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본성 살려야 AI 막는다”

■ 인터뷰-친환경농민운동가 이 선 형 씨

  • 입력 2008.07.21 12:07
  • 기자명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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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의 연장선에서 농민운동을 선택한 이선형(49)씨는 1983년 순창에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26년째 농민운동에 몸담아 오고 있다. 20년 넘게 한우물을 판 결과가 2억의 빚과 아들 하나 남았다는 이선형씨는 아내 박찬숙(50)씨와 함께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부인 박찬숙 씨 또한 학생운동의 연장선에서 농민운동과 이선형씨를 선택했다. 박찬숙 씨는 농업문제는 물론 전여농 부회장을 역임 하는 등 여성농민들의 삶에 대한 지난한 투쟁을 해 오고 있다. 특히 ‘흘러라 섬진강’ 등 30여곡의 농민노래를 작사작곡하면서 청보리사랑 여성농민노래단과 함께 노래를 통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농민들이 선택할 길은 스스로 벼랑 끝으로 떨어져 내리든지 아니면 정치세력화 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선형 씨는 벼농사와 함께 자연농법으로 유정란을 생산 하면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거래를 해 오고 있다.

전라도 순창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면서도 도시에 사는 사람 못지않게 도시 사람들과 교감 하면서 농민들의 정치세력화를 향해 꾸준히 황동해 오고 있는 이선형씨를 만났다.

-농민운동을 시작 하게 된 동기는

▶1979년 농과대학에 입학 한 이후 유신시대 말기 상황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과학 써클에 가입하여 우리나라 정치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을 키워 나갔다. 1981년 봄에 광주항쟁 학살 원흉을 규탄 하는 학내 시위를 주도했다가 구속되어 학교는 제적이 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이 때부터 침술 공부 등을 하면서 농촌으로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농활 등을 통해 농민운동을 결심한 집사람을 만나 신혼 생활과 함께 전 재산을 털어 암송아지 2마리를 샀다. 그러나 우리의 꿈은 전경환의 외국소 수입으로 농촌 생활 초장부터 쪽박을 차야만 했다. 당시 75만원에 구입한 암송아지가 만 2년 후에 새끼와 함께 팔았는데 76만원을 받았다.

-친환경농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농사 초기부터 친환경농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지만 여의치 않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가 3년 전부터 다양한 시도들을 실천하고 있다. 물 사정이 원활하지 못하여 논농사는 관행으로 하고 있지만 밭농사는 비료·농약 없이 천연 물질을 이용한 자연농업으로 농사짓고 있다.

또한 항생제나 일체의 약품 사용 없이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AI의 창궐에도 우리 농장은 닭의 본성 그대로 편안하게 흙목욕을 하면서 산란율 90%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매번 AI 파동을 겪으면서 나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걸 알았다. 농장을 방문한 사람들 마다 냄새가 없는 닭장을 보면서 AI의 해법이 여기에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이러한 친환경농업의 실천을 위하여 각종 친환경자재와 발효퇴비를 ‘계약재배사업단’과 함께 만들어 보급하고 있으며 순창농업기술센터내의 ‘자연농업연구회’ 대표를 맡아 홍보와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농민운동을 계속 할 것인가

▶이제껏 세상을 살아오면서 많은 유혹과 갈등이 있었다. 그 때 마다 나 자신 스스로가 허망한 출세욕에 따른 개인적 욕구는 없는가 돌아보면서 어려운 농촌의 현장에서 열심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많은 활동가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갈수록 농업의 여건이 급박해 지면서 농민들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요구 또한 절박한 실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 매서 쓸 수는 없는 법,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이 오히려 조직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원칙과 초심을 잃지 않는 활동가로 남기 위해 항상 제초제와 살충제 없이 농사짓고 있는 친환경농사꾼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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