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투쟁 ‘선봉’ 제주, 도 자체수매 이끌어내
마늘투쟁 ‘선봉’ 제주, 도 자체수매 이끌어내
  • 권순창 기자
  • 승인 2020.05.21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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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손 멈추고 도청 앞 집회
정부·도정·농협 소리높여 규탄
제주도, 1천톤 이상 수매 약속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제주도가 농협 비계약물량 정부수매가 수매 등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한 것이 전해지자 500여명의 농민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제주도가 농협 비계약물량 정부수매가 수매 등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한 것이 전해지자 500여명의 농민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500여명의 농민들이 '마늘가격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500여명의 농민들이 '마늘가격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500여명의 농민들이 '마늘가격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500여명의 농민들이 ‘kg당 수매단가 2,000원’를 결정했던 농협 조합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 마늘농가들이 지난 20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를 압박해 농협 비계약물량 1,000톤 이상의 자체수매 약속을 받아냈다. 지역농협들의 ‘kg당 2,000원’ 수매가 결정을 무효화한 지 불과 이틀만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마늘을 가장 먼저 수확하는 지역인 만큼 마늘 투쟁에서도 선봉을 자처하고 있다. 정부의 반쪽짜리 수급대책에 맞서 지난 13일 대규모 차량시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18일엔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를 점거하고 농협의 터무니없는 수매가 결정을 백지화시킨 바 있다(관련기사 하단 링크).

20일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 대책 촉구 결의대회’는 그간의 투쟁을 총망라한 본투쟁의 성격을 띠었다. 마늘농사가 가장 바쁜 시기, 불과 당일 오전까지 밭일을 하던 마늘농가들이 무려 500명 이상 도청에 집결했으며 월동무·양배추 등 연대단체 대표, 마늘 산지인 대정읍·안덕면 지역구 도의원들도 함께했다.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박태환 제주마늘생산자협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박태환 제주마늘생산자협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농민들은 마늘 폭락위기를 방관하고 있는 제주도정에 화살을 집중시켰다. 마늘은 제주농업 전체의 균형을 담보하는 지역 중추산업이기 때문이다. 고권섭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은 “제주 농민들이 피와 땀으로 생산해낸,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제주마늘이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뭘 하고 있나. 도의 전향적 대책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으며, 박태환 제주마늘생산자협회장은 “정부는 농산물이 폭등하면 수입하고 폭락하면 농민들의 과잉생산 탓이라 해왔는데 제주도정도 다를 게 없었다. 앞으로 이 법칙을 깨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정부와 농협에 대한 비판도 빠지진 않았다. ‘kg당 수매단가 2,000원’을 결정했던 농협에 대한 규탄은 대회 내내 끊이지 않았으며, 구태 수급대책을 답습한 정부에도 농협 수매량 정부이관, 김치 자급률 법제화 등 책임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김옥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농민이 인구의 5%밖에 안돼서, 투표에 영향을 못 미쳐서 그런가, 정부 농업예산은 전체의 3%도 안되고 코로나 대책 추경에도 농업예산은 없다. 제주마늘 가격도 정부수매가인 2,300원 밑으로 내려갈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 농민들의 비빌 언덕인 농협들이 상식적이지 않은 가격을 정했다”고 개탄했다.

대회 중반에 농민 대표들은 김성언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면담을 갖고 도 차원의 대책을 논의했다. 김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제주도가 농협 비계약물량 1,000~1,500톤을 정부수매가로 수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포전거래가격의 비정상적 하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오는 25일까지 수매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을 확정한다. 덧붙여 농업대출금 상환기간을 연장키로 했으며, 제주농업의 숙원인 해상물류비 지원예산 편성에 노력하는 등 농민들과 함께 중장기적 대책을 만들어가는 데 합의했다.

