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민이 와 이리 바쁘노?
[농민칼럼] 농민이 와 이리 바쁘노?
  • 강선희(경남 합천)
  • 승인 2020.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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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경남 합천)
강선희(경남 합천)

5월 7일과 8일 이틀 서울 생활에 내려와서 몸살을 앓았다.

‘농산물 가격보장제도 마련! 냉해피해 보상! 코로나19 대책마련! 전국농민대회’는 올 들어 처음 열린 농민대회였다. 원래는 3월 28일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5월 9일까지 전국민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농민대회가 5월로 밀린 것이다.

전국농민대회가 오후 2시부터였고 한 시간 전에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제목은 ‘5월 1일 농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산 햇마늘 긴급수급대책에 대한 전국마늘생산자 입장 - 구태답습, 책임전가 농식품부 규탄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전국에서 온 농민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는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농민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농사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실무를 맡은 나는 농민들과 함께 할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30분의 짧은 시간안에 끝내고 2시 전국농민대회가 시작됐다. 마늘, 양파, 냉해 피해와 관련해 현장발언을 준비한 농민들을 챙기고 결의문, 요구서를 낭독할 분들을 챙기다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났다. 마늘·양파 생산자분들이 상경하느라 힘들었는데 조심히 내려가시라는 인사말도 할 겨를이 없이 위성곤 의원 면담 실무자로 농민대회 대표자분들을 모시고 국회로 들어갔다. 전남 영암에서 오신 배와 대봉감 냉해 피해 농민 두 분, 양파·마늘생산자협회 회장 두 분, 전농 부의장, 전여농 회장, 전농 제주도연맹 두 분을 모시고 진행한 위성곤 의원 면담에서 각 대표님들이 현장의 절실함을 잘 전달했고, 이를 들은 위성곤 의원이 농식품부에 문의도 하고 조사도 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을 듣고 나온 시간이 오후 5시였다. 국회를 나와서 차를 한 잔하며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눈 후 전농 사무실로 급하게 이동했다.

전농 사무실 앞에서 급하게 저녁식사를 하자마자 전농·전여농과 쌀·배추·마늘·양파생산자단체, 녀름연구소가 함께하는 농산물 가격정책 TF 학습으로 미국·유럽·일본의 농산물 가격정책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밤 12시까지 진행했다.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역 4층에서 마늘·양파의무자조금 실무자회의에 참석했다. 생산자협회와 산업연합회의 입장차를 확인했고, 생산자 중심의 의무자조금, 수급조절과 가격보장을 위한 의무자조금 사업의 원칙을 힘주어 이야기하며 점심식사 후 헤어졌다.

8일 2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산물가격소분과 회의가 진행됐다. 많은 분들이 농산물 가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오후 5시쯤 회의를 마치고 차를 가지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5월 8일이 금요일 오후였고 어버이날이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한남대교에서 2시간 30분을 보내고 서울을 빠져나와 기흥휴게소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오니 5월 9일 새벽 1시 30분이었다.

어버이날이었는데 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도 나와 이틀을 같은 일정으로 보냈다. 남해 어머님과 가족들은 마늘종을 뽑아 밤새 손질하고 있다는 전화가 왔었다. 우리도 보고 싶은 엄마가 계시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버이날 찾아가서 함께 밥 먹고 싶은 엄마인데….

민·관협치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까지 농민에게 떠넘겨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드는 요즘이다.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협치를 이야기하며 농민이 문제를 제기하면 답까지 우리 보고 내라고 한다. 그래서 정책을 제안하면 검토한다고 해놓고는 자신들이 이미 정해놓은 방향으로 추진해 버린다. 협치라는 이름으로 훨씬 세련되게 농민을 대하지만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농민을 농정의 들러리로 세우는 방식만 바뀐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신 바짝 챙기지 않으면 공무원에게 당하겠구나’ 느끼며 나부터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는다.

회의 자료도 열심히 보고 현장농민들에게 묻고 답을 듣는 과정을 더 꼼꼼히 해야겠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명심한다면 절대 공무원에게 휘둘리지 않는 농민이 될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 산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임을 다시 새기며 밥 같은 농업·농촌·농민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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