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포스트 코로나, 농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 입력 2020.06.14 18:00
  • 수정 2020.12.08 16:53
  • 기자명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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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코로나19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현재까지의 농정이 어떠했으며,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의 농정은 성장과 경쟁, 효율을 중시한 생산주의 농정이었다면, 코로나 이후(After Corona)의 농정은 생태와 환경, 지속가능성, 중소농을 중심에 둔 다기능 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혁 과제를 제시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식량공급망의 붕괴 위험이 발생했듯이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개방화 정책에서 식량주권을 강화하고 자급 중심의 농정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쌀을 비롯한 주요작물에 대한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마스크 대란에서도 봤듯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식량생산에 대해서는 공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음으로 농지에 대한 강력한 보호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소유와 이용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새롭게 하고, 농지의 부당소유 및 타용도로의 전용을 과감히 근절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정비해 농업 정책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기후위기에 대응한 농업구조로 대대적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발표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10년 계획인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Fork)’ 전략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화학농약 50%, 비료사용 20%, 축산·양식부문에서 항생제 50% 감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유기농업 비율을 유럽농지의 25%까지 확대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농정기조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듯이 우리의 농정도 기후위기에 대응한 농업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과 같이 직불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해야 하며, 농업환경 증진을 위한 준수기준을 높이고, 이에 따른 보상으로서 직불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환경친화적인 농업생태계 구현을 위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전 농촌지역으로 확대 시행하고, EU와 같이 친환경유기농업 목표치를 과감하게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농업국 설치 등 정부 조직재편과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사업 확대, 공공적 영역에서부터 친환경농산물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소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역과 사람 중심의 대안유통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존의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대량유통체계에서 중소농을 중심으로 지역단위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와 소통,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먹거리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푸드플랜이 올바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귀농·귀촌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도시에서의 삶보다는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청장년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20.3% 나타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실제 귀농·귀촌이 성공적으로 정착,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금 농촌 주민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생활환경이나 교육 및 문화 시설 부족, 복지 등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삶은 이전과 다른 큰 변화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그리고 농정은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소비자를 포함한 농업·먹거리진영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관료와 학자에 의한 농정 재설계가 아닌 농민과 소비자가 주체가 돼 코로나 이후 농정을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왔던 농정실패라는 악순환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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