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Q. 신문에서 토종씨앗에 대해 많이 강조하는데, 토종씨앗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옥수수나 고추 등은 원산지가 아메리카 대륙인 걸로 아는데, 옥수수나 고추 중에도 토종이 있다고 하니 의아해서요.
A. 안완식 박사의 ‘한국토종작물자원도감’이란 책에선 ‘토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토종이란 말은 <한글사전>에 ‘재래종 또는 토산종’으로 풀이돼 있으며, 또 재래종은 ‘전부터 있어서 내려오는 품종 또는 어떤 지방에서 여러 해 동안 재배돼 다른 지방의 가축이나 작물 따위와 교배되는 일 없이 그 지방의 풍토에 알맞게 된 종자’라 돼 있다.”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옛날 옛적부터 한반도에서 ‘자생’한 씨앗만이 토종씨앗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그 정의에 들어맞는 작물은 딱 하나, 콩 뿐입니다. 위 책에서 설명한 ‘전부터 있어서 내려오는 품종’으로써 토종씨앗은 콩 외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날 이야기하는 토종씨앗은 ‘(처음엔 한반도에 없었더라도)어떤 지방에서 여러 해 동안 재배돼 그 지방의 풍토에 알맞게 된 종자’라 할 수 있습니다. 목화를 예로 들죠. 고려 말기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원나라에서 갖고 와(붓두껍에 숨겨 밀반입했다는 건 야사입니다) 심었는데, 처음에 심었던 것들은 재배에 실패했습니다. 나중에야 씨앗 하나가 꽃을 피워 100여개의 씨앗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100여개의 씨앗을 농민들이 심어 목화는 한반도에서 ‘토착화’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토착화’ 여부가 그 씨앗을 토종씨앗이라 할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기준입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대기업에 의해, 또는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돼 농민에게 판매되는 GMO(유전자조작 농산물)는 토종씨앗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습니다.
요컨대, 토종씨앗은 옛날부터 이 땅에서 자라난 씨앗이자, 어느 시점부터 농민들의 손에 의해 이 땅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해 자라난 씨앗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김석기, <토종씨앗의 역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