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 친환경교육은 그만!
‘천편일률’ 친환경교육은 그만!
  • 강선일 기자
  • 승인 2020.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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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업 교육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농민들이 친환경농업 교육체계에 대해 제기하는 주요 문제점은 △기존 교육은 천편일률적이고 뻔하다 △유기농업 및 농생태학을 배울 곳이 부족하다 △실용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뻔한 내용 또 들으러 가야 돼?

지난해 7월 2일 전남 신안군 지도읍사무소에서 열렸던 농관원 주최 친환경농업 지역단위 순회교육에 모인 지역 친환경농민들.
지난해 7월 2일 전남 신안군 지도읍사무소에서 열렸던 농관원 주최 친환경농업 지역단위 순회교육에 모인 지역 친환경농민들.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친환경농업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지역단위 순회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7월 2일 전남 신안군 지도읍사무소에서 열렸던 순회교육을 가봤을 때, 읍사무소 내 강의실엔 약 150여명의 농민들이 앉아 있었다.

당시 농관원은 의무교육 제도를 도입하면서 친환경농업의 철학과 가치, 변화하는 제도, 정책 관련 교육을 실효성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내용은 새로운 게 없었다. 농관원 직원은 대부분 70~80대로 보이는 농민들에게 “농약이나 화학비료 치시면 안 됩니다”, “농약 비산되지 않게 조심하세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원래 2~5시까지로 예정된 교육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일하다 왔던 몇몇 고령 농민들은 피로를 못 이기고 졸았다.

이런 풍경은 순회교육 기간 내내 반복됐다. 한 친환경인증기관 관계자는 “친환경농민 중 농약 치면 안 되고, 농약 비산 조심해야 한다는 거 모르는 농민은 없다. 비산 피해는 농민이 몰라서, 대비를 안 해서 발생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농관원은 굳이 바쁜 영농철에 읍·면사무소나 농업기술센터 좁은 공간에 농민들을 몰아넣고 뻔한 이야기를 반복해 왔다. 이에 대해 농민들의 항의전화도 빗발쳤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노태환씨는 “의무교육을 보면 인증 관련 심사교육과 작물관리교육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며 “차라리 인증 관련 교육은 특별히 인증 위반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농민들에 한해 서면이나 온라인으로 간단히 진행하고, 현장에선 더 실용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게 행정 차원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을까”란 의견을 제시했다.

친환경농업 표방하며 생뚱맞은 교육만

각 지자체에선 ‘친환경농업 확대’를 표방하며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긴 하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정작 진짜 친환경농업과 거리가 먼 프로그램을 양산 중인 상황이다.

예컨대 경기도 안산시에선 올해 3~12월 추진할 요량으로 ‘새 기술보급 시범사업’ 계획을 세웠다. 안산시는 이 계획의 목적을 ‘친환경농업기반 구축 및 안전 축산물 생산으로 농가 소득 향상’이라 밝혔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보면 △블루베리 신품종 육성 지원사업 △축산 스마트팜 제어시스템 활용 시범사업 등 친환경농업과는 관련 없는 내용으로 들어차 있다.

이건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 광주시는 지난해 초 새해농업인 실용교육 때 친환경농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면서, 정작 PLS 관련 홍보 위주로 교육을 진행했다. PLS는 친환경인증농가보단 농약 사용량을 줄이려는 관행농가에 더 필요한 내용임에도 천편일률적 프로그램을 짠 것이다.

유기농업, 배울 곳이 없다

특히 친환경농민들이 제기하는 비판 중 하나는 “유기농업 관련 지식을 배울 곳이 없다”는 점이다. 노태환씨는 “최근 들어 농업기술센터들은 친환경농업 기술교육을 한다면서 정작 스마트팜 관련 기술이나 양액재배 기술 위주 교육을 진행한다”며 “정작 나처럼 유기농사 짓는 사람들은 유기농업의 핵심인 ‘순환농법’을 어디서도 배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의 농업을 고민하는 전 세계 농민들 사이에서 농생태학이 대안적 학문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를 배울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이는 농관련 기관 공무원이나 친환경인증기관 심사원들이 농생태학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점, 따라서 농민들도 농생태학 관련 기술을 접하기 어려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렇다.

노씨는 “농관원 공무원이나 인증기관 심사원들이 배우는 건 친환경농어업법 상의 친환경인증제 관련 법 조항으로, 그들이 유기농업의 가치나 기술을 배울 기회는 없다”며 “그러다 보니 농민과 농관원 직원, 인증기관 심사원 간에는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정영기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교육국장은 “대학교에서도 농생태학 등 유기농업 이론, 기술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친환경농업의 실현을 위해선 농생태학을 배워야 한다.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농생태학을 통한 ‘순환’과 공생의 가치를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일부 단체 외엔 이를 이야기하는 곳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정 교육국장이 말하는 ‘일부 단체’란 전국귀농운동본부나 정농회 등의 조직이다. 달리 말해, 유기농업에 뜻을 품은 시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선 이를 배울 길이 없기에, 발품을 팔아 해당 조직들이 있는 지역에 방문해야 한다.

정 교육국장은 “현재의 교육체계에선 유기농업의 가치와 방법에 대한 교육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따라서 직접 유기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강사’로서 다른 농민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교육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농민에게서 농민에게로’ 전해져야 할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다음호에 그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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