일련의 투쟁을 통해 100% 만족은 아니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농민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승리를 자축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제주의 이번 투쟁은 지역단위 마늘투쟁의 첫 걸음으로, 오는 25일 전남도청, 27일 의성농협(남부지점) 등 향후 전국에서 굵직한 투쟁들이 예고돼 있다.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장이 제주도정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농업회생 및 제주마늘산업 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장이 제주도정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연단에 오른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장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향한 다부지고 강도 높은 발언으로 대회 참가자들로부터 압도적인 호응을 받았다. 농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 현 회장의 발언 전문을 첨부한다.

원희룡 지사님. 저 여성농민입니다. 잠시 바쁘지만 일손 멈추시고 저의 몇 마디를 들어주십시오. 마늘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선, 심는 건 그렇다 치지만 마늘종 자르려면 허리 천 번을 굽혔다 폈다, 허리가 꺾어집니다. 마늘 하나 뽑으려면 이 손마디 팔마디가 다 부러지는 것 같습니다. 마늘대 하나 자르려면 손목 마디가 그만큼 아픕니다.

제가 알기로 공무원들 20일날 마늘 일손돕기 간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마늘농사 지을 때 요즘 아침 6시부터 밭에 앉아 저녁 6시까지 일합니다. 지사님. 저희 집 일 안 끝났습니다. 공무원 출근하는 9시에 오시지 마시고 아침 6시부터 저녁 5시까지 간식 먹는 20분, 점심 먹는 30분, 오후 간식 먹는 15분 멈추시고 저와 같이 마늘 수확을 같이 해주십시오. 그러면 앞으로 2년 후 있는 선거에 저 지사님 찍어드리겠습니다. 왜 제가 이 말을 하느냐면,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아침 6시부터 5시까지 앉아서 마늘수확 해 보십시오, 이 (kg당) 2,000원 받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2002년 한-중 마늘협상 파기에서부터 저희 마늘농가, 서너 차례 데모해 왔습니다. 한 번도 진 적 없습니다. 마늘협상 무효화시키고 정부수매 관철시켰습니다. 오늘 투쟁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이번에 마늘 조합장들이 낸 2,000원 가격 무산시켰습니다!

저희는 안을 던졌습니다. 수매가 300원 제주도에서 책임지라(정부수매가에 추가지원). 이 집회가 끝난 후에 단체 책임자들이 (부지사와) 간담회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심사숙고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바라는 답 주지 않으면 저희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선전성 포고가 아닙니다. 저희 마늘투쟁,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때까지 한 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 재난지원금 받으셨지요. 저도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재난지원금 14조 확보할 때 3조 정부예산 깎았습니다. 어디서 깎았는지 아십니까? 농업예산 1,650억 깎아서 줬습니다! 코로나 대응하면서 두산중공업 1조 줬죠! 아이들 코 묻은 돈 뺏는 식으로, 그렇지 않아도 올해 농민들이 어려워하는데 1,650억 삭감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제주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마다 예산 깎고 있습니다. 제주도 농업예산 10%에서 9%, 8%, 이젠 7%입니다. 정부 수매가 kg당 300원 하려면 물론 예산부담이 됩니다만, 농업예산 깎지 않았으면 충분히 줄 수 있는 돈입니다! 그런데 다른 돈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매년 농업예산을 깎고 있습니다. 작년에 예산 편성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저희가 농정과에 예산편성을 요구했더니만 주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 여기에 양병우 의원과 조훈배 의원 있습니다. 의원은 그냥 뽑아주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농업예산도 확보하고! 농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도지사한테 말하라고 있는 겁니다! 원희룡 도지사님, 잘 들으셨습니까? 마늘농가가 무서워서 도망가진 않으셨겠죠. 오늘 마늘농가들이 어떤 요구를 빗발치게 외치고 있는지 정확히 들으셔서, 농민들이 여기에 계속 있지 않고 집에 돌아가 내일부터 마늘수확에 전념할 수 있도록 꼭 부탁드립니다. 우리 오늘, 반드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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