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품격④] 충북 청주 오창농협

친환경농업 확대로 지역 선순환
경제사업량 전체 사업량의 80% … 전국 최대 규모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눈길

  • 입력 2020.10.25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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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협의 핵심은 경제사업에 있다. 농민조합원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농민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지역농협의 목적이어서다. 이에 <한국농정>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개혁적 성향의 농협 조합장 모임 정명회와 공동으로 매월 1회 지역농협 경제사업의 모범사례를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오창농협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김영우 조합장(왼쪽 일곱 번째)과 직원들이 지역 생산 친환경농산물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창농협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김영우 조합장(왼쪽 일곱 번째)과 직원들이 지역 생산 친환경농산물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친환경농업 확대로 지역사회의 선순환을 만들어 가는 농협이 있다. 충북 청주의 오창농협이다. 지역농협 경제사업이 천편일률적인 점에 비춰보면 친환경농업을 중심에 둔 오창농협의 경제사업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오창농협을 찾아 그 배경을 확인했다.

청주시에서도 오창농협이 있는 오창읍이 친환경농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건 20여년 전이다. 1998년 일반 벼 수매값이 폭락한 상황에서 이를 타계할 방안으로 친환경농업이 부상했다. 환경 보전에도 필요했지만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됐다. 당시 많은 농가가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친환경농업을 일궈온 농민 선구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던 친환경농업은 농촌 고령화와 지역개발 등의 이유로 한계점을 맞이했다. 1990년대 후반 330ha에 달했던 친환경농업 면적이 200ha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2016년 김영우 조합장 당선 이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친환경작목회 사무국장을 맡아 지역 친환경농업 태동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김 조합장이 재선까지 성공하며 친환경농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한 것이다.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

농사꾼인 김 조합장은 “농가가 원하는 품목의 전량 수매, 농민들에게 제값을 주고 농산물을 팔아주는 농협을 꿈꿨다”고 한다. 판매농협이 농협 본연의 역할이라서다. 그는 친환경농업 육성을 통한 경제사업 활성화로 이를 구체화했다. 실제로 오창농협은 계약재배를 통해 친환경농산물 인증부터 종자제공, 생산관리, 농자재 지원, 공동방제, 판매까지 친환경농업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오창농협 조합원 2,200명 중 10% 가량인 210명이 친환경농민이다. 하지만 친환경농가에 대한 지원은 일반 농가와 맞먹는다. 대표적 사례가 농자재 지원이다. 오창농협 교육지원사업비가 1년에 13억7,000만원 가량인데 일반농가 자재 지원 예산이 2억5,000만원이고, 친환경농가 농자재 지원 예산도 2억5,000만원이다. 이에 더해 지자체에서 매해 친환경농업 지원 예산을 7~8억원 가까이 받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 이런저런 지원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농가소득이다. 지난해 일반 벼 40kg 1포 기준 수매가가 6만3,000원이었는데 친환경 벼 수매가는 8만8,000원이었다. 친환경농산물 수매가가 관행보다 30~40% 높게 책정되니 농가에서도 호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높은 수매가가 가능한 건 확실한 판로가 있어서다. 친환경 벼의 경우 오창농협 등이 출자한 청원생명쌀조합공동사업법인을 통해 판매된다. 더군다나 판매의 중심엔 지난 2009년 8월 전국 최대 규모로 준공된 오창농협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가 있다. 9,932㎡ 부지에 저온저장고만 1,234㎡에 달한다. 친환경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각종 전처리시설은 물론 프로그램이 구비된 완성형 꾸러미작업장도 갖췄다. 지난해엔 친환경축산물가공센터도 구축했다.

지난해 오창농협 전체 농산물 판매액이 249억원인데 이 중 154억원을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가 담당했다. 구체적으로는 꾸러미를 통한 SK그룹 매출액이 97억원이고, 학교급식 40억원, 온라인-오프라인 판매 7억원, 잡곡 12억원 등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사업량 중 50% 수준에 머물던 경제사업량이 80% 수준까지 상승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농협중앙회 차원의 단일화된 유통물류관리프로그램이 없어 부족한 농산물이나 과잉 농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창농협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 도매시장에서 친환경농산물이 관행농산물보다 저평가되는 점도 문제다. 오창농협 조합원들이 친환경농산물 전문 경매장을 요구하는 이유다.

앞으로의 과제도 있다. 판로 다변화다. 기존 판매처가 있지만 일부 판매처에 편중돼 공공영역으로의 판매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전완규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조합장은 향후 2022년까지 경제사업장 타운을 건설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또한 이 타운에 주간보호소도 설립해 지역사회공헌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조합장은 무엇보다 “친환경농업 생산비가 일반 농산물보다 3~5배는 더 투입되는데 가격을 20~30% 더 받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친환경농민들이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전완규 오창농협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장(오른쪽)과 조기형 계장이 꾸러미작업장 화면에 표시된 전산화된 작업량을 설명하고 있다.
전완규 오창농협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장(오른쪽)과 조기형 계장이 꾸러미작업장 화면에 표시된 전산화된 작업량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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