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지사 이재명)의 ‘학생 가정 식재료 지원사업’에서 친환경농가가 소외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꾸러미 품목 구성을 각 지역 자율에 맡김에 따라, 식재료 꾸러미 품목 구성 시 친환경 엽채류가 들어갈 여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도와 도 교육청은 이번 달부터 3~5월 미사용 학교급식 예산으로 모바일 쿠폰 5만원, 5만원 상당의 식재료 꾸러미를 학생 가정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식재료 꾸러미의 경우 품목 구성을 각 지역에서 알아서 하게 했다. 엄밀히는 각 지자체에서 관내 학교운영위원회들과의 협의를 통해 자율 품목을 꾸리라는 뜻이다.
이번 식재료 꾸러미 지원사업에서 도 교육청은 “농산물 꾸러미를 구성할 시 관할 시·군, 경기도 내 생산 농산물을 우선으로 하되, 친환경농산물을 일정비율 포함해 친환경농산물 구매 촉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적시하긴 했다.
문제는 ‘친환경농산물의 꾸러미 내 일정비율 포함’이 ‘권장사항’이란 점이다. 각 지역 학교운영위원들이 꾸러미 품목 구성권을 가진 상황에서, 의무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인 친환경농산물 일정비율 포함 내용은 지켜질 가능성이 낮다.
벌써부터 경기도 내 각 지자체에선 식재료 꾸러미에 어떻게든 제품을 넣으려는 식품업체들의 ‘영업전쟁’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경기도 A시의 한 친환경농민은 “벌써부터 관내 축산조합은 고기를, 가공업체들은 가공품을 넣으려고 경쟁 중인데, 이 상황에서 친환경농산물이 들어갈 여지는 없어졌다”며 “교육청이 친환경농산물의 꾸러미 내 비중을 확실하게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업에서 친환경농산물은 다른 품목보다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게 원칙이다. 친환경농산물, 그 중에서도 엽채류는 가공품이나 육류, 수산물과 비교할 때 저장기간이 훨씬 짧고 빠른 소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식재료 꾸러미 품목 구성을 학교운영위원회에 맡기면, 학교 측에선 육류 또는 가공품 위주의 품목을 선호하는 적지 않은 학부모의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다. 설령 농산물을 넣는다 해도 품위기준에서 자유로운, 규격을 맞춘 농산물 위주로 넣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품위기준에 ‘미달’되는 친환경농산물이 꾸러미 속에서 설 자리는 더 좁아진다.
실제로 현재 지자체에서 구성되는 꾸러미 품목들은 오이, 방울토마토 등 품위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규격을 맞추기 쉬운 농산물 위주로 구성된다.
따라서 친환경농가를 위한 안전판으로서 꾸러미 내 친환경농산물을 최소 수준 이상은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경기도 B시의 한 친환경농민은 “식재료 꾸러미의 친환경농산물 구성문제는 지자체와 교육당국이 농민에게 적선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게 아니라, 학교급식 계약생산 주체인 농민들과의 ‘계약’을 이행한다는 관점으로 임해야 한다”며 “농민들은 3~4월 학교급식 중단에 따라 계약생산 농산물의 판로를 잃었다. 따라서 원래 공급하기로 계약했던 농산물의 정당한 공급을 위한 체계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