 시장도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두 거래제도를 병행하는 곳이 없다. 지난해 1년 동안 관계자들과 회의를 했고, 대금정산조직을 만들어 중도매인 소속제를 없애는 데 합의했다. 경매제 문제는 경매제로 풀면 된다. 도매법인 과다이익이 문제라면 기금 조성이나 재지정 요건 강화로 농업인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찾는 등, 경매제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좌장 - “가격정책, 농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김호 단국대학교 교수

 

농산물 가격이 널뛰는 건 생산자도, 소비자도 싫어하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의 가격안정 정책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무진 정책위원장의 발제문을 받아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한 장문의 보고서다.

공공수급제와 최저가격보장제. 대단히 담대한 안인데, 이걸 어떻게 실현시킬지에 대해선 사실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내용들을 조금씩 다듬으면 실현 가능한 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다는 건 농업소득이 안정된다는 것이고, 소득이 안정돼야 농민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민들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과 도시 근로자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은 다 똑같은 성질의 것이다. 도시 사람만 국민이 아니고 농민도 국민이고 사람이라는 얘기다. 농민들이 농사를 유지할 수 있는, 생존기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은 반드시 안정돼야 한다.

가격안정 대책에 대해 농민들이 이렇게 제안을 하고 있다.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 요구를 받아들여 정책을 만드는 걸 현장농정이라고 한다. 정책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거버넌스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평가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같이 하고 같이 책임지는 것이다. 의무자조금단체가 수급조절을 담당한다는데 단독으로는 절대 수급조절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생산자단체가 할 일이 있고 중앙정부가 할 일이 있고 지자체가 할 일이 있다. 모든 것이 다 조화가 돼야 수급조절이든 가격안정이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탁상행정,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현장행정, 거버넌스로 나아가야 한다. 거버넌스란 얘기 자체는 수도 없이 나왔지만 그걸 제대로 시행한 사례는 보질 못했다. 가령 정부가 책임져야 할 가격안정과 소득안정이라고 하는 중요한 농업정책의 목표를 의무자조금단체에 떠맡기려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같이 해 나가야지 따로 가선 절대 성과가 나올 수 없다.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가격안정의 근본대책으로서 공공수급제와 최저가격보장제를 실현할 구체적 대안에 대해 농민단체에서도 제안하고 정부에서도 고민해줬으면 한다. 농민들도, 소비자도, 모든 국민이 바라는 것이 가격안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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