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마을과 가까운데서 돌봄 받을 순 없을까”

홍성 의료생협에서 만난 농촌주민이 바라는 노인복지
돌봄공간으로 사회적농업과 연계한 돌봄농장 모색 중

  • 입력 2020.10.25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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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선 주민들이 모여 자신이 원하는 돌봄에 대해 공부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금평리에 마을의원을 연 홍성 우리마을의료생협(이사장 채승병)에서 시작한 이 열린모임은 사회적농업과 연계한 농촌형 통합돌봄의 내일을 구상하고 있다. 

“복지시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많은 사람을 수용하려고만 한다. 언론보도를 보면 수면제로 계속 재운다던가 식사도 죽처럼 갈아서 억지로 떠먹이고 빨리 먹이려고만 하는 등 노인이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 것 같다.”

“재가복지센터가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3시간 내에 다 돌보기엔 힘들다. 요양보호사도 생활보장이 돼야 하는데 네 집, 다섯 집씩 가야 돈이 되니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더라. 복지문제를 개인업체만 맡기기엔 마땅치가 않다.”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은 2009년 1,642개소에서 2018년 3,390개소로 증가했고 시설 정원도 8만여명에서 16만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요양병원 수도 같은기간 77개소에서 1,558개소로 증가했으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의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은 2016년 기준 약 50만명에 이르고 있다.

돌봄시설이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들 시설이 제공하는 돌봄서비스에 대한 불신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발간한 농촌형 커뮤니티 케어 정책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이 건강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입소자의 수에 따라 시설의 이윤이 결정돼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시설을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운영비를 절약하고자 위생과 영양 상태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이 늘며 의료재정에도 큰 부담이 지워지고 있다.

홍성 우리마을의료생협(이사장 채승병)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설립한 우리동네의원.
홍성 우리마을의료생협(이사장 채승병)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설립한 우리동네의원.

지난 21일 충남 홍성군 우리마을의료생협에서 만난 신관호 어르신(72)은 “부부가 요양원에 가지 않고 건강하게 같이 살며 서로를 보호했으면 좋겠다”라며 “가정을 유지하면서도 돌봄을 받도록 하는 걸 우선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홍동면 궁평리에 사는 신관호 어르신은 “최종적으로는 우리지역과 가까운데서 보호받을 요양시설도 필요하다”면서 “요양시설과 가까워질 방법이 없을까 정기적으로 토론모임을 열고 있다. 그래서 봉사활동도 하고 이웃이 찾아올 수도 있고 작은 농장을 관리하면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돌봄공간을 만들려 틈나는대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서 나온 노인돌봄의 내용을 정리하면 △서로를 돌보며 살던 마을에서 계속 살면서 △가족, 친구, 이웃과 여전히 연결된 일상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지내는 모습이다. 반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사회적으로 배제돼 고립된 채 △과보호되거나 대상화되는 모습은 바라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채승병 우리마을의료생협 이사장은 “농촌의 돌봄공간으로 마을회관이 흔히 거론되지만 운영주체가 없는 한계가 있다”라며 “누군가 마을주민이 나서서 점심도 만들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지쳐버리면 운영이 어렵다”고 전했다. 채 이사장은 “내년엔 돌봄공간이 될 농장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노인이어도 다 일을 하던 사람들이다. 자신이 할 수 있으면 나와서 가꾸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농장이 잘 운영되면 주간보호시설을 만들어 낮이라도 모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에 우리마을의료생협은 지난해부터 마을의원 인근 논을 돌봄농장으로 조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문철 우리마을의료생협 사무국장은 “조합원인 주민들이 어떤 돌봄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작업을 계속 진행해왔다. 숨어있던 필요를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면서 “서로 돌봄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공유하면서 돌봄농장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농촌형 돌봄은 마을과 읍면에서 잘 이뤄지는게 1순위다”라며 “읍면지역에서 필요를 찾고 해결할 자원을 연결하며 지도를 그리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앞으로 지역에서 농촌형 면단위 돌봄을 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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