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토론] ‘식량자급률 어떻게 높일 것인가?’ 토론회

  • 입력 2020.09.20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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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 실현 농정 전환, 구체적인 계획 만들자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 9일 발간한 보고서 ‘2020년 생태위협 기록부’를 보면 30년간 전 세계에서 난민 10억명이 발생하고 전 세계 인구의 10%가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추산을 내놓았다. IEP는 인구증가, 물 부족, 식량난, 가뭄, 홍수, 폭풍, 온난화·해수면 상승을 8대 생태위협으로 설정해 각국의 위험도를 분석했는데 한국이 중간 정도의 위협을 받는 국가로 평가했다.

그런데 정부와 한국사회를 보면 식량 위기에 관한 위기감을 못 느끼고 있다. 한국의 높은 농산물 수입의존에 맞춘 먹거리 조달 시스템은 식량자급의 걸림돌이다. 정부 비축사업의 내용을 보면 비축의 핵심목표가 물가안정에 있어 국내산 수매보다 수입산 비축에 치중하고 있다.

현재의 식량조달 시스템으로 세계적 식량위기를 견딜 수 있을까? 우선, 모든 농업정책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국내 농산물 비축량을 높이면서 농업의 지속성을 강화하고 수입비축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자급률 목표치만 제시하지 말고 그 이행계획까지 명시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비축 농산물을 국민들에게 차별없이 공급하도록 미국의 보충영양프로그램과 같은 농산물 꾸러미 사업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식량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과 구체적 실행계획을 내오지 못한다면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식량주권이 실현되는 농정으로의 방향 전환을 선언하고 그에 걸맞는 실천계획을 내놓는 모습이 절실하다.

대통령과 국회가 먹거리 기본권 보장 나서라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먹거리와 농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물자·전략산업으로 설정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22개국이 농산물 국내 비축을 확대하거나 수출을 금지했다. 식량무기화와 식량안보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이 국가먹거리위원회를 열고 먹거리비상공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회도 상설특위로 먹거리위기대응특위를 만들어야 한다. 범부처 차원의 공동대응을 하는 게 중요하다.

농업예산을 증액해 먹거리에 집중해야 한다. 농정예산은 최소한 국가 전체예산 증가율에 비례해 올라야 한다. 정부가 학교급식에 대해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까지 포함한 국내산 식재료 공급을 원칙적인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농지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시·군·구청장에게 농지전용권한을 위임했는데 농식품부 장관 소관으로 복원해야 한다.

브라질은 먹거리 공공조달 프로그램으로 농가소득문제와 취약계층 먹거리문제를 개선했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농의 소득보장 및 공정가격 유지, 식량안보와 영양 증진 등을 목적으로 국가적 먹거리 비축체계를 구축했다.

국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누리는 건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이며, 국가와 지자체는 이를 보장해야 할 기본책무를 지니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면 무엇보다 농어민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간 새로운 계약(New Deal)이 필요하다. 이런 사회협약을 토대로 우리 농어업정책과 먹거리정책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밀, 좋은 음식이자 식량이란 인식부터 가져야
김준규 국산밀산업협회 상임이사

국민은 1인당 쌀 61㎏, 밀 32.2㎏을 소비해 하루 한끼는 밀을 섭취하는데 국산밀 자급률은 1.2%에 불과하다. 밀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난해, 식용밀은 2011년 이후 최대인 240만5,000톤이 수입됐다. 그런데 국산밀은 전년대비 1만1,000톤 감소한 1만5,000톤을 생산했다.

밀 자급률 목표치인 9.9%를 실현하려면 일단 국민들이 밀은 좋은 음식이며 식량이란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우리밀살리기운동과 우리밀 산업 종사자들의 노력으로 국산밀 제품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더 품질이 좋고 안전한 밀이 유통되려면 국산밀의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농축산물과 식품에 GMO 식품 표시도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인도적 식량지원 차원에서 국산밀 3만톤을 대북지원으로 보내야 한다. 정부는 매년 공공비축용 국산밀을 다량 비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공공비축밀로 대북지원에 나서면 국산밀 유통도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모든 밀생산단체들이 함께해 국산밀 의무자조금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급변하는 유통·소비시장의 환경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와 국산밀 생산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의무자조금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밀가루를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반대로 국수를 먹으면 소화가 빨리 된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밀로 만든 음식은 영양가가 높은 좋은 음식인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앞으로 이같은 자리가 열리면 국산밀 관련 종사자들을 많이 불러주길 바란다.

