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늘 2차 생장 피해, 결국 ‘자체 폐기’까지

겨울철 이상고온 영향, 전국 피해 30% 이상 전망
포장 전체적으로 피해 발생한 경우도 상당수 확인

  • 입력 2020.05.2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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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9일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일원에서 허용식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해남군지부 사무국장이 지난 9월 파종한 마늘을 직접 갈아엎고 있다. 허용식 사무국장은 2차 생장 피해의 재해 인정과 함께 남도종 마늘의 수매가를 kg당 4,000원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9일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일원에서 허용식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해남군지부 사무국장이 지난 9월 파종한 마늘을 직접 갈아엎고 있다. 허용식 사무국장은 2차 생장 피해의 재해 인정과 함께 남도종 마늘의 수매가를 kg당 4,000원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늘 2차 생장 피해가 당초 파악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지난 19일 전남 해남군 북평면 일원에선 재배 농민이 마늘 2차 생장 피해의 재해 인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자체 폐기를 진행했다.

이날 9개월 남짓 기른 마늘을 직접 갈아엎은 허용식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해남군지부 사무국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놓은 1·2차 마늘 수급 대책과 수매 단가는 지난해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과잉 생산과 가격 폭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상품성이 전혀 없는 2차 생장 피해 마늘은 갈아엎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전남과 경남·제주 등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현재 남도종과 대서종·한지형 등의 대다수 마늘 품종에서 평년보다 심각한 수준의 2차 생장 피해가 발견되고 있다. 남도종을 주로 재배하는 전남 지역 외에 경남 남해군, 제주 등 사실상 전국적으로 2차 생장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처음 피해가 확인됐을 당시보다 현재 기준 피해율은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허 사무국장의 경우 70~80%에 달하는 2차 생장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현장에 함께한 김인수 마늘협회 해남군지부 북일면 지회장은 포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피해 마늘을 뽑아 보이며 “지난 1월 해남군의 평균 기온이 평년 보다 3℃ 이상 높았고 그로 인해 2차 생장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생장 장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분명하다”면서 “농진청이나 농식품부 등에선 피해 마늘을 종자로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장에 나와 직접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번 피해는 그 정도가 무척 심해 나뉜 마늘쪽이 다시 나뉘고 생장까지 일어나 싹이 자라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현호 마늘협회 해남군지부 북평면 지회장은 “이번 2차 생장 피해도 문제지만 가장 큰 현안은 정부의 불완전한 수급 대책과 수매 단가다. 마늘 품종별로 들어가는 생산비가 다르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다른데 수매단가는 kg당 2,300원으로 일률적이다”며 “지난해와 똑같은 형편인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건비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실에 맞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지회장은 “정부 정책의 기반이 되는 조사와 통계가 도대체 어떻게 추진되는지 모르겠다. 20~30년 전 방식을 적용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 탓에 농민들의 불만은 해마다 쌓여만 가고 있다”며 “농민들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 담당자들은 때 돼서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현장 요구를 수렴하고 kg당 2,3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매단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담당자는 “마늘 2차 생장 피해는 매년 보통 5~10%씩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지역과 품종 등에 상관없이 평균 30~40%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지난번 방문한 고흥군에서는 심한 경우 포장의 99%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마늘 품종과 심는 시기·지역, 추비 여부, 멀칭 비닐의 색상 등이 2차 생장 피해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지난해 겨울철 고온이 지속됐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생장 피해가 발생한 마늘의 경우 상품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 조건이 2차 생장 피해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재해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벌마늘이라고도 불리는 2차 생장 피해 마늘은 재해가 아니라 매년 발생하는 생리 장해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른 품종 보다 남도종에서 많이 발생했고, 경상남도와 이미 수확이 끝난 제주도의 발생동향 역시 평년 보다 많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강승규 재해보험정책과 서기관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번 2차 생장 피해는 지난 겨울 고온과 많은 강수량이 생장을 촉진시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향후 피해 정도와 복구비용 등을 파악해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에 이를 상정할 예정이다”라며 “심의위원회에서 재해로 인정될 경우 농약대 등 복구비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남도종 마늘 주산지로 꼽히는 해남군과 고흥군, 신안군, 강진군 등 전라남도에서는 이번 2차 생장 피해 면적을 2,150ha(21일 현재 기준)로 파악하고 있으며, 정부가 재해 인정 여부에 따라 정밀조사와 함께 복구비 지원 등의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19일 김인수 마늘협회 해남군지부 북일면 지회장이 2차 생장 피해가 발생한 마늘을 뽑아 피해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 김인수 마늘협회 해남군지부 북일면 지회장이 2차 생장 피해가 발생한 마늘을 뽑아 피해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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