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앞에 쏟아낸, 마늘 농가의 성난 ‘농심‘

전남 5개 지역 마늘생산자, 전남도청 앞서 결의대회 개최
수매단가 결정 철회, 2차 생장 피해 관련 재해 인정 촉구
양파 등 양념채소 재배 농가들과 향후 투쟁 지속 의지 다져

  • 입력 2020.05.25 22:50
  • 수정 2020.05.26 09:2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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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트럭에 싣고 온 마늘을 도청 앞마당에 쌓고 있다. 한승호 기자
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트럭에 싣고 온 마늘을 도청 앞마당에 쌓고 있다. 한승호 기자
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트럭에 싣고 온 마늘을 도청 앞마당에 쌓고 있다. 한승호 기자
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트럭에 싣고 온 마늘을 도청 앞마당에 쌓고 있다. 한승호 기자
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kg당 2,300원 수매단가 철회'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kg당 2,300원 수매단가 철회'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현재 정부 대책은 마늘 농가에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당장 kg당 2,300원 수매단가 결정을 철회하고, 2차 생장 피해 마늘에 대한 재해 인정 및 특별 대책 마련에 힘써라!”

제주에 이어 25일 전남에서도 마늘 재배 농민들의 분노와 절규가 이어졌다. 바쁜 농번기를 차치하고 전라남도청 정문 앞에 모인 농민 50여명은 2차 생장 피해 마늘 3톤 가량을 성난 농심과 함께 쏟아 부으며 △생산비 보장하는 수매단가 재결정 △농협 수매 1만5,000톤에 대한 정부 책임 강화 △2차 생장 피해 마늘에 대한 자연재해 인정 △마늘산업 유통 혁신안 제시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정부가 정한 마늘 수매단가 kg당 2,300원은 2020년산 마늘 가격의 상한선이 될 수 있어 그간 마늘협회는 가격 결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지난 13일 정부는 kg당 2,300원의 수매단가가 마늘 가격 최저하한선이라 강변했지만, 지난주 제주농협이 수매단가를 kg당 2,000원으로 결정해 제주 농민들의 투쟁을 촉발했듯 이미 현장에선 kg당 2,300원이 가격 상한선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27일 경북 의성에서의 지역 투쟁을 예고하며 “지금이라도 생산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생산비 보장하는 양념채소 수급대책을 즉각 다시 내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파 재배 농민을 대표해 참석한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매년 아스팔트농사를 짓고 있지만 양파와 마늘 가격 폭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농민들은 농사지을수록 빚만 늘어가는 실정이다”라며 “우리 농민들의 요구는 생산비에 준하는 가격만이라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바라는 게 아니다. 향후 정부가 올바른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양파 농가도 마늘 농가와 함께 투쟁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권용식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마늘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상기후에 의한 마늘 피해를 긴급히 조사하고 재해 인정과 함께 손실을 만회할 특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한 항구적 대책 수립 및 재해보상법 제정, 보험 확대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농민들은 농협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농민들은 “농협이 정말로 농민을 생각하는 조직이라면 농민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가 제시시한 수매단가 kg당 2,300원은 생산비를 고려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며 품종마다 생산비와 생산량이 다르기 때문에 농협이 앞장서 수매단가 조정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며 “누운 송장도 일어나 일을 한다는 농번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농식품부며 농협, 지자체를 찾아 호소할 수밖에 없는 농민의 심정을 헤아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팔을 걷어붙여 마늘 최저가격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전라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2차 생장 피해 마늘을 실은 트럭과 함께 청사 앞마당 진입을 시도했고, 도청 관계자 및 청원 경찰들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격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마찰이 잠시 동안 지속됐지만 농민들은 도청 관계자와 협의 끝에 청사 앞 광장에서 집회를 이어갔으며, 자유발언을 통해 투쟁 의지를 다졌다.

해남군 북일면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김인수씨가 상복을 입고 헐값에 마늘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해남군 북일면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김인수씨가 상복을 입고 헐값에 마늘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상복을 입고 집회에 참석해 눈길을 끈 김인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해남군지부 북일면지회장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지난해 kg당 1,900원에 마늘을 판매했는데, 울분이 치솟아 올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투쟁에 앞장서게 됐다”며 “탁상에 앉아 농사가 어떤지조차 모르는 농식품부 직원들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한 번 똘똘 뭉쳐 생산비 보장받는 마늘값 인상 꼭 이뤄내자”고 울분을 토해냈다.

여성농민 고송자(71)씨 역시 “언제까지 마늘·양파 차에 싣고 가격 보장 구걸해야 되냐. kg당 4,000원은 보장돼야 사람 행세하고 살 수 있지만 촛불로 만든 정부에서도 농민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고 있다”며 “더 이상 구걸하지 말고 1988년 고추투쟁처럼 올해 마늘 한 톨 팔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전량 수매 이끌어내자. 청와대에 마늘·양파 싣고 올라가 빵점 정부에 책임지라고 규탄하자”고 독려했다.

이날 집회가 마무리에 접어들 때 농민 대표 등 4명은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를 직접 만나 △정부 비축수매물량 3만5,000톤 이상 확정 △생산비 보장되는 수매단가 결정(kg당 대서종 3,000원·남도종 4,000원·한지형 5,000원) △산지 농협의 적극적인 수매를 위한 자금지원·손실보전 등 정부 대책 마련 △2차 생장 피해 마늘에 대한 즉각적인 재해 인정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출 물량 1만톤 이상 수매 △수입김치 및 수입 가공마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 △남도종·한지형 마늘 재고에 대한 전량 수매격리 등 대책 마련 △소비자 만족 위한 유통혁신안 수립·시행 등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또 마늘협회는 가까운 시일 내 정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제주·전남을 비롯해 경남·북, 충남·북 등의 양념채소 재배 농가와 연합해 생산비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선포했다.

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kg당 2,300원 수매단가 철회'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5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벌마늘(2차 생장 피해 마늘) 자연재해 대책 마련 촉구 전남 마늘생산자협의회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kg당 2,300원 수매단가 철회'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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