절대부족 품목, 계약재배 통해 생산기반 안정
이기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급이사

밀, 콩, 팥, 녹두, 참깨 등 절대부족 품목은 계약재배를 확대해야 하는데 지역농협에 맡기기엔 불안하다. 계약재배 주요당사자는 aT가 돼야 한다. 생산농가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정부 또는 생산단체가 판로를 보장하는 계약재배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 특히 품질 균일도 제고를 위해 정부보급종을 농가에 공급하는 기반이 필요하다.

밀은 수요처를 발굴해야 하는데 국산밀을 가공하는 업체가 수입밀을 가공하는 업체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 수입밀은 필요하면 공매나 직불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한다. 그런데 국산밀은 수확기에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니 부담을 갖게 된다.

콩은 수매가를 낮게 책정했다. 수매가가 시중가의 85% 이상은 돼야 농민들이 수매에 참여한다. 지난해 특등급 신설에 따른 수매가 인상으로 역대 최대인 1만6,767톤의 콩을 수매했다. 현행 가격(특등 ㎏당 4,500원)도 국산콩 시중 도매가격(㎏당 5,280원)의 83% 수준이다.

팥, 녹두, 참깨는 가격탄력성이 높다. aT가 항상 적정물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 품목들은 시범적으로 최저가격 보장제를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 기후여건의 변화에 따라 생산변동성이 큰 품목에 대해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농산물을 어떻게 납품할지도 신경써야 한다. 공공급식에 원곡 그대로 공급하는 방식을 고집하면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소비와 연계한 생산, 합리적인 적정 수매와 비축, 판매 방안을 통합적으로 모색해 정부종합관리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품종 개발·품질 관리·농업기술 개발 노력할 것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농촌진흥청은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품종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밀은 지난 2018년 밀 연구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체계적인 밀 연구로 대내외 협력 및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수확 후 품질관리와 규격화 및 논 작부체계 다양화 기술 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원료밀 생산단지는 품종을 단일화하고 쌀 최적경영체 육성 사업과 연계한 규모화를 추진 중이다. 품종 개발 못지 않게 보급도 중요하다. 행정과 연계해 보급에도 힘쓰겠다.

밭작물 생산성 증대 및 안정화 기술개발 및 보급에도 노력하겠다. 콩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논 재배 및 기계화에 적합한 다수성 품종을 개발하겠다. ICT활용 자동 물관리 및 논재배 안정생산기술 등 관련 생산기술도 개발해 정밀 물관리기술 기반을 조성하겠다.

사료작물 자급률을 높이고자 청보리, 트리티케일, 호밀, IRG, 옥수수 등 수입사료 대체 품종개발을 진행 중이다. 조사료 연중 생산 기술 및 생산비 절감 재배기술 개발도 나서겠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저항성 품종개발 연구를 강화하겠다. 온난화에 따른 재배법을 재설정하고 수량 및 품질 영향 평가 등을 추진하겠다. 미래 기후변화 대비 예측과 관리시스템 구축도 연구 중이다. 농업부문 탄소배출권 거래에 대응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또, 새만금 간척지를 농업이 조기에 이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현장 지도사업에 한계가 있다. 비대면 컨텐츠를 개발해 다음달부턴 비대면 기술보급을 추진하려고 한다.

밀·콩 비축 늘리고 해외 곡물사업 측면지원하겠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농식품부 안에서 밀이 제2의 주곡인데 1% 자급에 그친 점을 반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원인으로 현장과 연계해 계획을 구체화하고 뚝심있게 추진하는 게 부족했다는 점이 꼽혔다. 생산자들을 만나면 생산은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소비처 확보가 중요하다. 올초부터 생산단지 지원사업으로 생산자를 조직하고 낙후된 건조·저장시설과 종자문제를 R&D와 연계해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

생산단지에 참여하는 농가엔 정부보급종을 50%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급식 등 대량으로 유통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하고 충성도 있는 소비처 발굴 노력을 검토하려 한다. 소비처가 관건인데 당장은 새로운 수요처에 공급할 물량이 없어 생산기반을 늘리는 것도 같이해야 한다.

콩은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으로 수확량이 늘었다. 국산콩 수요 확대를 유도하도록 실수요를 반영해 TRQ 물량을 배정하고 수입콩 수급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곡물위기 대응역량을 제고하고자 밀·콩 비축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비상시를 대비한 최소물량을 확보하겠다. 생산단지에 참여하는 농가를 늘리고자 현장과 접촉하고 있다. 국산수요업체에 어떤 체계로 공급할지도 협의하고 있다. 다양한 위기 요인을 고려해 위기 판단 기준 다양화 및 단계별 대응 방안을 구체화하겠다.해외곡물 조달역량도 강화하겠다. 사업특성상 전문성을 가진 민간기업 중심으로 곡물조달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해외 곡물사업 진출기업에 대해 융자사업 이자율을 인하하는 등 민간기업 측면지원을 통해 공급여력을 늘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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